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서비스는 공짜가 아닙니다

(주)씨엔아이 로지스틱스 대표이사
들어가면서

3PL(또는 TPL), 4PL과 같이 기업의 내부자원이 아닌 외부의 제삼자에게 기업의 물류를 위탁할 때 사용되는 물류용어들은 이제 시장에서 아주 익숙한 용어가 되었고 실제 수많은 국내 제조?유통 기업들이 외부의 물류기업에 물류의 일부든, 전부든 위탁하는 물류 아웃소싱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3PL산업의 시장 확대와 발전에 따라 오랜 기간 전통적인 3D업종이라 할 수 있었던 물류업무는 선진 정보시스템기업에 버금가는 물류정보시스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고 물류 컨설팅 역량 및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현장운영 역량이 요구되는 전방위 첨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 오늘의 물류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선진역량을 기반으로 한 수 많은 물류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표면적으로는 첨단화, 선진화 되어가는 3PL 물류시장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사의 물류업무를 외부 물류기업에 위탁한 기업들 상당수가 여전히 3PL 물류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지불하는 물류비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장기계약보다는 단기계약을 선호하게 하고 있으며 물류 위탁업체의 잦은 변경이나 철수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물류시장의 긍정적인 방향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3PL 업무를 위탁 받은 물류기업은 물류기업대로 기대수준 이하의 수익성과 연간 단위로 진행되는 재계약 및 고객사의 원가절감 요구에 따라가기 위해 심지어 적자를 감수하는 경우도 있는 등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3PL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주요 요인은 수?배송과 재고관리까지 포함된 토탈 아웃소싱의 경우 초기 셋업(set-up) 단계에서 상당한 규모의 선 투자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물류기업 내부적으로 고객사 수요예측에 대한 경험부족으로 초기 투자비를 과다 집행하거나, 사전합의가 불충분하여 고객사로부터 적정비용을 지불 받지 못하는 예외적인 프로세스가 자주 발생하여 인력과 장비가 과다 투입되는 등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는 수많은 난관들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생되는 물류활동에 있어서 문제 해결은 어느 것 하나도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이미 초기단계에서부터 수익은 악화되어 어느 정도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필연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럴 경우 수익성만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도 함께 흔들리는 어려운 상황으로 연결되어 비용이 추가 투입되어야 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국내기업에서 3PL업무를 수년간 담당했던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서비스 초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비스의 안정화와 함께 원가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는 시점에 이르면 거의 예외 없이 비딩(bidding)을 통한 재계약이라는 심각한 허들 앞에 서게 된 적이 많았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사들과 비용절감이라는 목표 수치가 절대 평가 기준이 되는 고객사 사이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새롭고, 아마도 오늘의 물류시장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물류 서비스는 공짜가 아닙니다.” 고객사들과의 미팅에서 필자가 자주 했던 이야기를 화두로 고객사와 물류기업이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에 대해 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물류 아웃소싱의 전체적인 추진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제조‧유통 A사의 물류 아웃소싱 추진 사례

1) 추진 단계에서의 시사점
물류비용 절감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직결된다는 점 때문에 어느 기업이든 물류비용의 합리화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회사의 물류 서비스 수준은 영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장애요인은 아닌지, 물류비용은 합리적 수준인지, 획기적인 절감 방안은 무엇인지”라는 것들은 경영차원의 끊임없는 질문이고 요구사항이다.

국내 3PL 시장에서는 물류 아웃소싱을 추진하고자 계획 중이거나 이미 아웃소싱 운영을 하고 있더라도 현재의 수준을 진단받고 합리화할 수 있는 추가 방안을 찾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류 컨설팅 수요도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는 주로 두 가지 정도의 방안으로 컨설팅과 아웃소싱이 연계되고 있는데 물류 컨설팅 전문기업에 의해 컨설팅을 완료한 후 그 결과물에 따라 물류전문기업에 아웃소싱을 위탁하거나 컨설팅 단계에서부터 전문 물류기업이 참여하여, 향후 아웃소싱 운영을 전제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도출된 결과에 따른 실행을 위탁하기도 한다.

필자는 전자와 후자의 방식에 모두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진행 과정과 결과 도출의 책임감과 중압감이 훨씬 무거웠던 후자의 사례를 놓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 물류컨설팅 추진사례 분석
물류 컨설팅 완료 후 아웃소싱을 전제로 한 물류컨설팅을 진행했던 국내 굴지의 제조‧유통 기업이었던 A기업은 상호 유사성은 있으면서도 별개의 생산체제와 별개의 물류거점, 별개의 물류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는 세 개의 사업군으로 구성된 기업으로 생산 제품들은 부피가 크고(Bulky) 비 규격화되었으며 수 백 개의 SKU(Stock keeping Unit)를 갖고 있었다.

