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바나나’ 벨기에 물류산업의 현황과 특징

물류신문은 지난 5월 주한벨기에대사관과 플란더스무역투자진흥공사(Flanders Investment & Trade)의 협조를 통해 벨기에를 방문해 취재 활동을 벌였다. 이번 취재를 통해 벨기에의 물류산업 현황과 제도를 살펴보고, 현지 유력 물류기업들은 물론 공항과 항만 등 주요 기반 시설을 찾아가 관계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벨기에 정부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은 물론 물류산업 육성을 위한 기관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유수의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하고, 기업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물류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물류신문은 7월 1일자 지면부터 연재되는 ‘유럽물류의 심장, 벨기에를 보다’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 물류산업과 현지의 풍경을 소개한다. 첫 회는 벨기에 물류산업의 현황과 정책적 지원 등을 살펴본다.

 
북유럽에 위치한 벨기에(Belgium)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01년 벨기에와 ‘우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한 첫 번째 나라가 벨기에이며,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다.

최근 대중적으로 벨기에를 널리 알린 것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벨기에 청년의 인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로 여행업계에서는 방송 이후 벨기에를 찾는 여행객이 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벨기에는 우리나라 경상도와 비슷한 약 3만 528㎢의 국토에 1,100만여 명이 사는 작은 나라이지만, 1인당 GDP는 약 4만 1,267달러(International Monetary Fund 기준)에 달한다.

벨기에의 언어는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벨기에 인구의 상당수는 플라망족(약 58%)과 왈론족(약 31%)이 차지하고 있는데, 대개가 각각 북쪽과 남쪽에 거주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독일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고 있으나, 지역마다 주로 구사하는 언어가 다르다. 북부는 주로 네덜란드어를, 남부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중심에 위치한 수도인 브뤼셀(Brussels)은 2개 언어를 모두 사용한다. 독일어는 일부 공동체에서 쓴다.

 
지역마다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벨기에 사람들은 영어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도 서로 다르다. 북부지역의 플란더스(Flanders, 혹은 플레미쉬(Flemish)라고 부르기도 한다)와 남부지역의 왈론(Walloon), 그리고 수도인 브뤼셀은 각각 자치정부와 의회, 행정기관을 가지고 있다. 즉, 벨기에는 3개 지역의 연방국가다.

현지 교민인 정은진 통역사는 “플란더스(북부)와 왈론(남부)의 언어가 다르다보니 TV채널도 다르고, 뉴스에서 다루는 사건도 각각인 경우가 많다. 생활양식이 조금씩 다르다고 보면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플레미쉬 고어(古語)다. 네덜란드어와 비슷한 형태인 벨기에의 옛말로 북부지역과 브뤼셀에서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사라져가고 있어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물류의 조력자, FIT
기자가 벨기에에서 처음 찾아간 곳은 플란더스무역투자진흥공사(FIT, Flanders Investment & Trade)다. 브뤼셀의 중심가인 북역 근처에 위치한 FIT는 플란더스 지역, 즉 벨기에 북부지역과 브뤼셀에 기반을 둔 기관으로 지역 내 기업의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플란다스 지역에 자리한 기업들이 해외에 수출이나 해외 활동을 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들은 플란더스에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기업을 유치하거나, 법인을 확장하고자 할 때 도움을 주고 있다.

FIT는 브뤼셀에 본부가 있으며, 플런다스 지역과 왈론지역을 포함한 벨기에 전역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에 90여 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술탄 데미르(Sultan Demir) FIT 투자부문 부국장(Deputy director inward investment)은 “벨기에와 플란더스 지역은 물류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에서는 많은 해외 직접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투자기업은 고객들 가까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럽에서 서비스를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지역은 플란더스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한다. 때문에 해외(특정국가)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를 통해 기반을 닦는다. 그러나 현지의 시장동향과 비즈니스 환경을 현지인만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외투자는 큰 도전과제가 된다. FIT는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벨기에, 플란더스 지역의 강점을 알리고 있다.

