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유럽의 육상 허브…현지 제조업 관련 지식 숙지해야

여느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해외 물류시장에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매년 많은 물류기업은 사업계획서에 글로벌 혹은 해외진출이라는 단어를 넣곤 하지만 실제로 글로벌 물류시장에 기반을 닦았다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임원은 “해외 진출은 하얀 도화지를 받아든 것과 같다. 그동안의 노하우와 의욕을 앞세워보지만 현지에 가보면 막막할 따름이다. 모든 것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 같다”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정답은 없다. 한낱 꿈으로 끝날 수도 있고, 실현 가능한 꿈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을 알면 100전 100승이라는 말처럼 정보를 통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물류신문은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현지 동향과 정보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유럽 중앙부에 위치한 폴란드다. 31만 2,685㎢ 면적에 약 3,834만 6,279명이 살고 있는 폴란드의 1인당 GDP는 1만 3,333달러(2013년 국제통화기금 통계 기준)다. 주변국으로는 독일과 체코, 라투아니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가 인접해있으며, 북쪽에 위치한 발트해와 면하고 있다. 기사에 반영된 수치는 폴란드 통계청이 2010년 발표한 자료를 따랐다.

도로운송에 강점 가진 폴란드
폴란드 내 화물 총량은 18억 3,850만 톤이며, 이 중 도로운송 비중이 84.4%로 가장 많다. 철도운송은 11.8%, 파이프라인 3.1%, 해상운송은 0.4%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공화물 물동량도 연간 4만 톤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로운송의 전체 물동량은 15억 5,180만 톤으로, EU 전체 물동량의 11%를 점하고 있다. 내수 화물과 수출입 화물의 점유율은 9대 1 비율이며, 수출화물은 독일(43.7%)과 체코(7.1%), 프랑스(5.2%)로, 수입화물은 독일(45.2%), 체코(7.5%), 네덜란드(6.0%)에서 들어온다. 도로운송의 경우 49%는 자체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51%는 물류회사를 통해 운송된다.

폴란드의 철도 물동량은 총 2억 1,700만 톤 수준이며, EU 총 물동량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환적화물은 약 500만 톤을 기록했는데 2009년보다 55.6% 늘어난 수치이나 전체 물량에서는 약 2.3%에 그치고 있다.

도로운송과 마찬가지로 내수 물량이 68.5%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물량은 독일(33.5%), 체코(10.9%), 오스트리아(7.4%)로 보내고, 수입 물량은 러시아(28.2%), 우크라이나(23.9%), 독일(13.6%) 등에서 들어온다.

주로 운송되는 품목은 화석연료(40.5%), 철광석과 기타광석(21.8%), 석유제품(12.3%), 화학제품(4.5%), 기초 금속류(3.7%), 농축수산물(2.1%), 식음료(0.6%) 등이다.

항공운송과 해상운송 현황
폴란드의 항공운송 물동량은 약 4만 톤 수준이며, 이 중 수출입 화물이 82%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바르샤바 공항이 전체 물량의 70.5%를 처리했으며, 키토비체 공항(14%)와 그단스크 공항(5.5%)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폴란드 공항의 전체 하역용량은 연간 8만 톤 수준이다.

폴란드의 해상운송 물동량도 현저히 적다. 2010년 폴란드의 해상화물 물동량은 840만 톤을 기록했다. 이 중 정기선의 비중이 약 600만 톤 수준이며, 전체 물량 중 폴란드 내 항만과 외국항만 간 운송은 약 200만 톤 선이다. 폴란드 항만을 이용하는 외국적 선사는 유럽(78.9%), 북아메리카(10.1%), 남아메리카(10.1%), 아시아(6%), 아프리카(3.4%) 등이며, 유럽 중에서는 스웨덴(13%)과 네덜란드(12.4%), 독일(9.9%), 영국(6.5%)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해상운송의 경우 일반화물(72%) 비중이 가장 높고, 나머지는 곡물 등 건화물(20%), 원유 등 액체화물(8%)로 구성된다.

주요 무역항으로는 그단스크(G d a n s k )항, 그디니아(Gdynia)항, 슈체친(Szczecin)항을 들 수 있다. 폴란드 항만의 환적 화물량은 2010년 약 1,500만 톤을 기록했는데, 최대 환적항인 그단스크항이 전체의 78.8%를 처리했다.

