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기업 이탈 가속화 예상…민간 택배업체 반사이익 보나

택배업계에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이 탄생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근로여건과 주 5일 근무 정착을 위해 기존의 통상우편에 한해 실시되던 집배원 토요배달 휴무제를 지난 12일부터 우체국택배까지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우체국택배 토요배달 휴무제’의 시행으로 금요일에 접수한 택배상품은 월요일에 배달된다. 다만 부패·변질 우려 등이 있는 시한성 택배에 대해서는 7월 말까지 토요일에도 배달된다.

우정사업본부 노사는 ‘국민행복시대’ 국정기조에 맞추어 집배원의 근로복지를 증진코자 집배원 토요배달 휴무를 종전 통상우편에서 택배배달까지 확대키로 결정하고, 10여 차례의 협의를 거쳐 실행방안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택배 집배원 1만 5,553명 중 매주 6,000명의 집배원이 월 1.6회 토요일 근무를 실시해왔으며, 평균 근로시간도 일반 근로자들의 평균 근무시간인 2,090시간보다 약 1.3배(2,640시간) 이상 더 근무해왔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토요일 휴무제 도입을 통해 개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우체국택배 물동량 급감 우려
우체국이 도입한 택배기사들의 주 5일제 근무는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체국택배 자체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대형화주기업들의 이탈로 물동량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택배의 주 5일 근무제 도입 소식을 접한 대형화주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택배업체 변경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특히 익일배송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 등의 기업 고객 이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우체국택배와 거래하고 있는 한 TV홈쇼핑 업체는 우체국택배에 최종 통보를 한 상황으로, 연동됐던 시스템을 끊을 준비도 하고 있다.

화주기업 관계자들은 우체국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자신들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은 일주일에 4일밖에 안된다며, 판매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배송서비스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화주기업 관계자는 “금요일에 접수한 상품을 우체국이 3일 넘게 보관하고 있다가 월요일에 발송하게 될 경우 상품의 변질 등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는 우체국택배를 이용해 택배를 발송할 수 있는 날은 목요일까지라는 얘기가 된다.

식품 등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체국택배를 이용하기에는 불안감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운영 체제의 변화가 고정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화주기업들도 많다. 금요일에 상품을 발송하기 못할 경우 상품을 월요일까지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때 보관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금요일과 토요일에 배송하지 못한 물량과 월요일에 발생하는 물량을 하루에 다 발송하기 위해서는 출하작업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우체국택배의 주 5일제 근무가 전체 택배업계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우선 우체국택배에서 이탈한 고객들로 인해 반사이익을 보게 될 민간택배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민간택배업체 택배배송기사들 중에서도 주 5일 근무를 희망하는 이들이 증가, 향후에는 국내 택배서비스 프로세스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 5일제’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둘러싼 업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 때문에 지난 한두 달 사이 수많은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상대방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만 높일 뿐 그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그만두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택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주 5일 근무제를 통해 조금이라도 바꿔보자는 게 도입을 찬성하는 업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젊은 인력들이 외면하는 시장은 장기적으로 희망이 없다며, 이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며, 가장 기본적인 게 주 5일제 근무라는 얘기다.

반대하는 업체는 서비스업체라면 남들이 쉴 때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상품을 빨리 받아보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니즈를 택배업체들 스스로 깨트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 일부 주 5일제 도입을 찬성하는 업체들은 반대하는 업체를 제외하고 자신들이라도 도입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8월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해보자는 것이었다. 우선 전면적인 도입보단 시범적으로 격주 휴무제를 선택하거나 매월 택배의 날을 지정, 공동 휴무제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내년부터 전면 도입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현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화주기업을 비롯한 여러 걸림돌들이 많다보니 쉽게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체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택배기사들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산업을 변화시킬 순 없지만 하나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택배 직영제 도입 강요하는 정부에 업계 뿔났다
추가 증차는 회사로 제공…중견택배사는 신규 공급 포기

택배업체들이 정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방침을 수립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최근 택배업체들은 앞으로 신규 공급될 택배차량 번호판을 정부가 회사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회사는 받고자 하는 만큼의 차량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이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이 100개의 번호판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 100대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1대당 차량 구입비용이 4,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과연 누가 그만한 투자를 할 수 있겠냐는 게 그들의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견택배업체들은 안 받고 말겠다는 식이다.

또 회사가 차량을 구입해 번호판을 받아 부착하게 될 경우 기사들을 직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 또한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모든 택배업체들이 지입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직영으로 운영하라는 것은 택배업계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에서 직영제로 운영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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