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감소했던 물류자회사 설립 다시 증가

과거 물류업계에 유행처럼 번졌던 물류자회사 열풍이 다시 불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대 초 다수의 대형 그룹사들 사이에서는 기존 물류부서 조직을 분사시켜 별도의 물류자회사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오늘날 물류산업을 대표하는 많은 물류기업들의 대부분이 당시 설립된 기업들로, 그룹의 물량을 등에 업고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한 곳들이 많다.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물류기업 중 물류자회사들의 비중은 상당히 높다. 이런 배경 때문에 물류업계는 항상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는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는 대형 그룹사들이 줄어들었는데, 최근 들어 물류자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 그룹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S그룹과 H그룹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유통그룹인 D그룹과 수산유통그룹인 D그룹도 물류자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유통회사인 D그룹은 최근 분산돼 있는 물류영역을 한 계열사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통합 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물류전문회사를 설립해 분사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합 작업은 오는 8월까지 진행되며 내년 초 물류법인을 만들 계획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식품유통회사인 D그룹 역시 물류자회사 설립을 위한 사업성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 비전을 비롯한 중장기사업 계획 수립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물류
과거에는 물류자회사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았다.

물류자회사는 물류 최적화를 위한 수단이 아닌 그룹의 비자금을 생성하는 창구로 이용된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 내 비자금 생성 창구의 역할을 담당해 검찰 조사를 받은 업체도 여럿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는 물류가 해당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으로, 기업 내에서 물류의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물류자회사들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여러 그룹들이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 물류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유통환경의 변화와 거래처의 다양한 니즈 등으로 신속 정확한 물류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만 할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다보니 물류를 직접 수행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외형 확대가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물류비는 단순히 지출에 불과했지만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면 지출을 매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외형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과 물류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확대 및 물류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룹 위기 때 알짜 회사로 매각도 가능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물류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하려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경제 성장기에는 안정적인 물류서비스 확보를 위해 물류자회사를 설립했다가 장기간 진행된 경기침체로 경영이 악화된 그룹들이 물류자회사를 매각하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룹 내 위기로 매각된 물류자회사 사례로는 현대로지스틱스, 대한통운,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2010년 이전 물류자회사를 매각한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신세계그룹 등이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6년 택배전문 자회사였던 HTH를 CJ GLS에 매각했으며, 신세계그룹은 2008년 그룹 계열 택배회사였던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를 한진에 매각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물류기업들의 매각 사례를 살펴보면 그룹들에게 실보단 득을 가져다 준 경우가 많다. 성장세가 꾸준했던 물류자회사들은 그룹의 위기 때 제 값 받고 팔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로 성장해 그룹들이 내세울 수 있는 좋은 위기 극복 카드의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투자 대비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단 이들의 대부분은 그룹 내 물량 외 다른 기업들의 물류까지 대행하고자 사업을 확대함은 물론 사업을 다각화한 이들이 많다.

한 물류전문가는 “물류자회사 설립의 취지는 그룹마다 다르지만 물류자회사를 설립한 이들 중 손해를 본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득을 본 사례가 많다. 이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최근 물류자회사 열풍이 다시 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기존 물류자회사들은 종합상사로까지 영역 확대
새롭게 물류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곳들이 여럿인 가운데 기존에 설립된 물류자회사들은 또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존하는 물류자회사들의 대부분은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해왔으며, 사업 영역도 다각화하고 있다. 물류의 범위가 넓어지며 구매 등을 담당하게 되는 등 종합상사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룹 내 유통을 담당하는 곳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현대글로비스와 세아엘엔에스, 북센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는 한 물류자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우수한 제품을 중국 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단순히 그룹 내 물류업무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의 중심에 위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