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의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 세계 최초로 운행 허가 받아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전 세계 육상운송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인력 부족이다. 장거리 운전에 따른 높은 피로도와 위험성에 비해 부족한 임금과 복지환경으로 화물차 운전업을 꺼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으로 물동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고령화로 젊은 노동자가 부족해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를 운전할 사람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곳은 운송업계만이 아니다. 화물차를 제조·판매하는 자동차업계도 울상이다. 차를 만들어도 운전할 사람이 없을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기업들이 자동 운전을 하는 자동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2012년 구글카(Google Car)를 시작으로 자동차, IT기업들이 무인 자동차의 시범 운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문제와 함께 안전성의 문제로 크게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8일 독일의 다임러 AG가 자동 운전기능을 탑재한 대형 트럭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을 공개하고, 미국 네바다 주로부터 도심 주행이 가능한 번호판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자동 운동 트럭에 대한 주행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다임러의 볼프강 버나드 버스·트럭 부문장은 “복잡한 일반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상용화가 더욱 빠를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2025년 전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장거리·장시간 운전에 시달리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피로로 인해 발생하는 중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고, 효율적인 자동 운전으로 연비를 개선해 운송 비용을 삭감하는 등 자동 운전 트럭이 ‘물류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심 주행 가능한 번호판을 美 네바다 주로부터 취득
‘AU 010’.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은 자동 운전 트럭의 번호판 번호이다. 이번에 번호판을 달고 자율 주행을 한 다임러의 자동 운전 트럭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은 다임러가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18륜 트럭의 하이테크 버전으로,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에 자동주행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달린다.

이 40톤 트럭은 하드웨어 상으로는 현재 다임러가 판매하고 있는 최신 트럭이나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미러 카메라, 스테레오 카메라 등 입체식 카메라가 차선을 읽고, 단거리·장거리용 레이더 2개가 도로를 스캔해 장애물을 탐지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다르다.

또한 후방 센서, 차량 간 커뮤니케이션과 레이저 화상검출 및 거리측정 장비(Laser Imaging Detection and Ranging, LIDaR)가 없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자동 운전 트럭의 소프트웨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동 운전차를 위해 개발한 것의 개량 버전으로, 차선 유지, 충돌 회피, 속도 조절, 브레이크 및 스티어링 조작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운송에 관한 업무를 ‘운전하면서’수행할 수 있어
이 자동 운전 트럭의 안전성이 입증돼 상용화되면 어떻게 될까? 외곽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화물을 실은 자동 운전 트럭이 고속도로에 진입을 하면 운전자는 자동주행모드로 전환하고 핸들에서 손을 뗀다. 자율 주행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한 후 대시보드 중앙에 장착된 탈착식 정보단말기 ‘Galaxy Tab 4’를 떼서 거래처와 통화를 하거나 배송처를 확인하는 등 운송에 관한 업무를 ‘운전하면서’ 처리한다.

이때 자동 운전 상황은 실시간으로 공유·관리된다. 자율주행으로 장거리를 달려온 자동 운전 트럭이 도심 부근에 들어서면 다시 수동주행모드로 전환한 후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해 복잡한 일반 도로를 달려 배송처에 도착한다.

다임러 관계자는 “자동 운전 트럭은 화물차 운전자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춰 안전성을 높이고, 자동주행 중 다른 업무 처리를 가능하게 해 운전자의 역할을 넓히는 것을 지원한다”라고 덧붙였다.

안전을 위해 ‘반’ 자동 주행…차량 간격 유지·차선 변경 불가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의 자동 운전은 제한적이다. 자동 운전은 고속도로에서만 할 수 있고 반드시 안전한 차량 간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차선 변경도 할 수 없다. 또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운전자가 트럭을 제어할 수 있는 수동전환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으며 항상 운전자가 탑승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주행하는 도로에 눈이 쌓여 흰색 차선이 보이지 않게 되면 바로 소리와 아이콘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한 후 수동 운전으로 전환된다. 5초 이내에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을 경우 자동 운전 트럭은 서서히 속도를 떨어뜨리다가 멈춘다.

다임러가 도심 주행의 안전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네바다주 당국이 번호판을 주며 보증에 나섰지만, 자동 운전 트럭은 아직 시험 차량의 단계다. 앞으로 눈, 비, 극한의 기온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수백만 km의 시험 주행을 통과하지 못 하면 판매할 수가 없다.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장거리 육상운송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켜
최근 미국의 한 대형화물 운송업자는 자사 차량에 차선 통제와 자동 브레이크 등 안전과 관련한 자동화 기술을 적용했다. 기업 입장에서 큰 투자를 한 이유는 확실한 경제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의 최종 목적지는 자동 운전 트럭이라 할 수 있다.

자동 운전 트럭은 끊임없는 교통사고나 심각한 인력난 등 현재 운송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미래의 화물차가 장거리 육상운송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키고 환경 부하도 줄인다는 것은 확실하다. 더욱이 화물차 운전자가 물류 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물류업계에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기술과 안전의 문제로 인해 자동 운전 트럭은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나침반의 역할은 할 수 있다. 물류업계가 간과할 수 없는 매력적인 기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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