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모드와 운송업자의 선택 요인에 관하여

△이남연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사르트르의 이 표현은 아무리 곱씹어 봐도 절묘하기만 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보다 더 멋지게 정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아주 사소한 일상의 행동에서부터 얼마 전 끝난 대통령 선거까지, 취합한 정보를 기반으로 자유의 의지를 가지고 하나를 골라 가지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버리는 과정, 이것이 선택이다.

우리는 진로 선택, 배우자 선택, 주거지 선택 등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을 맞닥뜨리며 산다. 그것이 어떠한 선택이건 간에 선택의 과정에는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존재하고, 그 결정요인은 선택권자가 가지는 정보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제품의 물류, 혹은 원자재의 물류에 관하여 수송모드를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에 서 그 선택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 인생만 B와 D사이에서 C로서 존재하라는 법이 있나? 화물도 D(Departure point)와 D(Destination point)사이를 연결해주는 C(Carrier)에 의해 다양한 M(mode)으로 운반되고 있지 않은가. 이때의 M을 무엇으로 하며, 어떠한 C를 선택하느냐를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 조사하여 보니, 이에 관련된 수많은 국내외 논문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가능한 방법론을 동원하여 전문가 설문과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뽑아낸 요인들을 물류분야 석학들이 분석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따라가 보았다. 현업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당연시하던 것들, 즉 ‘운송모드 선택은 당연히 가격과 리드타임이 아닌가? 그 밖에 것들은 나중의 문제일 텐데?’ 하며 막연히 생각하던 것이 조금은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이번 기회에 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다양한 선택결과가 SCM에 영향 미쳐
효율적인 물류는 총 물류비용은 물론 경쟁력 있는 제품가격의 형성에서부터 기업의 전반적인 SCM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제조업체, 수출입업체, 화주업체, 물류업체는 ‘어떻게 하면 최적의 방법으로 물류를 할 수 있을까? 어떠한 루트로, 어떠한 모드를 통해, 어떤 업체를 이용할까?’ 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또한 세계화가 심화됨에 따라 Global SCM으로 전 세계 화물의 이동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일단 화물을 수송하는데 선택할 수 있는 모드로는 항공, 선박, 철도, 도로 등이 있다. 이러한 모드를 두 개 이상 연결하는 인터모달 수송에는 철도+도로운송, 연안해운+도로운송, 항공+도로운송, 항공+철도+도로운송 등이 있다. 이때 운송시간과 비용은 가장 직접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중요요인이 된다. 하지만 운송시간이 짧아지면 당연히 비용이 올라가게 되어있는 구조로 인해 두 가지 조건이 절충되는 최적의 지점을 찾으려고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함께 고려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운송서비스인데 운송의 정시성, 운송 빈도, 화물의 위치추적, 세관통관 능력, 화물의 취급능력, 화물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서비스 등이 이에 속한다.

또한 수송하고자 하는 제품, 즉 화물의 특성도 수송모드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액체화물, 고체화물, 컨테이너화물, 벌크화물, 위험화물, 고가의 화물, 중량화물, 완성품 화물, 원자재 화물 등 화물의 상태, 수량, 긴급성, 가치, 시장상황 등에 따라 수송모드를 결정하는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송사의 특성, 즉 그 운송사의 효용성과 업계의 평판, 운송능력과 특수장비 보유의 유무 등도 수송모드 선택에 중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화주가 과거 특정 운송사와의 거래경험이 있을 경우, 혹은 그 운송사의 광고나 이미지, 아니면 막연히 화주가 원하고 있는 특정 운송사의 기대수준 등도 이에 포함된다. 때문에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 물류를 할 때 선택의 순서가 수송모드 선택 후 수송업체를 정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이 순서가 뒤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Relationship’과 ‘Capacity’도 중요한 선택 요인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일수록 위에 언급한 요인들에 더하여 새롭게 등장하는 요소들이 바로 보안(Security)과 녹색물류(Green Logistics)이다.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와 길어지는 경기침체, 지속적인 유가상승 등은 전 세계가 당면한 공통의 문제, 즉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진 자연재해와 지난 9.11테러 이후 강화된 보안문제 등을 이슈로 떠오르게 했다. 각 기업에게는 위기관리 능력에서부터 지구 전체가 처한 위기관리까지 모두 중요해졌다.

따라서 지역별, 화물별로 보안이 특히 중시되는 화물의 화주는 다른 모든 서비스 중에서도 화물의 안전을 중요시하고, 이것을 위해 발생되는 부가적인 비용도 감수하며 모드 및 운송사를 선택한다. 앞으로 이렇게 안전을 중시하는 화주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 예측된다.

이 밖에도 최근에 실시된 연구에서는 ‘Relationship’과 ‘Capacity’도 수송모드와 운송사 선택에 중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시장상황이 점점 예측 불가능의 불안정한 상태로 전환되어감에 따라 화주가 선사 및 운송사와의 관계를 평상시에도 잘 유지해 나가야만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이 관계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형성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드선택 및 운송사 선택을 화주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화주가 선사를 선정할 때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이냐,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냐에 따라 선사와의 관계와 입장이 달라지는 생리이다. 더불어 급변하는 해운시황과 선박 스페이스 부족이나 과잉문제 등을 평소에 고려해 기업이 선사와의 관계유지에 애를 쓰고 있고, 이러한 노력이 운송사선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얘기다.

이것은 미국에서 트럭운송업체와 화주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도로운송업계의 노동력 감소와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전체적인 요금상승에도 불구하고 트럭운송업체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화주들은 도로운송의 전체적인 Capacity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하고 특정업체와의 관계형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위에 나열한 요인들이 화주가 운송모드 및 운송업체를 선정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국내외 연구논문에 열거되어 있다. 연구자가 실제 시장상황을 바탕으로 실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은 어느 분야에나 존재한다. 우리의 물류시장은 어떠한지, 위의 요인 중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쳐 반응하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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