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창남 (주)센구조연구소 대표

하이랙 시스템, VNA(Very Narrow Aisle) 시스템을 위한 삼방향 지게차 등 동일 면적의 창고에서 적재량을 대폭 증대할 수 있는 첨단 물류시스템 도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최신예 적재 및 이송 시스템의 도입에 앞서 이들을 지탱하는 창고 건물 자체의 내력을 꼼꼼히 검토하는 창고주는 그다지 많지 않다. 건물이 안전하게 지탱 가능한 최대 하중에 대한 검토 없이 하이랙, VNA 시스템 등으로 적재 중량을 늘려 사용할 경우 바닥의 처짐, 균열 등으로 인하여 지게차 이동이 제약되고 바닥 마감이 손상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건물의 붕괴에 이를 수도 있다.

아울러 물류창고 설계 초기단계에서부터 VNA 시스템 도입을 계획할 경우 기둥 간격의 배치를 VNA 시스템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고 적재하중 검토와 공사비 절감의 상관관계

최신 구조설계 기준인 KBC2009에 따르면 물류창고 바닥 설계 시 최소 적재하중은 1.2ton/㎡이다. 통로 폭 3.3m, 4단 미만 적재를 기본 전제로 하는 과거의 통상적인 랙 시스템은 전체 창고 면적에서 통로 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크고 적층 가능한 랙 단수가 제한적이었으므로 특별히 중량물을 취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KBC2009의 최소 적재하중에 맞추어 설계한 창고 바닥의 허용 적재하중이 실제 사용에서 문제가 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3방향 지게차를 활용하여 통로 최소 폭을 1.9m 이하로 줄인 VNA 시스템과 층고를 10m까지 높이고 팔레트를 5단 이상 적층하는 하이랙 시스템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팔레트 당 중량 700㎏ 가정 시 물류창고 바닥이 지탱해야 하는 평균 하중이 1.9ton/㎡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는 KBC2009에 제시된 최소 적재하중을 60% 가까이 초과하는 하중이다. 이 때문에 2000년대에 건설된 물류창고, 특히 하이랙을 고려하여 10m 내외로 층고를 높인 창고들은 최소 적재하중을 KBC2009에 규정된 최소치인 1.2ton/㎡보다 67% 상향 조정한 2.0ton/㎡ 혹은 그 이상으로 증강하여 설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물류창고 신축 프로젝트 사례에서 골조 공사비를 절감한다는 이유로 창고 바닥의 일부 부재 내력을 20%씩 저감하여 설계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창고주가 허용 적재하중 2ton/㎡짜리 창고를 설계해 달라고 의뢰하였을 때 설계자는 주요 부재의 실질적인 허용 하중을 건축주가 제시한 수준보다 20% 저감하여 약 1.6ton/㎡ 정도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활하중 저감’이라는 구조설계 기법으로서 아파트, 사무실 등 적재하중이 크지 않은 건물을 설계할 때 건축비 절감을 위해 더러 적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적재하중 0.5ton/㎡을 초과하는 건물, 특히 창고와 같이 상대적으로 큰 적재하중이 넓은 바닥에 만재될 가능성이 있는 건물에서 슬라브, 작은 보, 큰 보의 내력을 저감하는 행위는 KBC2009에 명백히 금지되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와 비교해서 간단한 예를 들면, 경차는 중형승용차와 똑같이 5인승이지만 실제 탑승 가능 중량은 중형승용차보다 작다.

경차에 실제로 성인 5명이 탑승하고 고속도로에서 최대속도로 달리면 중형승용차에 비해 불편하고 차량에 무리가 갈 수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늘 성인 5명이 타고 다닐 거라면 좀 더 큰 차를 구입하거나 경차의 한계를 인정하고 구입할 것이므로 원가를 절감하여 경차를 만들어 판매한 자동차회사에는 잘못이 없다.

반면 1톤 트럭은 짐을 싣는 것이 주목적인 차량이므로 당연히 1톤 전부,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1톤을 다소 초과하는 짐을 싣고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자동차회사가 1톤 트럭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실제로는 0.8톤 밖에 적재할 수 없는 트럭을 “저렴한 1톤 트럭”이라며 권한다면 이는 분명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일 것이다.

물류창고는 자동차로 치면 트럭에 해당한다. 허용 적재하중은 물류창고 건물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므로 사무실이나 아파트처럼 부분적으로 부재 내력을 줄여 설계해서는 안 된다.

