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의 스마트물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마스크와 손세정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일반 마스크보다는 공기 중 미생물을 잘 거를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N95(식약처 기준 KF94) 이상. ‘N95’라는 것은 공기 중 미세물질을 95%이상 걸러준다는 의미)를 권장하여 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모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준비한 제품 4만개가 10시간도 안 되어 매진되었으나 정작 물류센터에 보관 중이던 제품이 다른 곳으로 팔려가버려 하나도 배송을 못해주는 사태도 발생하였다.

서울 일부 약국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보건용 마스크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조선닷컴, 2015.06.04.). 최근에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택배상품과 택배기사에 의해 감염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다(교통신문, 2015.06.09.).

다행히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서 머지않아 이런 사태는 가라않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앞으로 이보다 더한 사태로 보건용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이 필요한 사태로 발전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만 해도 끔찍해진다.

비상사태에도 공급망을 유지시키는 ‘인도적 물류’
‘인도적 물류(Humanitarian logistics)’는 자연재해나 비상사태 발생 시 관련 지역 및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유지해주는 분야이다. 비상사태가 나더라도 많은 경우 상업적 공급망이 해결해주고 있지만 재해복구를 위해서는 공적인 물류활동이 필요하다.

인도적 물류에는 자원의 형태나 양, 필요한 공급자원의 구매와 재고 유지, 재해발생지역에 필요한 교통 및 자원제어, 인도적 물류활동을 위한 인적자원 구성과 팀업 등이 중요한 요소들이다.

필자가 인도적 물류를 처음 접한 것은 박사과정 중 미국CSCMP(공급망전문가협의회 연차대회)에서 특별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이다. 당시 발표된 논문주제 중 하나가 서방선진국들의 식량원조에도 아프리카의 수많은 빈민들이 배고픔에 죽어가는 이유가 공급망의 부재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도시 내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세계 최강대국 미국 시카고 한구석에서 지금도 굶어 죽어가는 미국인이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흥미있게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물류활동을 통합·조직화할 것인가?
인도적 물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각 물류활동자(국가기관이나 단체, 기업 등)들의 물류활동을 통합하여 조직화시킬 수 있는가 이다. 실제로 재난이나 위기발생 시 물류조직의 통합과 운영은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면 매우 어렵다.

인도적 물류에 대한 연구에서 재난에 대비하여 물류창고를 설계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논제이다. 물류창고는 적정량을 적시에 배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보관에 따른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류센터 역시 최대한의 응급대응을 최소한의 시간에 수행할 수 있도록 적합한 위치에 설치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나 수학적 모델링은 최근의 에볼라 바이러스나 2010년의 하이티 지진, 연이은 허리케인 등을 계기로 미국 MIT나 조지아 택 대학 교수들의 주요 연구테마였다. 수송물자나 물류장비에 대한 관리나 물류팀의 운영도 매뉴얼에 의해 준비되어야 하는데 특히 아래 그림과 같이 국가와 지자체(재난지역의)의 협력과 조정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통합조직·매뉴얼 등 사전 준비가 중요해
공급망관리기술의 발전은 안전재고나 주문빈도 등에 따른 적정재고수준 유지라든지 최적 물류창고 위치 등을 가능하게 하고, ICT와 연계된 첨단물류기술의 발전은 재난발생지에서 적재적소에 물자가 공급되도록 실시간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위해요소분석 등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인도적 물류를 위한 기본적인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통합물류조직의 결성 및 운영(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단체 등)
- 3단계 대응체계 매뉴얼화(재난대비, 응급대응, 재건)
- 공급망 관리 및 보호(제한된 자원과 교통네트워크, 컨트롤 부재 등의 원인)
- 시간과 효율(대부분의 재난은 시간과 직결되므로 실시간 물류 관리 및 제어가 필수적임. 드론 등 기술개발도 고려)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인도적 물류’의 가치 알아야
인도적 물류는 공공적 성격이 매우 커 상업적인 가치를 판단하기 매우 어려운 분야이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물론 테러 등 인위적 재해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 국내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사고만 하더라도 인도적 물류에 대한 무지로 인해 생명이나 재산을 포기해야 한 경우가 수없이 많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메르스로 인해 격리된 전북 순창군 장덕마을에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했다고 한다. 70대 환자 1명이 전체 마을을 격리시켰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인도적 물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견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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