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이 먼저 업그레이드 되자”

우리나라의 물류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물류신문이 창간 15주년을 맞은 것을 축하한다. 이런 노력이 이어져 창간 50주년, 100주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이어지길 바란다. 특히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미래에 대해 특집을 준비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은 미래를 위해 막 도약하려는 찰나에 서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는 각계의 분야에서 우리 스스로도 놀랄 만한 일들을 경험해왔다. 2002년 월드컵 4강, 불모지였던 수영과 피겨에서 금메달,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10위, 경제규모 세계 13위, 그리고 일본소니를 제치고 삼성이 TV시장 석권한 일, 스마트 폰 시장 삼성이 애플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 최근에는 우리 대중가수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우리의 주변의 일들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것에 스스로도 놀라면서 신명나고 많은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물류분야에서도 우리가 주도하는 일로 인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신명나는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물류신문이 창간 50주년 특집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DHL을 인수하여 일본통운을 체치고 세계 1위의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등극한 일, 중국 3PL시장의 70%를 우리나라 기업이 석권 한 일, 그리고 세계 최초로 대기권을 통과하여 수송하는 전 세계 당일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달 창고에 최초로 화물을 보낸 일 등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우주물류를 주도하고 있는 일, 이제는 국제표준이 되었지만 세계 최초의 지하 공간을 이용한 컨테이너 자동 수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일, 국내 특허로 개발된 차세대 선박연료를 이용한 세계 유일의 초고속 세계일주 해상운송서비스망을 구축한 일, 그리고 우리나라 자본으로 구축된 아시아대륙 횡단 초고속 화물열차 개통 같은 일들을 회고 할 수 있다면, 신명이 나서 춤이라도 한 판 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류산업 현실은 이런 꿈을 꾸기에는 아직 암담하다. 대부분 그 규모가 영세하고, 주로 운송부문의 단순위탁서비스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보관 및 재고관리 부문의 경우 외국에서는 제3자 물류업의 주요 사업대상이 되고 있으나 우리 기업들은 단순임대만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류업체들이 화주들의 다양한 물류서비스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역량을 갖추어야 하지만, 인력 및 자본과 기술 수준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화주기업은 최근 물류네트워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수배송관리시스템, 창고관리시스템 등 최신 물류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물류업체들은 이 같은 물류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측면에서도 단순 현장 노동 인력만 확보했을 뿐 물류서비스의 기획 및 설계,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물류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상위 10위권 물류전문기업들은 모두 대기업 계열사로 채워져 있다. 글로비스, CJ대한통운, 삼성전자로지텍, (주)한진, 현대로지엠, 한솔CSN, 범한판토스 등은 계열사 기업들과 직접적인 지분관계에 있거나, 그룹과 우호관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인 DHL Korea와 Schenker Korea를 제외하면 국내 물류기업들은 모두 대기업들의 계열사라고 할 수 있다.

즉 글로벌 물류 중심화의 주축이 될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성장에 필요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전문성 결여, 글로벌 네트워크 미확보 등으로 인해 전략적 화주 확보가 미흡하고 대기업 계열사의 상위권 물류기업으로 성장으로, 순수 물류전문기업의 성장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 확보에서도 많이 뒤져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시도한 2000년대 중후반에는 이미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M&A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대한 이후이다. 즉, 네트워크의 차이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물류업계에서 국내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물류기업과의 네트워크 경쟁에서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물류산업의 문제를 주로 화물을 갖고 있는 재벌 대기업의 역할에 기대어 풀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이에 앞서 물류산업 자체가 업그레이드 되고 정부정책도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정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우선 물류산업이 업그레이드돼야 할 필요성은 3PL사업자에게 맡기는 편이 화주기업 자신이 행하는 것보다 명백하게 뛰어난 물류운영이 가능하다는 보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활동이 대기업 그룹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기업으로 물류 아웃소싱을 따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류기업들은 진정한 3PL사업자가 되기 위해 외국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 지식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3PL사업자가 기업물류를 혁신시키는 신선한 선도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3PL업체가 화주기업의 물류활동, SCM을 전부 맡아 주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화주 고객기업보다 물류설계, 관리능력은 물론 시장분석, 수요예측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현재의 물류기업들의 인력에 대한 비약적인 질적 향상이 요구된다 하겠다.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소위 ‘상생의 문제’로 물류산업 육성을 바라보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상생(win-win)은 파트너로서 대등한 관계가 이루어진 이후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물류산업 육성에 대한 국정지표가 필요하며, 이 정책에 대한 대 국민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 물류산업은 후기산업사회에서 유일하게 성장에 비해 고용이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산업이다. 글로벌 물류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곧 미래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고용창출 산업을 육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적인 물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물류SOC등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민간기업의 투자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물류산업 육성을 민간기업 지원으로 치부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물류산업이 하이테크 산업화되고, 정부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의지가 국정지표로 확고히 추진되어, 대기업 화주기업도 우리 물류산업에 의존해서 경쟁력을 찾으려 할 것이다. 물류기업의 해외 동반진출이나, 물류자회사의 비효율성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이 미래를 위해 꿈꾸고 준비해나간다면, 앞서 예를 들은 것 같은 신명나는 사건들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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