물류혁신 전문기관 ‘VIL’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운송, 비용 절감, 유연성과 서비스 품질 확보 및 향상, 종합적인 물류관리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플란더스 정부도 이러한 경향에 주목하고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의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방침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 VIL(Flanders Institute for Logistics, VIL은 네덜란드어 표기인 Vlaams Instituut voor de Logistiek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이라는 물류전문 연구기관이다. VIL은 플란더스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물류를 추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데미르 부국장은 “VIL은 물류산업에 최적화된, 풀류를 위한 오픈된 혁신 플랫폼이자 섹터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업계에 접근할 때에도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소기업부터 대기업으로)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VIL은 매년 회원숫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VIL의 회원은 2013년 기준 410여 개 사에 이른다).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3PL)과 선주(해운) 등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기업들이 법적회원(Statutory Member)지위을 얻는다. 준회원(Associated Member)은 물류와 관련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IT나 컨설팅, 부동산 등 관련 기업들이다. 벨기에의 경제는 일반적으로 작은 기업(중소기업, Small and Medium sized Enterprise)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을 위한 특별한 지위(Supporting Member)인 서포팅 회원으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VIL의 목표는 기업들을 자극시켜 혁신을 시도하도록 유도하고, 벨기에 물류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VIL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눈여겨볼 것은 전문적인 리서치 활동이다. VIL은 업계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공을 들인다. 토픽을 선정하면 이에 따른 리서치 활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응용활동에 들어가는데, 응용활동이란 파일럿 프로젝트(Pilot Project, 시범사업)를 뜻하며 적합한 기업을 선택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VIL은 매년 많은 리서치 결과물을 발표해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벨기에 내에서도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3년 한해동안 VIL의 프로젝트에는 벨기에 현지기업과 해외기업까지 총 151개사가 참여했으며, 9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 해 VIL은 19번의 행사를 개최했으며, 총 1,747명이 참석했다.

최근 VIL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16개에 이르며, 녹색물류부터 스마트기기,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벨기에 물류의 핵심, ‘골든바나나’
“벨기에는 물류산업에 있어 낙원이라고 불린다. 유럽 심장부의 한 가운데(Center)에 있는데다, 골든바나나(Golden Banana)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술탄 데미르 부국장은 벨기에 물류산업의 지리적 강점을 묻자 주저 없이 골든바나나를 꼽았다. 골든바나나는 영국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포함된 바나나 모양의 지대를 뜻한다.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발전된 지역이 모여 있는 곳, 사람과 자본과 기업의 비즈니스가 집중되는 곳이다. 특히 유럽 내 구매력의 80%를 점유하고 있어 ‘골든’바나나라고 불린다. 소비인구는 5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는 골든바나나를 포함한 반경 750km 내 지역에 24시간 내 운송이 가능하다. 유럽 최대 중심가를 단 하루 만에 배송 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데미르 국장은 ‘촘촘한 벨기에의 물류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을 통해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같은 인접국가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중동, 터키까지 화물을 손쉽게 운송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있는 브뤼셀만 하더라도 고속철도를 타면 1시간 반만에 영국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파리에 갈 수 있다. 브뤼셀 공항(자벤텀 공항으로 불리기도 한다)도 있다. 지리적 위치와 네트워크의 우수성이 벨기에의 최대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VIL은 벨기에의 물류 경쟁력의 원천(Hot Spot)으로 5개의 주요 관문(Main Gate)을 꼽았는데, 바로 앤트워프(항만), 지부르제(Zeebrugge, 항만), 오스텐드(Ostend, 항만), 겐트(Ghent, 항만), 브뤼셀(공항)이다. 각 관문은 기반산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운하와 철도를 통해서도 동유럽으로 자유롭게 화물을 보낼 수 있다. 운하는 네덜란드 다음으로 조밀한 운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벨기에에 유럽 최대 물류센터를 짓는 나이키
기자는 취재 도중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오는 2016년까지 벨기에 플란더스 지역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짓는다는 소식이었다.

나이키의 물류센터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인 4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주변 녹지를 살린 친환경 물류센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커버 지역이다. 새 물류센터는 벨기에는 물론 유럽 내 32개 국가의 물량을 커버하게 되며, 유럽의 중앙본부 역할을 맡게 되는 것.

이와 함께 나이키는 물류센터 운영에도 나설 계획이다. 제조사가 직접 물류를 진행하는 것이 고객에게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술탄 데미르 부국장은 “각 지역마다 물류센터를 두고 해당 국가를 커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이키는 벨기에 플란더스가 다른 유럽국가에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교통 요충지라는 점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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