물류·유통·IT전문가들 “유통채널 변화와 IT발전 속 물류 중요성 더욱 커져”

유통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제 관련 학계와 기업 관계자, 언론들이 쏟아내는 많은 자료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들은 ‘우수한 제품이 개발됐다’는 말보다 ‘특정 유통업체가 새로운 유통채널에 진출했다’라는 소식에 주목하고 있다. SCM에서도 ‘물류와 유통의 경계가 무너졌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신 ‘물류와 유통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는가’를 궁금하게 여긴다.

유통업이 제조업을 제치고 주목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IT기술의 발전이다. 물류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IT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물류와 유통의 결합에 IT가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주목받고 있다.

숭실대학교 IT유통물류학과는 지난 6일 숭실대 벤처중소기업센터에서 ‘유통·물류와 IT융합의 현황과 과제’란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는 물류와 IT, 유통사의 전문가를 초청해 각 분야에서 바라보는 3개 분야를 융합하려는 노력과 현황,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물류 중시하는 대형 유통기업 늘어나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저성장 위기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장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IT의 발전으로 인한 온라인 유통시장의 확대에 힘입은 것이다. 집에 있는 PC를 켜는 대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즉시 결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재복 현대로지스틱스 대표는 “최근 다양한 형태로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산업과 업종, 신기술, 서비스 형태 등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제시했는데 △알리페이는 핀테크와 금융을, △드론은 운송과 군수를, △배달앱은 요식업과 배송을, △네비게이션은 길안내와 GPS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 혹은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었던 것은 IT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류와 IT기술이 융합하는 범위는 어떻게 될까? 여기서 IT기술은 물류와 소비자(혹은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운송(TMS)과 보관(WMS), 분류(DAS), 통관(EDI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재복 대표는 “고객과 서비스가 직접 만나는 순간에 물류가 있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에 포커스를 맞추는 대형 유통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의 드론은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를, 쿠팡의 로켓배송은 고객에게 감성을 전달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고객을 직접 대면한다는 점에서 물류서비스는 단순히 전달만 하는 역할에서 감성을 전달하길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택배업체는 배송 전에 고객에게 전화를 하고, 부재 시 경비실에 맡기는 것이 알반적이다. 그러나 쿠팡은 사전에 다양한 멘트로 꾸민 메시지를 보내 어디에 맡길 것인지를 묻고, 배송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보낸다. 또 고객 방문 시 박스를 수거하는 등으로 작지만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높이는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류산업의 IT 수준 갈수록 높아져

최인경 엠프론티어 상무는 “제품은 전 세계 어디서나 제조할 수 있고,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문제는 ‘어떻게 전해주느냐’이다. 해외에서 파는 물건을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구입했어도 빨리 받아볼 수 없다면 결국 불편한 서비스일 뿐이다. IT의 발전은 물류의 중요성을 커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IT비즈니스의 최근 경향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IT의 흐름을 쫓지 못한다면 비즈니스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인경 엠프론티어 상무는 “물류산업의 IT기술 활용은 비즈니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실제로 물류기업에게 고객사(화주)도 상당한 수준의 IT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있고, 그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지표와 자료를 살펴보면 기업들은 신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보다 능동적인 혁신을 위한 동기와 기반으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IBM IT CIO Study 2011). 배송 조직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공급망(Supply Chain)의 확대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과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강화해나가는 식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거점으로 활용

유통가에서는 옴니채널의 대중화로 24시간 쇼핑환경이 조성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고, 온라인상에서 상품정보를 부족함 없이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IT기기를 통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방안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고객이 원피스를 구입했다면 어울리는 구두를 추천하는 식이다.

물론 치밀한 데이터 활용을 통해 적절한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핵심과제다.

백인수 롯데쇼핑 자문역은 “과거 유통시장에서는 고객이 상품을 사는 현장(매장)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기 때문에 여기에 관련한 물류의 역할이 컸다”며 “그러나 지금 유통가에서는 현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물류는 물론 고객의 손까지 전달하는 물류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거점으로 삼는 방안도 현실화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주문했더라도 매장에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병언 숭실대 교수는 “현장에서는 다양한 융합 시도가 있으나 인력양성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융합형 산업형태가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산업을 융합한 교육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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