A사의 생산거점은 중부권에 집중된 반면에 유통네트워크는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어 물류비가 높게 발생되는 구조였으며 우리나라 기업평균 물류비인 12%를 훨씬 상회하는 물류비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A사의 한 사업부문은 수입제품의 공세 속에서 시장 점유율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었으며 어려운 시장여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량 다빈도 배송 등 현재보다 훨씬 유연한 물류운영 체제를 만드는 것이 당면과제인 반면, 다른 사업 부문들은 생산 거점 마다 쌓여 있는 현재의 재고 수준을 상당량 축소하여 재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별도의 프로세스로 운영되는 물류프로세스를 통합, 조정하여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상당 수준 축소하여 원가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었다.

A기업의 물류컨설팅 범위는 조달물류에서 생산물류 및 판매물류를 아우르는 전체 물류 공급체제를 진단하여, 개선방향 및 방안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Action Plan을 수립하여 제삼자 물류 아웃소싱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물류컨설팅 기간은 약 3개월이었으며 물류전문 컨설턴트 2명, 네트워크 및 수배송 운영 전문인력 2명, 정보시스템 진단 및 구축 인력 1명 등 총 6명이 참여하였다.

첫 번째 목표는 전국 단위 사업장의 물류 운영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전사 차원의 시너지를 감안한 물류 개선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간 A사는 각 사업부문에서 별도의 물류체계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전체 사업부문을 하나의 물류체인으로 재구축할 경우 프로세스의 개선에 따른 원가 절감의 효과는 확실히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사업부문 별로 조금씩 다른 운송 주기와 서로 상이한 운송차량 단위, 정보시스템의 접목에 따른 영업사원들과 대리점주들의 거부감 등등이 선결되어야 할 과제였지만 초기 안정화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성과를 확신 할 수가 있었다.

정작 심각한 난제였던 것은 한 사업부문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물류체계 구축이었는데 영업부문은 시장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물류체계가 영업의 시장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영업부문은 창사 이래 견지되어온 기존의 영업방식을 버리고 혁신에 가까운 전면적인 구조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물류체계의 구축은 상당한 초기 투자비용 투입이 필요할 뿐 아니라 물류비용도 크게 증가시켜 전체 물류비용의 합리화를 약화시킬 것이 분명해 보였다. 또한 물류개선에 따른 영업측면의 기대 효과는 물류컨설팅에서 예측할 수는 있었으나 그 실현 정확성은 확신할 수 없었다.

관련 부문들과 수많은 회의와 협의를 거쳐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물류체계 안이 도출되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당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도 같은 다소 어정쩡하게 만들어진 한 사업부문의 신 물류체계는 아웃소싱 시행 초기 단계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었다. 영업부문으로부터 물류가 새로운 장애요인이라고 질타 받기도 하고 안정화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는데 프로세스의 재구축과 변경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예외 없이 발생되는 추가 비용 등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안정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A사 사업부문에서는 물류서비스의 불안정으로 영업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필자 또한 빨간 불이 켜진 수익성으로 인해 힘들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류 서비스는 공짜가 아닙니다”라고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새로운 물류 서비스 체계를 계획할 때는 고객사인 화주 기업과 실행을 담당할 물류기업이 하나의 팀이 되어 투입비용과 운영에 따른 비용분석을 냉정할 정도로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예측 가능한 최대한의 경우의 수들을 감안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하여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물류서비스의 불안정 상황에 대한 대비안을 세우고 그에 따른 비용도 정확하게 보수적으로 감안하여 돌다리 두드리듯 접근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사례였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뛰어든 사업에서 기대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고객사의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까지 물류가 흔들리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3PL시장에서 활동하는 물류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A사는 조달물류와 생산물류, 판매물류를 아우르는 전사 신 물류체계 구축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고, 초기 안정화 단계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도 제삼자물류 아웃소싱 체계는 견실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물류 컨설팅 추진 사례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살펴보았고 다음 회에서는 물류컨설팅에서 도출된 안을 실행에 옮긴 물류 아웃소싱 추진 과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능한 한 필자가 현장에서 경험했던 문제점들과 미흡했다고 판단되는 대처방법 등에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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