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항공물류의 핵심, 브뤼셀공항과 의약품 물류

물류신문은 지난 5월 주한벨기에대사관과 플란더스무역투자진흥공사(Flanders Investment & Trade)의 협조를 통해 벨기에를 방문해 취재 활동을 벌였다. 이번 취재를 통해 벨기에의 물류산업 현황과 제도를 살펴보고, 현지 유력 물류기업들은 물론 공항과 항만 등 주요 기반 시설을 찾아가 관계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벨기에 정부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은 물론 물류산업 육성을 위한 기관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유수의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하고, 기업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물류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물류신문은 7월 1일자 지면부터 연재되는 ‘유럽물류의 심장, 벨기에를 보다’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 물류산업과 현지의 풍경을 소개한다. 2회는 벨기에 항공물류산업을 이끌고 있는 브뤼셀공항을 살펴보고, 벨기에가 유럽 내 의약품 물류시장에서 급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

벨기에(Belgium)로 출발하기 전에 기자가 숙지한 상식 중 하나는 ‘벨기에는 우리나라보다 온도가 낮아 쌀쌀하고, 비가 자주 온다’는 것이었다. 예년과 달리 봄이 짧고 초여름 날씨가 일찍 찾아오는 우리나라와 달리 벨기에는 쌀쌀한 봄이 지속되다 7월에 가까워졌을 때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어가기 시작한다.

취재 과정에서 몇 차례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났지만, 다행히 하루 종일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어서 활동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햇빛이 쨍쨍했는데, 만나는 벨기에 사람마다 “오늘처럼 맑은 날을 경험할 수 있어 너는 운이 좋은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여느 유럽처럼 벨기에도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고, 비도 자주 온다. 그렇다보니 일기예보에 관계없이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유용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강수확률이 20%정도면 비가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벨기에는 한 번쯤 소나기와 마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면 된다. 비가 잦다보니 봄철이어도 낮에는 도톰한 외투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밤에도 보일러를 튼다.

브뤼셀공항의 현황
벨기에는 항공운송과 해상운송, 육상운송, 철도운송 등을 통해 유럽지역에 화물을 보낼 수 있는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에 위치한 브뤼셀공항(Brussels Airport, 자벤템공항으로 불리기도 한다)은 벨기에 항공물류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브뤼셀공항의 캐치프레이즈는 ‘The Heart of Europe(유럽의 심장)’이며, 관리는 브뤼셀공항국영기업(Brussels Airport Company)에서 담당한다.

약 1,300만㎡의 면적으로 다른 세계적인 공항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브뤼셀공항국영기업은 공항에서 차로 5분만 가면 도착할 수 있는 아담한 4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브뤼셀공항의 경우 기본적으로 벨기에 주변 500km 내 운송을 커버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과 네덜란드, 독일, 룩셈부르크, 프랑스, 스위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700km로 좀 더 넓히면 체코와 오스트리아까지 가능하다. 즉, 그 범위 안에 있는 물류단지나 물류센터, 제조공장 등으로 접근이 매우 용이하다. 또한 육로와 철도에 빠르게 화물을 내리고 보낼 수 있도록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인근의 주요 공항과의 거리를 살펴보면 암스테르담공항과 뒤셀도르프공항까지 200km, 런던공항과 파리공항까지 300km, 프랑크푸르트공항까지는 400km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만 취항하고 있으며, 여객의 경우 네덜란드를 경유해야 한다. 브뤼셀공항에는 일반 화물을 취급하는 업체가 150여개, 의약품(콜드체인) 관련 물류기업은 25개사가 있다(5월 기준).

급성장한 의약품 물동량
브뤼셀공항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의약품 물류다. 2000년대 들어 벨기에의 의약품 취급량은 단 한 번의 하락세 없이 증가해왔으며, 2012년부터는 주변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는 물론 서유럽국가들보다 취급 물량이 많다는 점은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을 받는다.

