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요즘 TV에서 가장 뜨고 있는 아이템은 쿡방이다. 기존의 요리방송이 심하게 무미건조한 것에 반해 요즘의 쿡방은 재미와 이야기가 가미된 엔터테인먼트 쿡이다. 엔터테인먼트 쿡이라고 해서 너무 가볍지도 않고 해당 요리의 맛도 있으니 금상첨화다. 홈쇼핑에서 식품을 방송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어떻게 보면 쿡방의 원조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쿡방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정말 쉽게 요리를 한다는 것이다. 요리가 내공이 있는 주부나 우리의 어머니가 해야 맛이 있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완전 벗어 던져 버리게 했다.

특히 싱글족이나 1인 가구가 집에서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거나 즉석요리로 대체했던 것을 ‘와, 저렇게 쉬우면 나도 할 수 있겠는걸!’ 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고, 실제로 그렇게 도전해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 아내 역시 백선생표 김치찌개라며 자신 있게 내 놓는 걸 보고 쿡방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쿡방의 위력을 보면서 예전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필자의 기억에는 90년대 중반으로 그 당시 EBS에서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풍경화를 너무나 쉽고 편하게 그리는 것이다. 필자가 학교에서 배웠던 풍경화를 그리는 방법은 초고난도의 기술과 예술적 감성이 있어야만 그릴 수 있는 절대 근접 불가의 영역이었다.

참고로 필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미술 시간을 정말 싫어했던 한 사람으로 미술에 소질은 정말 없는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미술 시간을 돌이켜 보면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의 교육 방식이 정말 맞지 않았던 건 확실하다. 배우는 입장에서 선생님의 교육 방식을 운운하는 것이 불찰이긴 하지만 정말 재미는 없었다.

그랬던 필자가 EBS의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림 그리기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그림을 그리자고 한 사람은 밥 로스라는 화가다. 그가 풍경화를 그리면서 우리에게 이야기 한 것은 먼저 스케치를 잘 해야 하고 정형화된 틀처럼 색칠을 꼼꼼히 해야만 완성되는 풍경화가 아니었다.

그저 그냥 유화를 가지고 본인이 그리고 싶은 데로 계속 덧칠하면 어느 누구의 유명한 작품보다 더 잘 그려진 풍경화가 되었다. 이미 고인이 된 밥 로스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나 쉽고 재미있는 창작 활동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필자도 알게 되었다.

TV에서 쿡방이 한참 뜨고 있지만 우리 유통과 물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배송리드타임과 홈쇼핑이다. T-커머스를 통한 대기업의 홈쇼핑 진출이 업계의 관심이 되었고, 여기에 공영홈쇼핑도 이제 정식으로 런칭을 시작한다.

또한 모바일에 대한 온라인쇼핑의 쏠림 현상이 당일 배송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7년에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쇼핑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서점의 과도한 경쟁에서 촉발된 당일배송서비스가 2015년에 다시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2007년과는 양상이 너무 다르다. 시장 환경이 너무 급변했다.

우선 모바일이라는 독보적 채널을 기반으로 전 세계가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인해 단일 시장화 되었다는 점이다. 2007년에 아마존은 그냥 미국의 인터넷쇼핑몰이었지만 지금의 아마존은 전 세계인의 온라인 쇼핑몰이 되었다.

두 번째는 아마존의 성장 모델이 E-커머스 시장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 돼서 그렇게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E-커머스가 기존 E-커머스 시장을 위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E-커머스의 변화가 스마트폰의 탄생을 전후로 차원이 달라진 것 같다. 이런 현상을 종합해 보면 2015년이 E-커머스의 빅뱅 시기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제까지는 대부분이 E-커머스의 놀라운 성장과 장점에만 집중해 있었다. 그런데 빅뱅의 시기인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인 약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E-커머스의 가장 큰 약점은 주문한 상품이 자신에게 배달 될 때까지 실물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물을 볼 수 없는 E-커머스는 택배를 통해 고객에게 보여 지게 된다. 즉, 볼 수 없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에게 빨리 보여 지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극복 방법은 온라인 본연의 가치인 가격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배송리드타임의 단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통과 물류의 역할 분담은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현재까지 볼 수 없는 것을 보여 지게 하는 가장 경쟁력 있는 시스템은 택배다.

다른 말로 하면 택배시스템보다 더 값싸게 보여 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E-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한 시스템이 택배다. 그런 택배를 배송리드타임의 경쟁으로 인해 E-커머스 회사가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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