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물류현장 근무 체험자가 본 현실

PART 4. 물류현장 근무 체험자가 본 현실

△신인식
피비엔택 기술영업부 과장
“물류 현장인력은 사람이 아닌 하나의 도구에 불과”

필자는 약 6개월 동안 2곳의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다. 많지 않은 경험이고 물류센터 마다 특성이 있기에 필자의 경험이 전체 물류 현장을 대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두 곳의 물류센터에서 많은 이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이 느꼈던 것과, 그리고 필자가 느꼈던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물류센터 현장 직원 첫 달 월급날이 고비

처음 일한 물류센터는 경기도 용인시 백암에 위치한 E기업의 물류센터였다. 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른 물류센터로 이동하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이곳의 경우 물류센터의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아 인력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고 그만큼 일의 강도도 상당했지만 근무시간이 길어 OT(Over Time Charge)가 많이 붙는 편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일해 온 동생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 달 월급날이 고비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첫 달 열심히 일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했다. 즉 처음 광고 등을 통해 알고 들어온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월급으로 받게 되면서 의욕이 떨어지고 떠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월급을 속여서 주거나 일부러 근무 한 시간을 줄이는 등의 꼼수를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월급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첫 달 월급을 받으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물류기업이 현장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물류기업은 인력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대부분의 인력을 공급 받고 본사에서 물류센터장과 몇 명의 현장 직원을 파견해 현장 업무를 관리한다. 필자가 일했던 두 곳 모두 같은 형태였다. 그러다 보니 월급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연장 근무를 했을 때 수당이 어떻게 붙는지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한다.

보통 처음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설명이 없기에 월급 전체금액을 1/N을 해서 시간당 급여를 계산하고 그 금액에 1.5를 곱해 연장 근무 수당을 계산한다. 하지만 월급을 잘 들여다보면 기본급이 최저임금으로 구성되고 나머지는 수당으로 붙어 있다. 즉 연장 근무에 대한 시간당 급여는 최저임금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적은 금액을 월급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 이후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일한 시간에 비해 받는 급여는 정말 적었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일했던 인천의 M물류센터는 OT는 없지만 다른 곳에 비해 월급이 높았다. (다른 물류센터들에 비해서 말이다.) 근무시간은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이다. 하지만 이곳도 명세서를 잘 들여다보면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는 다른 어느 곳보다 월급이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현장 인력은 ‘사람이 아니므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물류센터는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물류센터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말을 다르게 이야기 하면 업무에 능숙한 사람이 많으면 물류센터가 잘 돌아가고 능숙한 사람이 없으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숙련자와 비숙련자를 놓고 보면 같은 시간에 숙련자는 상당히 많은 일을 하고 비숙련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숙련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상식은 물류센터 현장 인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처음 근무한 물류센터에는 일명 반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랜 시간 근무한 사람들로 상당히 업무에 숙련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필자보다 더 많은 일을 같은 시간에 해내고, 어쩔 때는 불쌍하다고 생각 될 만큼 본사 직원들에게 불려 다니며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 낸다. 그래서 당연히 일반 현장 인력보다 더 나은 조건의 대우(월급)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은 필자가 일하는 시간이 더 많으면 필자가 더 많은 월급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같은 파견 근로직이기 때문에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돈을 가져간다. 즉 처리하는 일의 속도 또는 숙련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일의 능률이 오를 리가 없다. 필자도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감 보다는 물류센터에서 현장인력은 사람이 아닌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두 번째 물류센터는 조금 상황이 나았다. 많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일한 사람을 파견 근로직에서 계약직으로 바꿔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한 만큼의 대우라고 생각하기에는 케이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본사 인력 지원이 현장을 지옥으로 만든다

본사에서는 가능하면 물류센터 현장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본사에서는 현장 인력의 업무를 덜어주고 빠른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숙련된 현장 인력들에게 숙련되지 않은 본사 직원은 단지 현장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실제로 본사 직원이 지원 나왔을 때 현장 인력들은 원래 현장 업무와 상관없이 본사 직원들이 해놓은 일을 뒤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장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현장 인력들의 노고를 이해한다면 본사 직원들의 현장 지원이 아닌 현장 인력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일하는 일터에 좀 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숙련된 현장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본사 직원의 현장 지원보다 물류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돈도 안 되고, 미래도 없고, 무엇을 위해 일하나

약 6개월간 두 곳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도대체 왜 그들은 그곳에서 일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돈도 다른 곳에 비해 적고,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기업이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일하면서 무엇인가 이루기 위한 목표를 정하지도 않는다. 또한 물류센터에서 누구도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들도 알고 있다. 회사는 자신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그냥 비용(인건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냥 그곳에 적응 되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렇게 흘러가듯이 일할 뿐이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와 목표가 있어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이니 물류센터의 업무 효율이 나지 않는 것은 두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물류기업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이 부족하고 구하기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 또 젊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현장에 인력난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물류기업이 사용할 도구가 부족할 뿐이다.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물류회사 직원이 아니라 인력공급 업체의 파견 근로직으로 일 해본 사람이라면 필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이야기 하는 인력난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람으로 대우 해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필자가 같이 일하며 이야기 해본 사람들은 정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현장 관리자들의 몫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지옥 알바’라고 불리는 물류센터의 현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하는 숙제인 것 같다. 그 후에야 비로소 다른 답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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