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화물차 구입 강요 건 등 무혐의 판정

‘악덕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경동택배가 비로소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영업소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경동택배와 합동택배는 지난 5월 영업소에 대한 외제승용차 렌트 강요, 화물차 및 지게차 구매 강요, 부가가치세 이중 부과행위 등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억울한 상황에 몰렸던 경동택배는 이번 무혐의 판정에 안도하면서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던 만큼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물류신문은 공정위의 심의종료 통지문을 입수해 각각의 내용을 살펴봤다.

외제차 렌트 강요…영업소 동호회의 선택
지난 4월 경동택배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심의절차 종료 통지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A씨가 신고한 내용에 따른 공정위의 심의 결과를 적은 것으로, 크게 3가지 행위에 대한 판단내역을 담고 있다.

첫 번째는 ‘외제승용차 렌트 강요’ 혐의다. 경동택배가 당시 매출액 상위 가맹점사업자(영업소장)에게 계열사인 경동렌트카로부터 외제승용차를 렌트해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우려되어 어쩔 수 없이 렌트카를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경동택배 영업소장들이 자동차 동호회를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며, 차량 렌트도 직접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측 주장에 따르면 동호회는 영업소장들이 친목과 사고 시 공제, 정보교환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외제차량의 경우 동호회가 특정 모델을 선정해 국내 렌트카업체에 견적을 의뢰, 이 중 가장 저렴한 경동렌트카를 선택한 것일 뿐이라는 것.

양 측의 주장을 조사한 공정위는 법위반에 대한 판단이 곤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부 영업소장들이 럭셔리카 동호회를 결성해 외제승용차 렌트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나, 렌트를 강요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해 심증적인 근거만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신고인의 화물차 보유대수 변동 없어
영업용 화물차 및 지게차 구입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측이 차량을 사서 영업소에 이익을 붙여 재판매했으며, 실제 영업에 필요하지도 않은 잉여차량이어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사측은 화물차 구입은 유상운송행위를 할 여지가 있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개별운송차량에 대한 위탁도 계약서상 금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한 영업용 화물차의 구입의 경우 지입료가 저렴하고, 사고 시 타사가 책임질 수 없는 화물 운송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게차의 경우 영업소가 필요할 때 본사가 의뢰하여 구입하거나 별도의 판매사에서 직접 구입하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공정위는 사측이 신고인에게 화물차 구매를 강요했다는 증거가 부족하여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신고인이 보유한 화물차의 대수가 사업을 양수할 때와 양도할 때까지 변동이 없으며, 1대의 차량을 교체한 것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가보조금 지급현황 등을 볼 때 특정차량을 영업에 이용하지 않았는지 혹은 영업에 필요한 차량의 대수를 초과하지 않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하고, 화물차 구입 시 신청서를 작성해 사측에 신청하고 있는 방식인 점 등을 들어 차량 구입을 강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신고인과 사측의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심의 절차를 종료 조치했다.

부가세 중복 부과는 당사자의 책임
양측은 부가가치세 중복 부과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혐의는 신고인이 화주에게 부가가치세를 중복해 부과한 행위에 대해서 신고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사측은 책임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이 사안은 신고인이 총 운임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액수를 누락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부가가치세 등을 중복 부과해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사측에게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신고인의 부가가치세 중복 부과 행위의 책임은 신고인 본인에게 있으며, 가맹사업법에 따라 사측에 책임을 묻기는 곤란하다고 봤다. 즉, 사측에게 해당하는 관리감독의 범위는 영업소(가맹사업자)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교육과 모니터링이라는 것이다. 또한 영업소의 불법행위가 있을 때 이를 사측(가맹사업본부)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거나 동일한 수준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아울러 공정위는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심의절차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영업소와 본사 간 분쟁 적지 않아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경동택배는 오해를 샀던 부분들에 대해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경동택배는 이번 일이 불거지면서 대외적으로 신뢰를 잃는 고통을 맛봤다. 특히 신고 당사자가 과거 영업소장이라는 점에서 영업소 간 갈등과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경동택배는 서둘러 대응팀을 마련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한편,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물류업종의 특성상 그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영업용 화물차 구입을 강요했다는 대목의 경우 영업소들의 불법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사측이 수십억 원을 들여 차량을 화물차를 구매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경동택배의 해명은 업계의 현실을 잘 모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일선 영업소가 악의를 품고 본사를 대상으로 허위 제보를 하거나 소송을 거는 등 분쟁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영업소에서 직접 고객을 관리하는 체계여서 수수료 횡령 등을 악용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본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당장 영업소가 업무를 정지할 경우 해당 지역의 물류네트워크가 사라지게 되어 배송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무마하는 일도 있다.

동반자 인식 필요…불만은 함께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업계의 특성상 본사와 영업소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택배업계의 일선 영업소 중에는 규모가 영세한 경우가 적지 않으며, 영업소장들도 현장에서 직접 일하느라 본사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경동택배 사례의 경우 문제가 발생한 뒤 일선 영업소장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대응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영업소도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언제든 본사와 협력관계를 그만두면 양 측 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위치다.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본사와 영업소가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서로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 업무상 불필요한 점과 필요한 점을 이야기하고,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함께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업소와 커뮤니케이션 강화키로
공정위에 신고를 당했을 때 일부 언론에 의해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혔던 명예를 회복한 경동택배는 타산지석으로 삼고, 영업소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일선 영업소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는 한편, 업무 지원은 더욱 늘리기 위해 본사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영업소들과 협력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가져가고, 대외 신뢰도를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통해 경동택배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경동택배 관계자는 “경동택배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밝히고, 앞으로 더욱 신뢰를 얻기 위해 정도를 걸어가는 물류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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