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80% 정도가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 표명

카파라치, 추가 증차 논란 등 여러 현안들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택배업계에 또 다른 이슈가 등장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바로 택배기사들의 주 5일 근무제 도입 여부다.

택배업계 주 5일제 근무 시행 계획을 가장 먼저 밝힌 기업은 우정사업본부다. 그 뒤 민간 택배업체들도 하나둘씩 주 5일제 도입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0일날 열린 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주 5일제 도입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으며,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 5일제 도입에 대한 택배업체들의 의견은 찬성이 약 80%, 반대가 20% 정도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 5일제 도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평일 30% 수준인 토요일 운행은 비효율적”
택배배송기사들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찬성하는 택배업체들은 평일 대비 운영 효율성이 30% 수준에 불과한 만큼 굳이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많은 기업들이 주 5일제 근무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어 픽업 물량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화요일에 집중되는 물동량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주 5일제 근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택배배송기사들의 노동 강도가 다른 업종 근무자들에 비해 너무 높다며,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택배 관계자는 “과거 많은 택배업체들이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일요일까지 모든 시스템을 정상 가동한 적이 있다. 평일에 번 돈을 일요일 하루에 다 까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량이 적으면 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그 후 일요일에 시스템을 정상 운영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토요일도 마찬가지다. 일부 화주기업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토요일 운영을 실시하고 있지만 운영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이제는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전면시행 불가 시 운영비 차이 없어”
택배배송기사들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는 택배업체들은 토요일 휴무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이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전면 시행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희망자들로 한정하거나 일정 비율을 정해 운영한다고 해도 전국 터미널을 돌리고, 간선차량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본사 입장에서는 평일과 비슷한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굳이 운영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 6일 동안 늦은 밤까지 근무해야 간신히 모든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주 5일 동안 모든 물량을 처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진입을 희망하는 배송기사도 없고 차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주 5일 근무를 시행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욕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토요일 운영을 중단할 경우 화요일 배송물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배송지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주 5일제 시행으로 근무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일의 노동 강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차량과 인력 부족 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재 택배업계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 5일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함께 불 속으로 뛰어들자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사 “절대 반대”
택배업체들의 주 5일 근무제 도입 논의 소식을 접한 유통업체들은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췄다. 특히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만약 현재 계약하고 있는 택배업체가 주 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할 경우 계약 해지 통보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토요일 휴무가 자신들의 판매 매출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가만히 두고 보진 않겠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우리에게 택배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택배서비스 품질이 재구매율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토요일 휴무 때 집에서 상품을 받아보길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토요일 휴무를 실시한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 그래도 주 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면 희망자에 한해서만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사가 직장인처럼 근무하면 어떤 현상 벌어질까
1년 만에 약 3만대 차량 부족 현상 발생…대공황 사태로 빠질 수도

택배기사들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놓고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택배배송기사들이 일반 직장인처럼 근무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추정한 보고서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한국물류경제연구원에 의뢰한 ‘택배차량 적정공급규모 산정 및 증차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로, 정확한 물동량 통계를 기초로 택배차량의 적정 공급규모 추정은 물론 그에 따른 합리적인 증차방안을 마련하고자 진행됐다.

택배기사들의 주 5일 근무를 놓고도 전 산업군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데 만약 택배기사들이 일반 직장인과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겠다고 하면 어떨까? 엄청난 물류대란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배배송기사들이 고객들의 상품 전달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들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해서 버는 돈은 일반 직장인들에게 비해 그리 많지도 않다. 노동 강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훨씬 적은 편이다.

그럼 진짜 택배기사들이 일반 직장인처럼 주 5일, 일평균 9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한국물류경제연구원가 조사한 ‘택배차량 적정공급규모 산정 및 증차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는 현 택배 물동량 증가율(8%)과 추가 증차가 없는 상황을 가정하고, 택배기사가 5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평균 근무시간과 근로일수와 동일한 조건으로 일한다고 전제할 경우 2만 9,671대의 차량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이 2021년까지 지속되면 약 7만 2,309대의 차량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택배차량대수가 3만대 수준인데 1년 만에 2만 9,600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시장 자체가 붕괴되고 만다는 얘기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배송기사들이 일반 직장인들처럼 하루 9시간, 주 5일 근무하겠다는 건 물론 현실 불가능한 얘기지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며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택배배송기사들의 근무여건은 물론 택배산업 자체의 환경을 개선시키는데 업계 모두가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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