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물류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불합리한 거래 관행 때문에 발생하는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갈등, 화주-물류기업의 1차 갑을 관계보다 더 문제가 되는 대규모 물류기업과 중소중견 물류기업 간의 2차 갑을 관계, 여기에 2자 물류와 3자 물류의 소모적인 대립은 우리 물류산업의 동반성장과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립과 갈등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한 예로 최근 부쩍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보는 시각을 되돌아보자. 공정거래법에서도 일감 몰아주기는 경쟁제한 행위로 규제 대상이 맞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로 매도되는 물류 아웃소싱은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량지원 행위가 된다.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 물량지원 행위는 관련 당사자와의 거래(related-party transactions) 행위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 물류현장의 많은 전문가들은 물류시장에서 발생하는 물량지원 행위가 물류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물류산업이 좀 더 발전하려면 물류시장의 이런 실체를 부정하기보다 긍정(肯定 : affirmation)의 마인드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일감 몰아주기다… 아니다, 2자다… 3자 물류다 하는 고정관념으로 물류시장을 보는 태도를 바꿀 때가 됐다는 말이다.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대립과 갈등이 없어서도 안 된다. 대립과 갈등을 통합의 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대립과 갈등을 보는 다른 시각이 있다. 인간과 사회와 문화의 원초적인 차이에서 나오는 대립과 갈등이야말로 혁신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포지티브 컨플릭트(Positive Conflict : 긍정적 충돌)라고 부른다. 상반된 것 속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잘 조화시켜 긍정적으로 활용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며 대립과 갈등을 성공의 기회로 삼으라고 권유한다.
외국의 한 컨설턴트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방 하나가 가득 찰 만큼의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혼자만의 힘으로 90초 이내에 단순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보라고 했다. 그들이 생각해낸 해법을 수치화해 평균을 내자 ‘6’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엔 사람들을 작은 그룹으로 묶고 90초 이내에 같은 과제를 함께 수행하도록 했다. 그룹 당 해법 수치가 약 15가 나왔다. 개별에서 작은 팀 단위로 사고의 틀을 확장하자 해법 수치가 250%나 늘어난 것이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낫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창조력을 키우고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류시장의 문제를 푸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쪽만의 노력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긍정적인 충돌을 할 때 더 많은 해결책을 얻게 될 것이다.
부정의 시각에서 긍정의 시각으로 물류시장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물류산업의 새로운 성장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