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공급망 관리·치밀한 배송체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강구해야

세계 물류의 중심축이 유럽, 미국에서 중국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중국 물류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우리나라 물류산업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많은 영향을 미치게 돼있다.

특히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 택배시장을 놓고 중국 택배업체들과 세계 유수의 특송업체들이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국내 택배업체들이 어떻게 생존할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중국 택배 처리물량 140억 건…어느새 세계 1위
중국 국가우정국에 따르면 2014년 12월 말 기준으로 중국 택배 처리물량은 전년대비 51.9% 증가한 139억 6,000만 건을 돌파했다.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물량 증가 속도도 눈부시다. 2011년 3월 이후 연속 46개월 평균 증가율이 50% 이상에 달할 정도다. 1일 최대 처리물량도 1억 건을 돌파했다.

2014년 중국 우체국과 택배서비스 업체의 총매출은 전년대비 25.7% 증가한 3,203억 위안을 기록했다. 택배서비스 매출실적은 전년대비 41.9% 증가한 2,045억 위안에 달했다.

올해 전망도 대단하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2015년 택배업무 처리물량이 2014년 대비 40% 증가한 196억 건, 매출 규모는 30% 증가한 2,65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처리물량이 지난 8년 사이 10억 건에서 100억 건으로 급증하는 신기록이다.

월별 매출실적은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쿤제(매년 11월 11일)’가 있는 11월이 228억 위안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등의 도시가 전체 택배시장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규모 기준으로는 상하이가 361억 3,000만 위안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처리물량 기준으로는 광저우가 13억 9,031만 건으로 가장 많다. 상위 10위에 속하는 도시 중 항저우, 쑤저우, 난징, 진화 등도 상하이 인근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배송구역별로는 타지 간 배송서비스 규모가 전년대비 36.4% 증가한 1130억 6,000만 위안으로 동일 도시 내 배송서비스(265억 6,000만 위안)와 규모면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제 택배서비스는 전년대비 16.7% 증가한 315억 9,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5개 저가 민영 택배사가 전체 시장의 80% 차지
‘4통1달(四通一達)’. 중국 택배시장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표현으로 선통(申通), 웬통(圓通), 중통(中通), 바이스 후이통(百世彙通) 그리고 윈다(韻達) 등 다섯 개 민영 택배회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저가의 민영 택배업체들인 이들 ‘4통1달(四通一達)’ 5개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톈마오(天猫)의 배송서비스의 대부분은 이들 5개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택배기업 중 고객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업체는 어디일까?

중국 국가우정국에서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우정산업 경제운영현황’에 따르면 업체별 만족도 순위는 순펑수윈, EMS, 중통, 웬통, 선통 순으로 나타났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현재 순펑은 중국에서 가장 빠른 배송 시간을 내세우고 있으며 2010~2013년 매출실적 연 평균 증가율이 58.6%에 달하는 등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4년 7월 기준으로 운송 차량 1만 2,000대, 화물 수송기 15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과 홍콩, 대만, 마카오 이외에도 미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호주 등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는 추세에 있다.

중국 택배시장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시장 평균가격이 2006년 28.28 위안에서 2014년 14 위안으로 대폭 하락할 만큼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2013년 5~6월 윈다, 중통 등의 업체는 전국 내 5위안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공하면서 주목을 끌었던 적도 있다. 이런 가격 인하 전쟁은 이윤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4년 택배 건당 이윤이 1위안, 심지어 0.5위안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저가 경쟁에 반기를 든 기업도 있다. 바로 순펑이다. 순펑은 2014년 5월 택배 단가를 30%이상 인하해 ‘4통1달’의 가격에 준하는 정책을 표방하다가 이번 2월부터 다시 2%를 더 인상했다.

中 정부 “국내시장 개방” 선언에도 추가 허가취득 외국기업은 3개사 뿐
중국 정부는 택배시장을 외국기업에 개방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2005년 택배시장을 외국 자본에 개방했지만 진입장벽은 여전했다. 2009년 발표된 새 우정법에서는 외국기업의 중국 내 서신 택배업무에 제한을 두었다.

이미 운영허가증을 취득한 외국기업들도 우정국으로부터 새로이 허가를 취득해야 했다.

실제 2006년 중국에서 운영권을 취득한 FedEx는 2009년 중국 우정국에 신규 라이선스 신청을 해야만 했다. DHL은 2009년 민영 택배업체 췐이(全一)의 지분을 100% 인수해 중국 내 택배서비스에 뛰어들었다가 2011년 국내 택배부문을 양도하고 국제부문만 잔류시켰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에 대해 서신물을 제외하고 시장을 점차적으로 개방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리커챵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국내외 기업이 평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국내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런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외국기업은 중국 내 사업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중국 내 소포 택배업무 허가를 취득한 외국기업은 일본의 야마토, OCS와 홍콩 기업인 자리따퉁(嘉裏大通) 등 3개 업체뿐이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이들 3개사는 현재까지 가격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외에 공포하지 않아 고객이 해당 콜센터에 직접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택배컨설팅사이트의 쉬용(徐勇) 수석 컨설턴트는 “외국기업에 대한 국내 택배업무 개방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로컬기업의 수익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5년 내에는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재 중국에서 국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기업은 FedEx와 UPS를 포함해 총 5개사다. DHL의 향후 중점 전략은 국제택배 분야(중국 출발과 도착 포함)이며, 국내 택배는 향후 시장과 고객의 성숙 여부를 판단해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DHL, FedEx, OCS 등 고급화된 전문 서비스로 승부
중국 택배시장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처리물량은 적지만 매출실적은 높은 편이다. 이유는 고급화된 전문 서비스에 있다.

세계적 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 & 투쉬에서 발표한 ‘2014년 중국 택배산업발전보고’에 따르면 2013년 외국기업의 택배 처리물량은 총 1억1,000만 건으로 전체 시장의 1.2%에 불과하지만 전체 택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3%나 된다.

특히 국제택배 물량 비중은 84.9%로 압도적이다. 국제택배 서비스는 국내택배보다 당연히 수익률이 높다. DHL, FedEx, UPS, TNT 등 4대 기업이 전체 국제택배 수익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국기업들은 고급화된 전문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DHL은 현재 중국 국내택배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으나 의료, 첨단기술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주력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DHL은 서남과 중서부 지역의 신흥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FedEx도 전자상거래 물류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의료,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예술품, 사치품 산업에 대한 운송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초 국내택배 서비스 운영허가를 취득한 OCS는 중국 전자상거래기업과 서비스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중국 내 택배 수요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전자상거래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높인다는 전략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포지셔닝 해야”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중국 택배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선식품, 의료품 혹은 예술품을 포함한 사치품 등 까다로운 공급망 관리와 치밀한 배송체계가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품목에 대한 서비스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저가 서비스 전략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보화, 자동화, 운영 및 인력관리에 있어서는 외국기업을 비롯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에 비해 선진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네트워크는 현지 기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기업 인수 혹은 협력을 통한 고전적인 진출 방안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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