항공 의약품 물동량의 경우 벨기에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5.7% 성장했는데, 이는 유럽 전체 평균인 3.2%를 상회하는 수치다. ‘고객의 불만은 우리의 불만’이라는 모토 아래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등 항공산업과 관계된 기관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제약과 관련된 전문훈련기관(IATA BRU Training School)이 위치하고 있고,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브뤼셀공항의 의약품 물류 전략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유럽이 선호하는 의약품의 관문(PreferedEuropean Pharma Gateway)으로 거듭나자.’

브뤼셀공항의 의약품 시설 규모
IATA가 지정한 브뤼셀공항의 코드는 BRU이며, 브뤼셀공항의 화물부문은 흔히 BRU카고라고 부른다.

브뤼셀공항의 북서지역에 항공화물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130ha 부지에 120,000㎡의 화물 계류 공간(Apron)을 두고 있다. 또한 트럭 접안을 위한 도로와 램프시설이 포함된 물류센터의 면적은 95,000㎡이며, 일반 물류센터는 180,000㎡ 규모다. 총 12대의 화물기가 정지할 수 있으며, 모든 도로는 고속도로와 직접 연결된다.

이곳에는 화물 터미널과 항공사, 하역업체, 포워더(화물주선업자)들의 기반시설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화물기들이 물류센터 뒤에 정지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기반 시설 중에서 의약품을 다루는 시설이 있는데, 크게 2개 라인으로 구성된다. 모든 라인에는 전문적으로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입주해있다.

첫 번째 라인은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콘솔사, 하역업체와 협업하는 포워더, 제약업체,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 의약품 유통기준으로써 의약품 전용 창고와 유통센터의 품질에 대한 기준을 규정함) 라이센스를 획득한 보관업체(물류센터)들이 위치하고 있다.

두 번째 라인은 의약품의 허브로 대형 제약사(개발), 의약품 전문 콘솔사, GDP를 충족한 보관업체들이 있다.

첫 번째 라인은 6,315㎡의 부지 중 4,400㎡의 면적을 이용하고 있으며 2~8도를 유지하는 공간은 1,800㎡, -20도가 유지되는 공간은 115㎡, 나머지는 15~25도로 온도가 조절된다. 두 번째 라인은 7,000㎡의 부지 중 6,250㎡의 면적을 이용하고 있으며 2~8도를 유지하는 공간은 700㎡, -20도가 유지되는 공간은 50㎡.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공간은 15~25도 사이를 오가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나땅 드 바르크(Nathan De Valck) 브뤼셀공항 항공물류 부문 영업 및 마케팅 매니저는 “현재 총 13,315㎡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여서 올해 연말에는 15,0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적이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순수하게 의약품만 취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유럽 내에서 제일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럭이 상하차를 할 수 있는 구역은 창고에서 30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창고에서 화물기까지의 거리는 100~120m정도에 불과하다(최대 300m를 넘지 않는다). 작업하는 시간도 매우 짧기 때문에 수출입 과정에서 화물기와창고, 트럭으로 의약품을 옮기는 동안에도 온도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CEIV Pharma, 의약품 물류의 신뢰를 인증하다
나땅 드 바르크 매니저는 기자에게 화주(고객사)가 공항에 요구하는 사항은 3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화주들은 가까운 직항 루트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비행보다 3~4편 이상 비행하는 항공사를 선호한다. 그래서 브뤼셀공항은 화물기뿐만 아니라 일반 여객기에도 의약품을 싣는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품질이다. 특히 품질은 매우 중요하다. 화주들은 투명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의약품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물류서비스를 원한다.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찾기 어렵다. 평균적으로 전체 공항에서 2% 정도가 의약품이며, 브뤼셀공항은 5~6%를 차지한다. 미미한 수치이지만 퀄리티가 낮으면 물량을 유치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퀄리티 향상을 위한 인증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BRU카고 인증 프로그램 개발은 IATA와 손을 잡으면서 가속화됐다. 의약품을 취급하는 공정을 평준화시키고 일정한 기준, 즉 표준화된 기준을 만드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의약품마다 취급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브뤼셀공항은 가장 먼저 모든 공정을 정리하여 표준화된 인증 기준을 개발해 적용한 공항이 됐고, 이는 온도 변화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공항은 물론 항공사, 지상에서 화물을 취급하는 에이전트, 포워더, 트럭운송사, 해운선사, 그리고 입법기관이 연계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인증 개발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브뤼셀공항은 제약사들에게 프로그램의 가치를 설명하고, 지원해달라고 설득했다. 모든 결과는 제약사의 사인이 들어간 문서로 만들었다. 또한 입법기관에도 같은 내용의 문서를 요청했다. 여기에는 인증을 위한 지원과 워크샵 활동에도 참가하겠다는 항목도 포함됐다.

