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의 비결 6

골프를 칠 때 호흡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 호흡 조절을 통해 몸이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지면 원하는 장타는 물론 최상의 플레이가 가능해 진다.    

샷을 할 때 어떤 이는 숨을 멈추라 하고, 어떤 이는 엷게 들이마셨다가 엷게 내쉬라 한다. 어드레스에서 백스윙, 톱까지는 들이 마시고 다운스윙 때 내쉬라는 것인데, 이것은 스트레칭 시 호흡법과 정 반대이다.

스트레칭에서는 근육이 잔뜩 수축되거나 힘을 받을 때 내쉬라고 한다. 우리 몸의 구조상 숨을 들이마실 때 몸은 경직되고 날숨 때는 유연해 지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잔뜩 근육이 수축되는 때는 백스윙 톱에서다. 그렇다면 백스윙 땐 내쉬고 임팩트 순간 들이마시는 게 맞다. 그러나 직접 실험해 보면 잘 안 되고 샷의 균형만 깨진다. 숙련이 안 된 탓일까?

버디를 하고 의기양양해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 다음 홀 티 그라운드에 선다. 버디 오너가 된 흥분에서 호흡을 가다듬지 않고 티샷을 하면 여지없는 미스 샷―. 긴장하면 가슴이 조여서 숨이 가빠지고 흥분하면 심장 박동 수가 빨라져서 숨이 차기 때문이다.

쓰리퍼트로 화가 나도 호흡이 변하고 돈을 너무 잃어 슬퍼도 호흡이 달라진다. 공을 툭툭 건드리며 치는 동반자 때문에 생기는 씁쓰레한 감정도 미세한 호흡의 변화로 드러난다.

다행스럽게도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리 자극과 반응 사이에 다소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샷과 샷 사이의 여유 공간에 감정을 잘 다스리면 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공이 해저드에 빠지면 금세 좌절하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다.

이런 때 계속 화를 낼 것인지, 얼른 잊고 희망의 끈을 찾을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면 된다.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면 흐트러진 감정과 불안정한 몸 상태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긴장하면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게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호흡으로 뇌 내 모르핀이 분비되어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이 다시 좋아지게 되는 인체의 신비 ― 자연치유 시스템 때문이다. 

골프처럼 호흡을 통한 마음의 평정이 요구되는 운동도 없다. 감정을 건드리는 요소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상황이 생겼다 하면 무조건 10회 이상 심호흡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골프에서는 가장 좋은 호흡법이다.

아랫배 단전까지 이르는 깊은 호흡을 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클럽을 선택하기 전에 마음이 가라앉히고 조용히 자신에게 묻는다. 다음 샷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거리가 먼저인가 방향이 우선인가?

 

골프는 이렇게 숨고르기 운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골프를 ‘보행명상’하는 스포츠라고도 한다. 잘 안 풀릴 때도 호흡으로 가다듬어야 하고, 모든 샷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을 때도 신중한 호흡을 하면서 자신을 경계하는 마음과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수련을 통해 바른 호흡을 일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방면의 고수들은 숨을 잘 쉬면 우주의 기운, 천기(天氣)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까지 한다. 목표는 풍부하면서도 깊고 가지런한 숨이다. 부단한 수련을 통해 한 번 내쉬고 들이마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수 대접을 받는다. 나아가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느낌이 없어지면 우주의 기운이 단전에 연결되는 현빈일규(玄牝一竅)를 얻어 백규(百竅)가 모두 통하게 된다고 한다.

 

일차 목표의 예는 건강한 아기들의 숨이다. 아기는 숨을 쉴 때 배를 불룩불룩 내민다. 아랫배가 풍선처럼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른다. 우주의 기운이 아랫배 단전까지 풍부하게 잘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기 시절에는 누구나 이렇게 단전호흡을 통해서 우주의 기운을 받고, 그 기운으로 몸에 활력이 넘치고 쑥쑥 자란다. 온종일 움직이고 놀면서도 지칠 줄 모른다. 그런데 오욕칠정의 세파에 시달리며 어른이 되어가면서 호흡이 달라진다.

