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사업자를 위한 법률상담

Q
유럽의 수출자 A는 아프리카의 수입자 B에게 경유를 판매하였고, B는 다시 아프리카기업 C에게 그 경유를 판매했다. C의 신청에 의해 D은행은 B를 위한 신용장을 개설하였고, 이는 신용장확인은행인 E에 의해 확인되었으며 신용장은 이후 A에게 전달되었다.

위 경유 화물은 두 번의 선적화물로 운송되었는데, 두 번째 선박으로 운송된 두 번째 화물에 대한 선하증권은 A의 대리인 역할인 ‘F의 지시에 따라’로 수하인이 기재된 지시식 선하증권이었다.

화물이 도착했는데 첫 번째 화물이 요구된 품질에 미달하여 B와 C는 위 첫 번째와 두 번째 화물을 모두 거절하였다. 이후 C는 첫 번째 화물은 할인된 가격에 매수하기를 제안하였으나 두 번째 화물에 대해서는 이와 같이 하기를 거절하였다. 결국 신용장은 첫 번째 화물에만 해당하는 수량과 가격으로 수정되었고 그 수정된 신용장은 E에 보내졌으며 B는 이에 동의하였다. E는 다시 수정된 신용장을 A에 보냈으나 A의 동의를 받기 전에 E는 D에게 B가 신용장 수정에 동의하였다고 통지하였다.

그동안 A는 첫 번째 화물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았으며, 또한 E에게 선적서류를 제시하며 두 번째 화물에 대하여도 원래의 신용장에 따라 대금지급을 요구하면서 E에게 자신은 신용장 수정을 거부한다고 통지하였다(2010년 6월 4일).

E는 처음에는 신용장 수정을 근거로 선적 서류를 거절하였으나 논의 협상과 A에 의해 소송을 당하게 된 후 결국 자신이 원래의 신용장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여야 함을 인정하고 A가 청구한 금액을 지급하였다(2010년 7월 7일).

그 사이에(2010년 6월 19일) 두 번째 선박의 선주는 보상장을 A로부터 받고 두 번째 화물을 양하하였다. 화물은 B에게 대금을 지급한 새로운 매수인들에게 지급되었으나 B는 A나 E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B는 부당이득을 얻게 되었다.

이 부당이득은 결과적으로 E가 A의 사전 동의를 얻기 전에 B가 신용장 수정에 동의하였다고 D에게 잘못 통지한 것 때문이었으며, 결국 E는 A에게 원래의 신용장에 따른 모든 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나 D로부터는 수정된 신용장에 따른 금액만을 상환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E가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으로서 두 번째 선박의 선주를 상대로 화물 불법인도에 기한 소송을 제기할 권원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A
최근 영국법원(Court of Appeal Decision)은 ‘Erin Schulte’호 사건[Standard Chartered Bank v. Dorchester LNG (2) Ltd. (2014)]에서 2010년 6월 4일 A를 대리하여 F가 선하증권을 제시하였을 때 E가 처음에 그 선하증권을 거절하였으므로 그때 E는 단지 F의 지시에 따라 선하증권을 점유하고 있었을 뿐이므로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이 아니었다고 판단하였다(법원은 “An indorsement by delivery requires the voluntary and unconditional transfer of possession by holder to the indorsee and an unconditional acceptance by the indorsee”라고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E가 2010년 7월 7일 신용장 금액 전액을 지급하였을 때 A는 E가 선하증권을 소지할 권리가 있으며 이때 E가 적법한 선하증권 소지인이 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한편 영국 1992년 해상화물운송법 제2(2)(a)조에 따르면, 화물이 인도되면 선하증권은 무효(“spent”)로 되기 때문에 화물이 인도된 이후에 선하증권을 소지하게 된 당사자는 적법한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니다. 하지만 위 법원은 본건 두 번째 화물이 양하된 날(2010년 6월 19일)보다 E가 신용장 금액 전액을 지급한 날(2010년 7월7일)이 늦기는 하지만, 화물이 인도되어 선하증권이 무효(“spent”)된 날보다 앞선 계약 또는 거래(contract or transaction)에 따라 선하증권을 소지하게 된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며, 본건에서는 원래의 신용장에 따라 대금을 지급한 것이 위 앞선 거래(transaction)에 해당되므로 E는 본건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이 된다고 판시하였다(영국법원은 말하자면 추인의 법리를 적용하여 융통성 있는 해석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영국법상의 요건과는 달리 우리나라법상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인지 판단 여부는 그 근거 거래(underlying transaction)가 화물이 인도되어 선하증권이 무효(“spent”)된 날보다 앞서는지(즉 화물이 선상에 있는 동안 또는 운송인에 의해 인도되기 전) 여부를 판단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배서 양도에 의한 선하증권의 선의 취득자 요건을 갖추는 한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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