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현장에서 깨우친 過猶不及의 진리

 (주)씨엔아이 로지스틱스 대표이사
지난 회에서는 현장 진단의 중요성과 현장의 소리를 적극 반영한 물류 개선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컨설팅 결과의 실행단계에서 오류와 비용의 추가 발생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지름길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회에는 다소 이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수립된 개선 방안(TO-BE IMAGE)에 따라 실행계획(ACTION PLAN)을 수립하고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짚어볼까 한다.

물류컨설팅을 통하여 고객사의 현황과 환경을 분석하고, 요구 사항들을 정의하여 도출된 개선방향을 실현 가능한 To-Be Image로 그리고 단계별 Action Plan을 수립하여 현업에 적용하도록 제안하는 것이 물류컨설팅의 최종 결과물이다.

물류업체는 이 Action Plan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물류운영을 시작하여 To-Be Image의 결과물을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이상과 현실에는 어느 정도의 괴리가 있듯이 물류도 실제 운영으로 넘어가면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한 Action Plan들이 현장의 운영적인 부분들과 부닥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괴리들이 발생하게 된다. 현장에서 물류를 배웠다고 자부하던 필자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떤 경우는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경우는 어렴풋이 예감은 하면서도 거의 매번 유사한 유형의 시행착오들을 반복하곤 했던 것 같다.

지나친 理想主義는 누군가의 손해로 돌아온다

쉽게 시행착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물류현장에서 시행착오는 결코 용서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현장의 물류흐름이 중단되거나 왜곡된다는 것은 그대로 운영원가의 상승으로 연결되거나 서비스 품질의 손상이라는 타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로 무장된 물류컨설턴트들은 왜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하고 사전 대비책 마련에 실패하는 것일까.

수많은 물류컨설팅과 삼자물류 추진 프로젝트에서 책임자(Project Manager)로 참여했던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생각해보면 많은 경우 지나치게 이상적인 To-Be Image에 경도되어 있었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단계적으로 점진적인 실행보다는 지나치게 단기간에 원가 절감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거나, 현재의 운영 프로세스 개선에 따른 물류 서비스의 품질 보장 부분을 과소평가 했거나, 또는 고객사의 현황과 환경 파악이 정확하지 못하였거나 등등이 배경이 아닐까 싶다.

지나치게 의욕적인 원가절감 계획에 기초한 Action Plan은 물류운영 실행단계에서 대부분의 경우 (고객사든 물류업체든)누군가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다.

아무리 점검하고 또 점검한 훌륭한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하더라도 고정비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물류 원가를 일시에 대폭 절감시킬 수 있는 묘안은 없다고 하는 것이 정직한 표현일 것이다. 오히려 운영 초기에 서비스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사가 직접 운영할 때 보다 운영 원가가 더 나가는 경우가 정답에 가깝다고 본다.

물론 운영을 통합하고 프로세스를 단축하고 정보시스템화에 의한 자동화 및 성력화 등으로 물류 원가의 대폭적인 절감은 실현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단지 그런 열매들은 안정적인 서비스 체제를 유지하면서 단기간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실현 가능한 Action Plan이 중요

몇 년 전 유통업체의 물류체계 진단 컨설팅과 제삼자물류 대행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고객사는 경영상의 문제로 다소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물류운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고객사의 니즈는 현재의 물류운영 체계를 개선하여 물류비 수준을 대폭 삭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컨설팅을 통해 물류 거점과 수배송 네트워크 재구축 등 개선방안이 수립되었고 원가 절감을 실현하기 위해 운영의 상당부분을 제삼자물류 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고객사의 가맹점들은 새로운 물류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잘 짜이긴 했으나 다소 이상적이었던 Action Plan은 실행단계에 접어들자마자 여기저기서 불협화음들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다가 온 추석 성수기는 원가 절감 안의 기본 틀을 뒤흔들어 버렸다.

새로운 운영체계의 안정화보다는 성수기를 맞은 고객사에 대한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 제공이 우선이었다. 추가해서 인력과 운송 장비들이 투입되었고 심지어 O/T(Overtime Fee) 요금도 몇 배가 추가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씁쓸한 기억이지만 고객사로부터 우려와 질타가 쏟아졌고 내부적으로도 예상 밖의 큰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다. 폭풍과도 같던 성수기가 지난 후 고객사의 실무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보다 단계적이고 안정적인 Action Plan을 재수립하여 위기를 탈출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고객사의 요구가 있더라도 혹은 수주를 못할 위험이 있더라도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원가 절감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결국은 고객사와 물류업체 모두에게 Win-Win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한창 물류 영업 현장에서 뛰고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슨 소리야. 지금 전쟁터인데 그런 미지근한 방식이 고객에게 통할 거 같아. 뭐라고 해도 수주부터 하고 봐야지”하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런 무모한 용기와 열정 뒤에 따라 오는 혹독한 수업료를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선입견 버리고 사소한 것부터 챙겨야

다음으로 많이 범하는 우(愚) 중의 하나는 고객사의 환경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 부족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이다. 통상적으로 컨설팅 기간 중 초반 몇 주 동안은 고객사의 현황과 역량, 내외부 환경분석 및 요구사항 정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지난 회에서도 지적했듯이 경험 많은 컨설턴트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중에 하나가 이미 어느 정도 정형화된 To-Be Image나 Action Plan이 머릿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물류는 산업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물류 흐름의 기본적인 유형은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필자도 종종 현장을 보기도 전에 답부터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말 훌륭한 컨설턴트라면 이 같은 선입견을 최대한 억누르고 고객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선입견이 없어야만 아주 사소한 흐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편견 없이 분석하여 실현 가능한 Action Plan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소해 보이는 한 두 가지를 놓쳐서 낭패를 본 사례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발생한 일들로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인 컨설팅이었고 제삼자물류 체제로의 전환도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씁쓰름한 경험은 당시 참여 컨설턴트들과 지금도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당시 고객사는 대형 화주(Client)로부터 보다 신속한 공급체계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었으나 현재의 거점과 수배송 체제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몇 달간의 컨설팅을 통해 새로운 거점 구축과 수배송 네트워크의 전면적인 재구축 안이 도출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대폭적인 개선에 착수하였는데 문제는 거점 구축 과정에서 발생되었다.

분명히 아이템 별로 2~3일 분의 적정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거점 설계를 하였으나 실제 입고 과정에서 적정 재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물량으로도 물류센터가 꽉 차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원인은 제품 적재 파렛트 실측 시 외부로 튀어 나와 있는 손잡이를 감안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몇 개월간 현장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했지만 결국은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어이없는 실수였다. 거기에 더하여 피킹을 끝내고 상차를 기다리기 위해 도크에 내놓은 파렛트들이 조금씩 미끄러져 움직여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상차 대기 중인 파렛트가 제 위치를 벗어나면 차량 접안에 문제가 생겨 상차 지연이 발생되는 문제였다. 더군다나 고객사의 제품들은 흔들림이나 충격을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특징이 있었다. 도크가 다 지어진 후에 발견했으니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통상적으로 도크는 비올 때 빗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약간의 경사를 주어서 설계되는데, 고객사 파렛트에 바퀴가 달린 것을 간과하고 일반적인 도크로 설계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컨설턴트들은 알고 있던 경험과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본 결과였다.

오픈하자마자 다시 보완 공사를 해야 했는데 고객사에는 영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고 원가는 가중되어 내부적으로도 할 말이 없어진 입장이 되어 버렸다.
고객사의 환경에 대한 이해와 지식 부족이 빚은 작은 놓침 하나가 Action Plan의 실행 단계에서는 큰 화로 돌아 올 수 있다는 교훈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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