창고 건물의 활하중 저감 설계는 설계 기준에 명시적으로 금지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설계 업체들은 건축주들의 공사비 절감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험한 위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창고주 스스로가 활하중 저감의 파급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하고도 공사비 절감을 위해 활하중 저감을 특별히 요구하는 경우에는 창고 건물에 대한 보험 가입, 물류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가능성, 창고 건물의 매각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구조설계자로 하여금 활하중 저감 사실을 구조계산서에 반드시 명기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주요 부재의 내력을 20%씩 줄이면 굉장한 원가 절감 효과가 있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골조 공사비에서 극히 미미한 절감 효과밖에는 기대할 수 없다. 반면 창고의 실제 활용도 면에서는 당연히 매우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건축주가 2.0ton/㎡의 적재하중을 원하는 물류창고를 설계할 때 설계 기준에 맞추어 모든 부재가 2.0ton/㎡의 적재하중을 지탱하도록 설계한다면 통로 폭 3.3m일 때 700㎏짜리 팔레트를 6단까지 적층할 수 있는 반면, 주요 부재 내력을 20% 저감하여 1.6ton/㎡으로 설계할 경우 4단까지밖에 적층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통로 폭 1.9m을 적용한 VNA 시스템이라면 상기 여건에서 적층 가능 단수가 고작 3단에 불과하게 된다. 물류창고의 실 사용자 및 소유주가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미미한 금액의 골조공사비 절감을 위해 이처럼 큰 대가를 감수할 리는 없을 터이다.

물론 랙이 배치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추후에도 무거운 하중을 적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부분, 예컨대 엘리베이터 및 계단이 위치한 수직 동선(코어)부 주변 통로와 같은 부분까지 랙 부분과 동일한 내력으로 설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고 구조내력상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구조설계의 V.E.(Value Engineering) 활동으로서 오히려 권장할 만 하다.

물류창고와 같은 건물은 건축마감이 일반 건축물에 비하여 단순하므로 건축 구조체 즉 기초, 기둥, 보, 바닥 등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부재들의 공사비가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는 바, 전체 공사비를 절감하는데 있어 면밀한 건축구조 V.E.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사비 절감 효과를 앞세운 나머지 건물의 실제 사용에 제한을 주고 구조체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V.E. 아이템들도 시장에 혼재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건축구조 설계 기준을 위반하는 수준의 무리한 과소설계를 제시하는 설계업체들도 더러 있으므로 꼼꼼한 확인이 필수적이다.

창고 기둥간격 선정의 중요성

최근 새로 지어지는 물류창고들 대부분이 11m×11m 기둥 간격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는 일반 압승식 지게차의 통로 폭인 3.3m와 랙 2열이 차지하는 폭인 2.2m의 합인 5.5m의 2배수로 기둥을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사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VNA 시스템과 삼방향 지게차 적용이 예정된 상황에서 기둥 간격을 종전대로 11m×11m로 적용하면 오히려 공간 효율 면에서 손실이 생긴다. 통로 폭 1.9m에 랙 2열 폭 2.2m의 합은 4.1m이므로 VNA 시스템 및 삼방향 지게차 적용 창고의 최적 기둥 간격은 4.1m의 3배수인 12.3m이다.

물론 창고를 한번 지어놓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동일한 용도 및 레이아웃으로 계속 사용한다는 보장은 없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기둥 간격이 좁은 것보다는 넓게 계획하는 것이 추후 사용성 확보에 유리할 것은 자명하며, 기왕에 새로 짓는 창고라면 기둥 간격 등 창고 건물의 기본계획부터 최신 물류시스템에 최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둥 간격이 넓을수록 일반적으로 공사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나 요즈음은 기둥 간격을 넓히면서도 공사비를 최적화 할 수 있는 최신 공법들이 다수 개발되어 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로 인하여 물류 시장에서도 원가 절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랙 시스템이나 지게차는 비교적 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창고 건물 자체를 보강하거나 헐고 다시 지으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따라서 제한된 평면에 더 많이 적재할 수 있는 신개발 물류시스템들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물류창고 건물 자체가 얼마나 큰 하중을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꼼꼼히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둥간격을 선정할 때에는 획일화된 방법을 벗어나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추후 창고의 사용성 개선과 임대 수익성 증대의 첩경이 될 것이다.

 

 

 

이창남 (주)센구조연구소 대표
건축사, 건축구조기술사, 건축시공기술사
콘크리트기술경연대회 지식경제부장관상 수상(공장선조립SRC 혁신기술; 2012)
한국공학한림원 선정 대한민국100대기술주역(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구조설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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