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경쟁력이 화주기업의 경쟁력이다

아웃소싱은 화주-물류기업이 함께 상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많은 화주기업들이 아웃소싱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사의 정보 유출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공동물류가 어느 순간 벽에 막혀 크게 확산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류업체에 의한 정보 유출… 과연 화주의 걱정대로 그럴까?

물류보다 더 많은 기밀 유출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 화주기업들이 즐겨 받는(?) 경영 컨설팅 부문이다. 경영 컨설팅에 대한 아웃소싱이 보편화 된 것과 비교하면 물류 아웃소싱에 대해 화주 기업들이 가지는 인식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류를 아웃소싱 할 경우 물류 관련 조직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는 화주기업 내부의 인식도 문제다. 이처럼 물류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불신이 물류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상생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화주와 물류기업의 상생협력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물류 경쟁력이 곧 화주기업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미 치열해질 대로 치열해진 기업생태계 경쟁에서 화주기업은 공급사슬(Supply Chain) 관리에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해야만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화주는 제품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제한적인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생산과 디자인, 마케팅 등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 외의 것들을 아웃소싱 하는 것이 맞다. 아웃소싱은 상생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관계가 수직적, 종속적 거래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상호동등하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생은 화주와 물류기업 모두에게 인식

지난 2011년 7월 한 기관에서 화주·물류기업의 거래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물류기업의 22%가 화주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58.2%의 물류기업은 유가 상승 등 불가피한 원가상승에 대해 보전받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업 간 거래에서 어느 한 쪽이 불이익을 받고 그 영향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면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물류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런 불공정한 관계는 필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상생은 화주와 물류기업 모두에게 경영 안정성과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장기 아웃소싱 계약을 생각해 보자. 화주는 물류시설 구축에 따른 재정적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물류업체는 물동량 예측이 가능해 적정한 시설 투자와 인력 계획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상생 관계에서 얻는 이익은 적지 않다. 우선 운임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벌어져도 화주는 보호받을 수 있다. 반대로 운임이 급격하게 하락할 때는 물류 업체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화주·물류기업 모두에게 경영 안정이라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바로 상생인 것이다.

해 외 사례로 본 상생 모델

중국 철강사, 차이나쉬핑과 장기운송계약 체결
상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우깡 그룹은 연간 2,000만 톤의 철광석을 수입하는 중국 최대의 제철소다. 보우깡 그룹은 차이나쉬핑과 연해·원양 철광석의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연해운송은 2007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3년간 연간 600만 톤의 운송 계약을, 호주산 철광석에 대한 원양운송은 2010년부터 향후 15년 동안 장기 운송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중국 철강 회사인 서우깡 그룹도 차이나쉬핑과 2009년부터 15년 동안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연간 246만 톤의 호주·브라질산 철광석을 들여오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해운 물류의 아웃소싱을 장기계약으로 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자국 선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이다. 화주와 물류기업은 이런 장기계약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효과를 얻고 있다. 화주는 운임이 급등하는 시기에도 원자재와 부품, 완제품에 대한 안정적인 운송이 가능해 경영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 선사 역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실제 차이나쉬핑은 장기계약을 기회로 선복량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철강사의 상생모델

UPS, 글로벌 공급체인 이용·先투자 등 다양한 협업 모델 있어
중국 철강사들의 사례가 국가정책에서 비롯된 수직형의 상생 모델이라면 서구의 대형 물류기업들은 수평적 형태의 협업 모델을 선호한다. UPS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UPS는 제조업체들의 공급 체인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수평적 협업을 통해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도도시바의 고객은 파손된 노트북의 수리를 UPS에게 맡긴다. UPS는 이를 도시바에 배달하고, 도시바는 수리가 끝난 노트북을 다시 UPS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도시바는 UPS의 이런 글로벌 공급체인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1∼2일 내에 고객에게 CS(Customer Service)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나이키도 UPS의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을 통해 효과를 얻고 있다. 고객이 나이키 상품을 주문하면, UPS가 이를 접수하여 UPS 나이키 물류센터에 전달한다. 물류센터에서 상품 검사와 포장을 마친 제품은 고객에게 운송된다. 주문과 생산, 배달이 일원화 돼 나이키는 그만큼 수고를 덜게 됐다.

기존의 업체가 아니라 잠재적 고객에 대한 선투자로 상호 윈-윈하는 경우도 있다. 응고제를 판매하던 한 바이오 벤처는 주문량이 증가하자 공장 증설을 결정하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창고 시설도 모자랐다. 이 때 이 회사의 물류를 담당하는 UPS는 공장 증설을 위한 캐피털 자금을 지원해 이 회사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투자를 통해 물류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UPS 상생모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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