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서비스 위기 진단과 해법 ②

△김영민 NS홈쇼핑 SCM 팀장
지난 호에서 필자가 택배 익일 배송률이 1% 하락할 때마다 고객 클레임은 2%씩 증가한다는 1:2 즉 ‘O2 법칙’을 설명했다. O2 법칙이라 부른 이유는 택배가 이제는 산소와 같이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한 점을 다시 한 번 더 상기하기 바란다.

또한 2배씩 증가하는 고객 클레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배송지연과 관련된 배송문의 클레임과 배송접점 즉, 임의배송과 불친절 관련 클레임이다. 그냥 단순하게 보면 배송문의 클레임과 배송접점 클레임은 전혀 성격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배송이 언제 오는지를 묻는 것’과 ‘불친절 클레임’처럼 말이다.

필자도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다르다’라고 하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봤을 때 다르다는 것이다. 배송이 언제 오는지 묻는 것은 그냥 궁금하니까 단순하게 물어보는 성격이 강하지만 택배기사가 불친절해서 고객 기분이 상한 것은 고객 체감지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객 입장이 아니라 택배기사 입장에서 보면 두 클레임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자, 그럼 왜 그런지 택배기사 입장에서 클레임을 분석해 보자.

고객이 배송문의를 하는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다. 택배기사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첫 번째는 오늘 배달물량이 200개인데 200명에게 전화하다 보면 배달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한 건 배달하고 약 700원 내외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데,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핸드폰 요금을 감당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그냥 여태껏 사전 연락을 하지 않았어도 큰 클레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배송접점 클레임을 분석해 보자. 고객과 택배기사가 배송 시 문 앞에서 상품을 주고받으면서 발생하는 불친절은 요즘에는 거의 없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나 반문 하겠지만 필자가 택배를 도미노 생물이라고 이야기 한 것을 상기해 보시라. 택배를 택배 자체만 따로 떼어놓고 봐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택배서비스와 가장 밀접한 온라인쇼핑과의 관계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홈쇼핑의 성장 이면에는 택배서비스 발전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온라인쇼핑에서 고객서비스가 가장 으뜸인 곳은 홈쇼핑이다. 그런 홈쇼핑 고객의 다양한 배송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맞춰오면서 택배서비스도 발전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달하면서 실제 고객을 만나서 배달하는 건은 요즘 같으면 20% 내외 일 것이다. 하루에 200건 중에서 40건은 고객 얼굴을 보면서 배송을 하는데, 고객 앞에서 일부러 불친절하게 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택배기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모든 서비스업종 특히 고객을 만나는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그냥 불친절하게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세상에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 본질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일어나는 불친절은 대부분이 임의배송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임의배송을 왜 하는지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하루에 처리해야 할 물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고객이 집에 없기 때문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택배기사가 방문한 그 시간에 고객이 집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시 방문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 한 건 때문에 남아있는 배송 건을 줄줄이 지연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비실로 간다. 경비실이 있는 아파트면 그나마 괜찮지만 일반 주택이나 빌라면 난감해진다. 임의배송으로 분실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자기가 떠안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소화전에 넣거나 집 앞 슈퍼에 맡기거나 임의배송을 하는 것이다. 그게 지금은 ‘당연이즘’이 된 것이다.

아무튼 임의배송하면서 고객에게 전화하는 택배기사가 있고 문자를 하는 택배기사가 있다. 물론 둘 다 하는 택배기사가 있는 반면에 아무런 후속 조치도 하지 않는 택배기사도 있다. 전화하는 상황을 들여다보자.
“택밴데요. 집에 안 계셔서 경비실에 맡겼습니다. 찾아가세요”라고 통화가 끝나면 다행이다. 고객이 “무슨 소리에요. 나 오늘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그럼 미리 연락을 주시지요. 한두 번도 아니고 올 때마다 그러시잖아요” 이렇게 통화가 시작되면 택배기사도 고객도 사람인지라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해 누군가 심한 말을 하게 되고 바로 임의배송으로 인한 불친절 클레임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배송접점 클레임이 임의배송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단순하게 몇 자로 표현했을 뿐이지만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면 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택배 클레임의 대부분은 임의배송이 원인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임의배송의 진짜 이유는 택배기사가 미리 고객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서이며, 택배기사가 사전연락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물량이 너무 많고 그 많은 사전연락을 택배기사 혼자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배송문의 클레임과 배송접점 클레임은 택배기사 입장에서 보면 같은 것이다.

필자가 지금 택배가 위기라고 하는 것은 현재 택배회사나 택배기사가 임의배송이라는 ‘당연이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임의배송의 뒷면에 숨어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택배는 늘 위기인 것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공으로 하는 모든 구기 종목에는 한 가지 철칙이 있는데 ‘공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택배회사는 지금 임의배송 그 뒷면에 있는 사전연락에서 눈을 뗀 상황이다. 자 그럼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임의배송이 문제인 것은 택배회사나 홈쇼핑이나 모두 다 잘 알고 있다. 그 해법이 사전연락인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여태껏 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임의배송은 당연이즘이 되었다.

그럼 기존에 어떤 방법으로 택배회사가 사전연락을 해결하려고 했는지 점검해 보자. 필자가 택배회사 담당자와 택배품질 개선회의를 하거나 클레임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주야장천 들었던 답변이 하나 있다. 반드시 사전연락 하도록 택배기사를 교육하겠다는 것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늘 빠지지 않는다. 우리 택배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백화점도 그렇고 대형마트도 그렇고 호텔도 그렇고 우리 홈쇼핑도 그렇다.

교육이 해법이라고 보는 것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교육을 중시하는 이유는 그 문제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라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사전연락의 문제를 택배기사만의 문제로 돌리기 때문에 늘 교육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정공법이다. 그런데 정공법은 누구나 다 하는 방법이라 대부분 효과가 없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 상황을 봐도 증명이 되지 않는가!

그럼 방법을 바꿔 우회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 택배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략이 있다. 택배기사가 배달 출발을 등록했을 때 자동으로 고객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다. 정말 효과가 좋았다. 당일 오전에 고객에게 오늘 몇 시 정도에 배송될 예정이라고 보낸 간단한 문자 하나에 우리 택배품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필자가 사전연락이라고 했지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사전 콜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사전 콜이라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콜의 의미는 고객에게 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구조적으로 사전 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필자는 사전 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전 콜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사전연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사전 콜은 음성통화만 하지만 사전연락은 모든 수단을 다 포함한다. 따라서 사전연락의 의미는 사전안내의 의미를 뜻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사전안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고객에게 사전에 배송정보를 안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왕이면 우회 전략으로 접근해 볼 것을 권장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역시 SNS와 스마트폰을 믹싱하는 방법이다. SMS로 안내해 주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이 스마트 시대임을 절대 잊지 마시라. 자기 것 만 을 고집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소통을 기반으로 한 융합서비스의 시대인 것이다.

두 번째는 구조적으로 택배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운송장을 발행하고 물품을 집화하고 터미널이나 사업소에서 1톤 트럭으로 배달 물량을 가득 싣고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바꾸자는 말이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구조를 처음 단계부터 새롭게 변경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정말 어려운 부분이지만 한 가지씩 차근차근 바꿔 나가다 보면 스마트 시대를 선도하는 스마트 택배 프로세스가 완성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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