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았던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드디어 시행됐다. 물류시장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찾아올 것은 틀림없다.

현재 예측 가능한 움직임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수혜 법인(일감을 받은 법인)이 그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과 전체 매출액 대비 30%를 초과하여 거래를 하는 경우 규제 대상이 되는데, 물량이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수·발주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즉, 모기업과 자회사와 하청업체를 순환하는 과정에서 모기업이 바로 하청업체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최근 물류사업을 포기한 두산글로넷의 경우처럼 아예 물류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30% 초과 물량을 조절한다는 것은 물량을 경쟁입찰로 오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3자 물류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곧 3자 물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는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만들어진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즉,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은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를 막자는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3자 물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대기업의 물량이 중소물류기업으로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중소물류기업이 성장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기존의 화주-물류기업 간 계약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갑을’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3자 물류시장으로 나온 2자 물류 물량을 놓고 저가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동안의 경쟁입찰 관행을 보면 단순히 기우라고 여길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번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물류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규제나 법 이전에 기존 거래관행이나 생각이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을 3자 물류를 육성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3자 물류를 육성한다는 전제에는 찬성하지만 정부의 그간 행보를 보면 과연 국토부의 바램대로 3자 물류기업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에서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이나 종합물류기업 육성을 발표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의 공적 1호로 물류산업을 지목하기도 한다. 이번 일감몰아주기 규제법과 관련된 논란에서도 몇몇 대기업 물류기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문제 기업으로 지목된 그 기업들만큼 글로벌 물류기업에 가까이 다가간 기업도 없다.

우리 물류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려면 물류산업을 둘러싼 프레임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3자 물류에 대한 육성과 더불어 2자 물류를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하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업종과 기업에 따라 현실적으로 2자 물류의 필요성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수한 부품이나 국내에서 처리하기 버거운 경우, 국내에서는 만족할 수 없는 서비스라면 어쩔 수 없이 그것에 특화된 계열사를 설립해 처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업체에게 맡길 형편이 안 돼 능력이 뛰어난 외국 물류기업에게 물량이 넘어가는 일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시장은 이번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의 등장을 영업 환경의 변화나 3자 물량이 증가하느냐 마느냐의 단순한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물류산업을 둘러싼 고루한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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