단전까지 내려가던 숨은 가슴에서 막힌다. 얕아지고 거칠어지고 약해진다. 당연히 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천기도 적어진다. 온갖 스트레스, 마음의 상처가 단전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는 숨길을 막는 것이다.

이렇게 막힌 숨길을 다시 여는 것이 호흡 수련이다. 숨길은 천천히 자연스럽게 다시 열리도록 해야 한다. 일부 수련단체에서는 입문하면 그날부터 아랫배로 숨을 쉬라고 가르치는데 건강 장수하려고 호흡 수련 시작했다가 요절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억지로 숨을 단전까지 끌어내리려면 아랫배에 무리한 힘을 가하게 된다. 그러면 명치 부위와 그 안쪽에 자리 잡은 비장과 위장이 잔뜩 긴장하게 되서 비위가 상하기 쉽고, 폐의 자율신경까지 경직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숨을 들이쉬고 서서히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이 좋다.

숨을 편안히 내쉬고 나면 저절로 잠시 멈춰진다. 길게 멈춘다고 좋은 게 아니다. 찰나건 몇 초간이건 그저 다듬어지는 몸이 작동하는 대로 멈춘 다음 다시 숨을 들이쉬면 된다. 멈춘 동안 몸속의 탁한 기운이 피부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그래서 다음에 들이쉬는 숨은 좀 더 편안하고 풍부해진다. 들이쉬는 숨도 저절로 들어오는 만큼만 들이쉰다. 억지로 많이 들이쉬면 부작용이 따른다.

사람들은 ‘수련’이라 여기면 특별히 정해놓은 시간에만 하려 하고 일상에서는 아무렇게나 숨을 쉰다. 그렇게 하면 효과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 24시간 언제나 숨을 잘 쉬려고 애써야 한다. 그렇게  노력을 해야만 일할 때나 골프를 칠 때나 늘 깊은 (좋은) 숨을 쉬게 된다.

골프에서 미스가 많든가 기복이 심한 사람은 십중팔구 숨이 자꾸 끊기는 타입이다. 마음이 급하거나 긴장하거나 걱정거리가 있거나 화가 날 때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호흡이 깊고 고르게 되면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극복하는 힘이 생긴다.

호흡 수련법은 요가 세계에도 오랜 역사가 있지만 도교 수행법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박자’에 선인이 되기 위해서는 호흡법, 방중술, 복약법의 세 가지를 심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이중 호흡법(행기)에는 질병을 치유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등의 효용이 있다고 했다.

호흡법의 극치는 태식(胎息)으로, 코나 입을 사용하지 않고 어린이가 태내에 있을 때처럼 호흡하는 것이라고 했다. 태내의 태아는 당연히 폐로 호흡하지 않는다. 탯줄을 통해 모체로부터 모든 것을 공급받고 버릴 것을 내보낸다. 그러나 출산이 되면 급변한다. 탯줄이 끊어지면 바로 폐호흡 구조로 바뀐다. 이는 인체의 과학이다. 그런데 무슨 수로 성인이 되어 태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부정적인 사람들은 호흡 수련의 도사들을 노화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인간을 현혹하는 오컬트(Occult) 추종자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나 지금도 고수들은 태식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탯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폐호흡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 그 운명의 사슬을 끊고 우주와 하나 되는 높은 경지로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열쇠는 호흡에 있다. 호흡을 통해 천지의 기운이 단전에 쌓이고 흘러넘쳐 자연에 감읍(感泣)하게 되는 호흡 수련의 비경 체험…

골프 향상을 위한 호흡 수련은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스윙이나 임팩트 순간의 특별한 호흡 관리도 무리한 주장이다. 평소에 수련을 열심히 하여 깊고 풍부한 숨쉬기를 일상화 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그것이 장타의 비결이요 좋은 골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실제로 최정상의 프로골퍼에게 골프 칠 때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본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답은 한 가지로 간단했다. “생각을 안 해서 모르겠는데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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