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작업 정체… 업계선 외국계 반대 의견 대세

국내 굴지의 해운선사로 꼽히는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이 M&A 시장에 나온 지 벌써 2개월여가 흘렀다. 이들의 M&A 작업이 다소 정체 상태인 가운데 해운업계는 외국계 기업의 인수에 반대하는 여론 속에서 대기업 양극화론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해운 - 어려움 속 새 주인 찾기 분주

1968년에 설립되어 국내 해운업계의 성장과 함께했던 벌크선사 대한해운은 인수협상자로 나선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해외우발채무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면서 입장이 급해졌다. 한때 3조 원에 달했던 대한해운의 매출액은 지난해 5,956억 원으로 곤두박질쳤고, 2,65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자본금 전액이 잠식되어 상장 폐지 기로에 섰고, 지난달에는 일부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도 진행됐다. 이와 함께 한국예탁결제원은 오는 3월 12일 대한해운 주식 65만 2,947주가 보호예수에서 풀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인수금액을 너무 높게 써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번에는 현실적인 가격으로 인수전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발채무 같은 문제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시간은 흘러가는데 인수하겠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어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STX팬오션 - 기나긴 장기전 예상 속 억측만 무성

STX팬오션은 대한해운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M&A 시장에 나온 이유가 기업 자체의 부진보다 그룹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내부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STX팬오션 관계자는 “M&A 때문에 동요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올해도 선박을 인수하거나 유연탄 수송계약도 따냈고, 인도네시아 시장 강화에도 나섰다”며 “주인이 바뀌면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TX팬오션의 매각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실적도 좋지 않은데다 올해 해결해야할 차입금만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부채도 많다. 3월에는 KDB산업은행의 지원을 통해 1,000억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조만간 만기가 되는 회사채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M&A에 관심을 보이던 SK그룹은 인수전에서 일찌감치 빠져나갔고, 최근 CJ그룹도 참여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포스코 인수설이 나오는 등 억측만 무성하다. 증권가에선 매각 작업 종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 외국계 반대 대세 속 양극화 우려도

해운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인수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각 국내 벌크선사 1, 2위인데다가 인수자의 성격에 따라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기업의 인수에는 반대 여론이 강하다. 외국계 업체가 인수할 경우 운임 인상에 따른 벌크화물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컨트롤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이를 두고 기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외국선사가 인수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국수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중견선사들은 현실적으로 M&A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대기업이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선 대기업과 중소선사 간의 양극화가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오히려 외국 선사들이 인수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능한 빨리 M&A가 이루어져야 적절한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직원 고용 문제 같은 2차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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