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실 고려해 법 기준 바꿔야” vs 정부 “불법 구조물 규정 허용은 불가”

유연탄 운송을 두고 정부기관과 현장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유연탄을 운송하는 덤프트럭에 대한 일제 단속이 실시됐다. 덤프트럭 적재함 측면에 부착하는 구조물(현장에서는 이를 난간대라고 부른다)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적재량을 늘려주는 난간대를 없애자 유연탄 운송량이 차량 1대당 10톤 이상 감소해 물류업체는 물론 공급받는 발전사들도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업계에서는 난간대 부착을 허용하고, 적재함의 용적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 기관은 규정상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유연탄 운송에 차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난간대 부착으로 27톤까지 실어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유연탄은 연간 약 8,000만 톤이다. 이 중 7,000만 톤은 바닷가에 위치한 발전소에서 소비되며, 나머지 1,000만 톤은 내륙에 위치한 민간발전소가 사용한다. 바닷가는 선박을 접안해 즉시 하역하면 되지만, 내륙은 덤프트럭을 이용해 도로로 운송된다.

그동안 유연탄을 실은 덤프트럭은 더 많은 양을 운송하기 위해 적재함에 철판 등을 덧대어 만든 난간대를 부착해왔다. 부피에 비해 무게가 가벼운 유연탄을 난간대까지 실으면 25톤에서 27톤까지 실을 수 있고, 과적 단속도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내륙 발전소가 늘어나면서 유연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난간대는 필수조건이 됐다.

그러다 지난 7월 고속도로와 국도 상에서 덤프트럭의 불법구조물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차량이 난간대를 떼어냈다. 경찰은 적재함에 임의로 부착한 불법구조물이기 때문에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주들의 반발도 거셌다. 난간대 부착 비용은 운송사(물류업체)가 아닌 차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금액이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400만 원까지 들어가는데, 이걸 떼어내는데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차주는 “동료가 난간대를 설치하다 적발되면 유가보조금까지 다 회수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 요새 수입도 줄어서 과태료를 물면 한 달 생활비가 적자다. 결국 대부분의 차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난간대를 뜯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돈은 둘째고 10년 넘게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운송량 줄자 차주·운송사·발전사 ‘발만 동동’
난간대가 없어지면서 차주와 물류업체, 발전소 모두 어려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차주들이다. 유연탄 운송은 톤으로 운임을 산정하는데, 적재량이 15톤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받아가는 액수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차주들은 적재함 가운데에 최대한 쌓은 뒤 비산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천막으로 덮지만, 양이 얼마 되지 않는데다 낙상 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당초 계약한 물량을 채우지 못하게 된 물류업체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유연탄 운송은 연간 계약으로 이루어지는데, 차량을 더 구하거나 추가로 운행을 시킬 경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난간대 단속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렇다고 화주(발전소)에게 계약 조건을 변경하자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발전소도 걱정이 태산이다. 발전소는 적정량의 유연탄 재고를 보유해 비상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일일 운송량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감소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재고가 바닥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소도 상황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라고 물류업체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발전소들도 한해 예산을 정해놓기 때문에 갑자기 물류비를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이 막바지라서 지금 재고수준에서 버티는 것이 가능할 순 있으나 문제는 겨울이다. 겨울철 난방비 수요가 급증했을 때 지금처럼 유연탄이 운송되면 발전소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5톤 실으려면 알루미늄 적재함으로 바꿔야
덤프트럭을 이용한 화물운송은 품목에 따라 최대적재량을 산정한다. 덤프트럭은 적재함의 윗부분이 개방되어있어 무한정 적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적재량을 초과해서 화물을 싣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있다.

덤프트럭의 적재함은 일반 건축자재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건축자재의 허가비중 1.5를 감안해 27톤 차량의 적재함 용적은 18㎥다. 유연탄은 부피에 비해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허가비중은 0.8이지만, 출시되는 차량은 18㎥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규정대로 싣는다면 20톤을 넘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차주들은 난간대를 설치해 용적을 최대 33㎥까지 늘려 운행해왔다.

또한 규정은 경량화물을 운송하는 덤프트럭의 적재함을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야 하며, 알아보기 쉽도록 ‘경량화물운송용’이라는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알루미늄 재질의 적재함은 허가비중이 1.0이다. 따라서 용적을 18㎥가 아닌 25㎥로 만들 수 있다.

즉, 현재 기준에서 난간대 없이 유연탄을 더 싣기 위해서는 적재함을 철에서 알루미늄 재질로 교체해야 한다. 차주들은 알루미늄 재질 자체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가벼운 화물이라도 운송과정에서 적재함과 부딪히면서 상처가 날 수 있는데, 알루미늄의 내구성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상용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적재함을 철 재질로 만들고 있는데다, 알루미늄으로 만들 경우 비용이 대폭 상승할 수 있는 점도 현장에서 꺼리는 이유다.

“덤프트럭 새 형식 승인해야”
유연탄 운송주체인 차주와 물류업체, 일부 발전소는 공통적으로 법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덤프트럭의 허가비중은 품목별로 규정하는데, 허가비중이 0.8인 유연탄을 25톤까지 적재하려면 약 32㎥의 용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 규격과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유연탄 운송 관계자들은 경량화물에 적합하도록 덤프트럭의 새 형식을 승인하고, 차량이 출시될 때까지 단속을 유예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내륙의 발전소가 적정량의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규정에서는 운송 차량을 더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물류비가 상승하게 되고 전력 생산원가에서 유연탄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 결국 전력 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장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된 난간대는 사용을 허가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차주들 입장에서 고가의 트럭을 교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차주는 “사실 난간대가 불법구조물이라는 건 몰랐다. 오랫동안 업계에서 관행처럼 해왔기 때문이다. 난간대를 두더라도 유연탄 운송차량은 과적 기준인 40톤 미만을 지켜왔고, 비산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천막도 꼼꼼히 쳐왔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우리의 역할도 나름 중요한데,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아니냐. 운송에 차질이 있는 만큼 안전한 난간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난간대 허용 시 다른 품목 불법 운송 우려”
그러나 정부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유연탄에 한해 규정을 변경하면 다른 품목을 운송하는 차주들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한 난간대는 기본적으로 불법구조물이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적 기준을 지켰다고 하지만, 난간대의 안전 문제는 과적과는 관계가 없다. 난간대가 노후되어 운행 중에 차량에서 떨어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 법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난간대를 허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유연탄이 아닌 다른 화물을 싣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난간대에 천막을 치면 외관상으로는 어떤 화물을 적재했는지 알 수 없어 직접 적재함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단속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막연한 우려이며, 제도적으로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하면 방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 250여명은 지난주 국토부에 난간대를 구조 변경으로 양성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장 관계자는 “현재 유연탄 운송 차량이 700여대 정도가 되는데, 규정을 지키려면 최소 500여대가 더 필요하다. 현실과 규정에 괴리가 크지만, 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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