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한국사회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 김형태 삼성SDS 부사장

지금까지 기업경영 혁신에 관련된 수많은 방법론들이 나왔고, 그것들이 한때 주목 받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해 왔다. 물류와 SCM은 국내에서도 이미 십 수년 전에 산업경쟁력의 핵심기반으로, 이미 오래된 비즈니스 이슈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가 간 FTA가 보편화되어가고,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생산 및 Sourcing 또한 증가하고 있어, 물류 및 SCM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 기업의 성공을 이야기 할 때 물류 및 SCM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이다. 현재 세계 물류 시장의 규모는 우리나라 GDP의 3배, 세계 반도체 시장의 10배 이상 규모이며, SCM을 도입한지 십 년이 넘은 기업들도 여전히 SCM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물류 인프라는 셰계 수준이나 기업은 아직…

우리나라는 작년에 세계 9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무역대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져 가고 있다. 또한 세계 5~6위권의 해운·항공산업과 인천공항, 부산항과 같은 세계적 규모의 물류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물동량이 집중되는 중국·일본과도 접해 있어 지리적인 이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물류업체들의 규모는 아직 해외 선진기업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화주 기업 입장에서는 로컬 기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물류업체 보다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갖춘 물류기업에 맡겨야 양질의 서비스 및 적정비용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들의 경우 전체 물류의 절반 이상을 외국계 물류기업에게 맡기고 있다고 한다. 선진 물류기업들은 끊임없는 M&A를 통해 규모를 대형화하고 과점시장을 형성하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 ‘청신호’ 곳곳에서 보여

한국물류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으나, 성장 가능성의 청신호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우선 국가적으로 글로벌 물류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올 상반기에는 정부가 직접 국가대표급 물류기업을 선별하는 등,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POSCO, 현대자동차와 같은 국내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여 세계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들의 물량을 담당하는 국내 물류업체들 역시 이로 인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성장기회를 갖게 되었다.

객관적인 물류 지표로 사용되는 세계은행의 국가별 물류성과지수(Logistics Performance Index·LPI)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2007년 25위, 2010년 23위에서 2012년 21위로, 빠른 성장은 아니지만 국가 차원의 물류 경쟁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IT기반 물류 데이터 관리에 중점 둬야

해외 선진 기업들을 살펴보면, DHL의 경우 800개가 넘는 글로벌 네트워크 거점을 가지고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물류를 수행하고 있고, UPS도 1,800개가 넘는 거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해야 한다.

물리적인 물류 네트워크 확충과 더불어 함께 강화되어야 할 부분은 물류 전문 인력의 양성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물류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으나, 요즘에는 학부 및 대학원에서 물류 전문 교육 과정이 활발하게 개설되고 있다. 또한 정부 지원 하에 국내 물류학과를 졸업한 취업예정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인턴쉽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물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기업 경영환경의 변화를 살펴보면 제품의 Life cycle이 점점 짧아지고 신제품에 대한 글로벌 동시 Launching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의 여러 비즈니스 기능들은 점점 더 글로벌하게 분포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 에서 글로벌 SCM 전반의 실시간 가시성 확보를 원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물류 거점 확보 및 인력 양성과 함께 국내 물류 업체가 갖추어야 할 보다 중요한 경쟁 요소가 ‘실시간 물류/SCM 데이터의 확보’ 역량임을 의미한다.

실시간 물류/SCM 데이터의 확보가 기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예외상황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처리 등이 본격화되면 축적된 물류/SCM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술 무기가 될 수 있다.

정보통신발전지수와 ICT 국가 경쟁력 지수에서 1위를 기록할 만큼 우리나라는 글로벌 일류 수준의 IT 역량과 인프라를 가진 나라이다.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워 온 글로벌 물류 기업은 여러 상이한 시스템이 한 기업 내에 존재하여 내부 연계 등에 어려움이 있으며, 더 나아가 전체적인 시스템 통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물류기업이 IT기반 물류 데이터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글로벌 물류기업 대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여건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국가의 물류 기업에 대한 투자 의지와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선전, 그리고 한국의 IT 경쟁력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한국의 물류 기업들이 세계 속에 수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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