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은 어디까지 인가?

Q 각종 상품권의 도소매업을 하는 A사는 거래처인 B사로부터 백화점 상품권 10만 원권 200매와 5만 원권 100매(이하 ‘본건 화물’)를 보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에 A사는 택배운송(소화물을 송하인의 장소 등에서 받아서 수하인의 장소 등까지 통상 육상운송을 하는 것) 사업을 하는 C사에게 본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다. 그런데 A사는 C사에게 이를 의뢰하면서 본건 화물이 상품권임을 밝히지 않고 단지 서류라고만 하였다.

이에 C사는 자신의 택배기사인 D에게 본건 화물을 A사로부터 B사까지 오토바이로 운송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D는 A사의 사무실에 가서 본건 화물이 들어있는 박스(이하 ‘본건 박스’) 1개를 A사의 직원 E로부터 받았다. 이 때에도 직원 E는 본건 화물이 상품권임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D는 운송장에 품명을 ‘서류’라고 기재한 후 직원 E에게 교부하였다. (이렇게 서류라고만 고지 받았기 때문에 C사는 고가물에 대한 할증운임을 A사에게 청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본건 화물의 택배운송 중 D는 의뢰 받은 다른 화물을 수령하고자 아파트 입구 앞 노상에 오토바이를 주차시켜 두고 다른 화물을 받으러 갔다. 그 사이에 누군가에 의하여 본건 화물이 들어 있는 본건 박스가 도난당하는 사고(이하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안에서 A사는 고가물의 택배운송을 C사에게 의뢰하면서 그 종류와 가액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C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가 된다.

또 만일 책임이 있다면 C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본건 화물의 상품권 액면금 전체 25,000,000원{= (100,000원 × 200매) + (50,000원 × 100매)} 인지 할인율을 적용한 도매가격{예를 들어 할인율이 5%라면 23,750,000원(= 25,000,000원 × 0.95)} 인지도 문제가 된다.

△법률사무소 智賢
조성극 변호사

A 육상운송에 대한 규정인 상법 제136조에서는 “화폐, 유가증권, 기타의 고가물에 대하여는 송하인(본건에서는 A사)이 운송을 위탁한 때에 그 종류와 가액을 명시한 경우에 한하여 운송인(본건에서는 C사)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고가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통 운송물로서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판시한 하급심 판결이 있다. (그렇지만 비록 송하인이 고가물임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운송인이 보통의 운송물에 기울이는 주의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통 운송물에 해당하는 책임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하급심 판결에 따르면 A사와 택배운송계약을 체결한 C사의 본건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법 제136조 규정은 운송인의 운송계약상의 계약책임(즉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에만 적용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1. 8. 23.선고 91다15409 판결, 이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역시 없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본건 사고에 대하여 C사는 A사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있어서도 본건 화물이 상품권인 고가품임을 A사가 밝히지 않은 만큼 높은 비율의 과실상계가 A사에게 되어야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본건 사고에 대하여 C사는 상법 제136조에 따라서 면책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질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A사에 대하여 높은 비율의 과실상계가 되어야 할 것이므로, 결국 C사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위 25,000,000원 또는 23,750,000원보다는 훨씬 적은 금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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