2013년 말 브뤼셀공항은 체크리스트를 개발하고, 2014년 초부터 총 11개 제약사들에게 전달해 승인(참여)을 요구했다. 2분기에는 입법기관, IATA와 본격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글로벌 회사들에게도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것이었다. IATA의 ‘시간과 온도T/F팀(Time and Temperature Task Force)’의 공조 하에 보완된 체크리스트는 인증 프로그램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3분기에는 최종 선정된 물류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2개 그룹으로 나뉜 기업들은 브뤼셀공항에 마련된 전문훈련기관(IATA BRU Training School)에서 교육을 이수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증의 이름은 ‘CEIV 제약(CEIV Pharma Certification)’이다.

270여개 항목…전문가 4명 확보해야
인증에 따른 실제 작업과정은 준비, 분석, 승인으로 나뉜다. 그리고 모든 과정을 체크하는 항목이 마련됐는데, 약 270여가지에 달한다. 체크리스트의 뼈대는 GDP의 가이드라인이었으나 이를 더 세밀하게 발전시켰다. 여기에 품질관리시스템과 백업 프로세스, 트레이닝 과정도 포함되어있다. 백업은 잘못된 경우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며, 트레이닝은 전문인력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과 함께 회사 내에 의약품 관련 전문가가 최소 4명이 상주해야 하며, 의무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모든 항목을 충족한 회사는 인증을 부여받는다.

CEIV Pharma인증 개발 프로젝트에는 총 9개의 제약사가 참여했는데, 화주인 이들은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인증을 획득한 물류기업을 믿고 더 많은 물량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우대 정책을 편 것이다.

즉, 브뤼셀공항의 인증 개발 노력은 CEIV Pharma 인증의 탄생이라는 성과와 더불어 유럽 내에서 벨기에가 의약품 물류의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미니인터뷰 / “CEIV Pharma인증, 의약품 안전 운송의 필수 요소”
나땅 드 바르크(Nathan De Valck) 브뤼셀공항 항공물류 부문 영업 및 마케팅 매니저

Q : CEIV Pharma인증 프로그램의 현황이 궁금하다.
A : 올해 말까지 CEIV Pharma인증을 획득한 20여개 기업이 브뤼셀에서 유통되는 모든 의약품의 95%를 취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CEIV Pharma인증은 의약품을 더 안전하고 신속하게 운송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

Q : CEIV Pharma인증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A : 현실적으로 새로운 인증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물류기업의 자발적 참여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때문에 우리는 입법기관에 지원을 요청했고, 관련 법안이 제정되면서 기업은 CEIV Pharma인증에 가까운 수준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이에 화주들이 인증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문서를 가지고 물류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Q : 인증업체를 더 늘릴 생각이 있나?
A : 브뤼셀공항은 CEIV Pharma인증에 대한 권한이 벨기에 지역에 한정되어있다. 글로벌 시장에 보급하는 것은 IATA가 맡는다. IATA는 이 프로그램을 수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몇 년 뒤에는 전 세계 표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이미 20개 업체가 CEIV Pharma인증에 참여하고 있고, 그들이 담당하는 물량이 올해 말까지 약 9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추가로 인증을 발급할 계획은 앞으로 없을 것으로 본다. 나머지 5%는 인증이 없어도 제약사에서 해당 기업에 물류를 맡기는 경우가 될 것이다. 인증획득에 강제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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