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재업계 내 소통 강화로 시장의 정화기능 꾀할 것”

국내 특송업계는 크게 혼재(홀세일러)와 대리점(리테일러)으로 나뉜다. 특송이라는 하나의 업무가 이원화되면서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이 각자의 영역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영역으로 취급되지만 특송 업무를 처리한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공생관계다.

한국국제특송협회(회장 추동화)는 특송이라는 큰 틀에서 해당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문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내부 조직을 혼재분과와 대리점분과를 두는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혼재분과를 총괄하는 정수경 한국국제특송협회 부회장(엠이엑스글로벌 대표)은 물류신문과 인터뷰에서 “혼재업체들이 현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부회장으로서 혼재분과를 총괄하고 있다. 특송에서 혼재(홀세일러)는 어떤 일을 하는가?
기본적으로 혼재는 포트 투 포트(Port to Port) 물류를 맡는다. 즉, 공항과 공항 간 운송에서 통관이나 항공기 화물적재 공간 확보 등의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혼재의 범위를 넘어 여러 형태의 물류를 하는 업체도 많다.

-혼재분과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내 특송시장을 크게 보면 외국계 빅4사(DHL, FedEx, TNT, UPS)와 토종 특송사로 나눌 수 있다. 토종 특송사들은 자본 여건이나 다소 열악한 환경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업체들이 협력하고 공조해야 대형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 혼재분과는 혼재업체들의 특화된 기능을 강화하고, 업계의 문제점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소통의 역할을 맡는다.

-토종 특송사들의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는데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때때로 국내 업체들이 왜 외국계 업체처럼 성장하지 못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외국계 업체는 자국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내수시장에서 마련한 인프라와 장비, 노하우를 가지고 해외로 나간 것이다. 하지만 국내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데다, 국내 업체들이 성장하기 전에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계 업체가 시장에 들어와 상당한 점유율을 가져갔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은 혼재와 대리점으로 영역을 나누어 대응해 시장 전체가 외국계 업체에게 장악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국 특송업체가 없거나 그 수가 매우 적고 규모도 작다.

-혼재업계의 최근 현안 혹은 문제점은 무엇인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국계와 대형업체들이 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중견, 중소업체가 접근하던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대리점업계와 혼재업계 양쪽이 위축되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체감상 시장이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할 때마다 국내 특송업체가 물류를 담당하며 함께 진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 일부 특송업체가 캄보디아 등으로 직접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지 인프라의 부족으로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최근에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특송일만 열심히 해도 회사를 꾸려갈 수 있었고, 조금씩 투자해서 기업을 키워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형 업체의 점유율 증가로 토종업체들의 시장이 작아졌고, 운임이 하락하면서 수익성도 악화됐다. 그러다보니 미래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무역 또는 물류와 전혀 다른 제2의 사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B2C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특송은 B2B가 기본이고 두 분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인프라나 노하우가 부족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혼재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국내 인프라도 부족하지만 해외 인프라의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화물적재 공간 확보, 가격 경쟁력, 정시 통관을 위한 현지 세관과의 협의 등의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 이를 국내 특송업체가 독자적으로 구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혼재분과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협회 내 혼재사들의 발전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혼재업계든 대리점업계든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 룰이 없다보니 선의가 아닌 이기적인 경쟁만 계속되고 있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어 합의된 내용도 지켜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결국 불신의 문제다. 혼재업계 내부의 신뢰가 깨진 것이다. 따라서 지키기 쉬운 룰부터 조금씩 비중이 높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혼재분과는 업계에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다.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혼재업계는 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없다. 대부분 몇 개 업체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는 식이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다보니 업계 내에서 오해가 쌓이고, 이를 화주가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의견을 공유한다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거나 시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피해를 입지 않겠다는 식으로 시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당장 해결책을 얻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교감을 하고, 시장의 불합리한 점을 소통함으로써 시장의 자정을 꾀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협회 혼재분과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쌓이면 시장의 불합리한 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협회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협회를 통해 토종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과제
라고 생각한다.

-소통 외에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기반이 갖춰지면 업계 현실에 맞는 자료를 찾고, 공유해야 한다. 지금 발표되는 자료는 외국계 업체들의 실적이 포함되어있다. 외국계 업체들의 물량이 늘었다고 해서 토종업체들의 물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시장 점유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계 업체의 물량이 늘었다는 건 토종업체들의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겠나.

시장이 커질수록 자료를 활용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러나 혼재업계는 정보도 부족하고,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경영계획을 마련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의 현실을 반영한 자료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협회 설립 초기라서 참여하는 업체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고, 문의도 자주 듣는다. 협회는 우선 많은 업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과제다. 또한 작은 협안이라도 개선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본다.

혼재분과는 2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추진할 과제 등이 선정되면 이를 협의해 본 회의에 올려 논의한 뒤 승인을 받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업계에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특송분야가 혼재와 대리점으로 전문화된 것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분야별 전문화가 국내 업체들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이제는 더욱 발전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과거의 시행착오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부터 신뢰를 쌓아나가면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계, 대형 업체와도 동일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도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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