폴란드 물류시장의 입지
에어콘테이너로지스틱스 신명근 과장은 “동서로 뻗은 폴란드의 고속도로는 독일 등 주변국과 연결되어 수출입을 위한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빠른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로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동서와 달리 남북을 잇는 도로는 취약하다. 또 1차선 도로가 많고 포장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철도의 경우 최근 국영철도기업인 ‘PKP Cargo’이 운송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주로 대형 컨테이너를 폴란드 내륙과 주변국으로 운송하고 있는데, 이르면 1~3년 내에 민영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물동량이 많은 편이 아닌 점과 인프라가 낙후되어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항만물동량이 적은 이유는 화주기업들이 입지와 시설이 우수한 인근 함부르크항과 코퍼항 등을 통해 유럽에 화물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코퍼항 이용률이 높아 폴란드 항만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또한 북쪽 항만의 물동량이 적다보니 남부 공장지대로 직접 연결되는 고속도로도 없다. 폴란드 항만의 지리적 위치가 동양이나 아프리카에 화물을 보내기에 적합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도 기업들이 항만이용을 기피하는 이유다.

한편 폴란드 교통부는 2009년을 기점으로 2020년까지 폴란드의 물동량이 33.4%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정부도 최근 도로사업과 공항증축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폴란드 공업의 공업지대는 주로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조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남부지역에 화물 물량이 풍부한 편이다.

현지 주요 물류기업들은…
폴란드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종합물류기업으로는 그루파 라벤(Grupa Raben)을 꼽을 수 있다. 이 기업은 연 매출 10조 유로(2013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공산품과 식품, 자동차, 화학제품 등 다양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쉥커(Schenker Sp. zoo)와 에프엠 로지스틱스(FM Logistics) 등의 외국계·다국적 기업도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폴란드 토종 종합물류기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육상운송은 GEFCO, 항공포워딩은 판알피나(Panalpina), 해상운송은 헬만월드와이드(Hellmann Worldwide)가 대표적이며, DHL과 UPS, TNT, 페덱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이용량도 꾸준하다.

국내에서 진출한 기업으로는 에어콘테이너로지스틱스, 범한판토스, DSE로지스틱스, 한진해운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명근 과장은 “폴란드는 다른 대륙으로 보내는 물량이 많지 않다. 때문에 현지의 회계사 등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대륙 간 수출입 업무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동아시아 운송에서는 지식이 풍부한 인재를 고용해야 문제가 없다”며 “반대로 말하면 한국기업은 아시아 물류에 많은 지식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지에서 해상운송 수요가 적다보니 의뢰 자체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임금 인상률 높아…노동계약 숙지해야
폴란드는 무기류, 폭발물 등 특수품목을 제외하고는 수출입 허가가 필요 없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 식품, 의약품 등 현지 승인이나 등록이 필요한 품목은 사전에 수입상을 통해 관련 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수입이 가능하다. EU공동의 규격 인증 제도인 CE 마크가 폴란드에도 적용되고 있으므로, CE 대상 품목(기계, 전기전자, 건축자재, 완구 등)의 수입과 판매를 위해서는 CE 마크가 있어야 한다. 폴란드 통관 시스템은 다소 낙후되어 느린 편이다. 따라서 긴급한 화물은 비엔나를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한편 올해부터 폴란드에서도 부가가치세 유예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폴란드의 부가가치세율은 23%(2014년 기준)인데, 유예제도를 이용하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폴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편이었지만 최근 임금상승률이 10%를 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기준 월 최저임금은 1,600즈워티(Zloty)로 우리나라로 환산하면 약 52만 원 수준이어서 여전히 낮은 편이다. 물류산업의 임금은 월 2,000~2,300 주워티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노동계약이다. 폴란드는 3회 이상 계약을 갱신하면 종신계약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계약 횟수를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또한 인력수급은 잘 되는 편이나 임금이 높은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아 사업계획을 준비할 때 보충 인력과 임금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신명근 과장은 “폴란드 진출 시 현지 제조업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상황에 맞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폴란드 물류는 턴키로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설계변경 계획이나 품질 개념 등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취재협조 : 에어콘테이너로지스틱스

폴란드 진출 우수 물류기업 | 에어콘테이너로지스틱스
현지 운송은 물론 해외 운송까지 직접 수행

2008년 6월 폴란드에 현지법인을 세운 에어콘테이너로지스틱스(대표 김현성)는 성공적인 진출 사례로 꼽힌다. 폴란드 남부 도시인 글리비체(Gliwice)에 위치한 현지 법인은 비정규직 포함해 9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약 120억 원(2009년 기준)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총 10,164㎡(약 3,170평)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24톤, 7.5톤, 1.5톤 트럭 등 자체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상 및 항공 수출입 업무, 유럽 내 통관과 내륙운송도 겸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물류에 강점이 있으며,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근 국가인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에 납품하는 것은 물론 유럽 지역은 물론 미국과 이사아까지 연결하는 폭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WMS는 고객사의 업무 체계와 연동시켜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비규격화물을 위한 자체 재포장 설비와 개별 포장 설비, 라벨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화물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검수 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에어콘테이너 폴란드 법인은 한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 자재나 부품을 폴란드 내로 수입한 뒤 이를 현지 공장까지 운송하고, 완성품을 고객사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하고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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