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주년에 열리는 한중해운회담

▲ 이남연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최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우려 속에 초미의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본토에서 격해진 반일감정은 대규모 폭력시위, 일본제품 불매 및 중국내 일본기업 퇴출운동 등을 야기시켰다. 만일 앞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양국 간 무역전쟁, 나아가 그것이 세계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주요외신을 통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우리도 일본과 독도문제로 늘 마찰을 겪으면서, 동시에 중국과도 서해불법어선 문제, 이어도 문제 등의 현안이 걸려있기 때문에 이번 중일영토분쟁을 촉각을 세우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0월 말에 제20회 한중해운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니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는 올해, 앞으로도 중국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꾸려가는 방향으로 이번 회담이 진행되기를 바라며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20년 사이 교역규모 35배 성장

한중교역액은 1992년 수교당시 63억 달러에서 시작하여 지난 20년 동안 교역규모가 35배 가량 성장하여, 2011년도에 2,206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이 우리의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가 넘으며, 우리의 전체 수출 중 대중국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4.1%에 달한다. 이는 대미수출(10.1%)과 대일수출(7.1%)을 합한 것보다도 크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의 교역 대상국이다. 이렇듯 양국간의 무역규모가 크게 성장함에 따라서 한중간에 물동량은 증가하였고, 그 과정 중에 한중항로의 활성화가 한중해운회담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1993년 1차 회담부터 현재까지 매년 개최된 회담에서는 양국간 신규항로의 개설 및 운영, 선박투입과 운항선박 선령제한, 특히 컨테이너 항로와 카페리항로의 개설에 있어서 컨테이너선의 경쟁적 취항의 규제 등이 논의 되었다. 이미 인천-위해, 인천-천진간 항로가 개설되어 있던 상황에서 매년 회담이 진행됨에 따라 인천-청도, 부산-연태, 인천-대련, 군산-연태, 인천-단동, 인천-상해 등을 포함한 한중항로들이 개설되었다.

화물량에 비해 선박공급 과잉상태

특히 13차(2005년) 회담에서는 양국간 컨테이너 항로를 2009년부터 완전 개방할 것이며, 카페리 항로 또한 그 후 3년이 지나면 전면 개방하기로 구두합의를 하였으나, 16차 회담(2008년)에서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기가 악화되어 해운시장이 어려워지자 신규 컨테이너 및 카페리항로 개발과 신규 선박투입을 보류하였다. 또한 17차(2009년) 회담에서는 해운업계에 닥친 심각한 위기상황을 반영하여 컨테이너항로 개방을 잠정 유보하였고, 신규 컨테이너 선박의 투입도 자제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18차(2010년) 회담에서는 평택항과 경인항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중국항만과의 컨테이너항로를 개설하고 추가선복을 투입하기로 했다. 카페리 항로도 컨테이너 항로와 마찬가지로 점진적으로 신규항로를 개설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지금까지 중국과의 무역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신규항로와 취항선사선의 증가로 선박투입량이 한중간 실제 화물에 비해 많아져 불균형 상태인 것이다. 이렇게 공급과잉 상태로 접어들게 되어 양국간 해상운임이 하락추세를 면치 못하여, 취항선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로개방과 진입규제 사이의 딜레마

따라서 2011년 19차 회담에서는 한중항로의 점진적 개방을 또 한번 강조하고, 기존의 항권을 사용하여 인천/평택-중국항간 각각 1개의 컨테이너 항로 개설, 또한 경인항-중국항만간 컨항로 개설과 평택-연태간 카페리항로 개설에 대해 합의했다. 그 밖에 우리 선사들이 중국항만 기항 시에 겪었던 애로사항(중국의 터미널 강제배정, 미선적 수출컨테이너가 동일항구에서 모선변경 또는 터미널을 바꾸어 선적할 때 실시되는 재통관 문제 등)도 거론되었다.

이렇게 점진적인 한중간 항로개발에 원칙을 중요시 하는 것은 선사 간 과도한 운임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여 항로를 안정화시키기 위함이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의 아시아 역내 컨테이너선 운항, 이들의 공컨테이너 재배치 과정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로컬화물 집화, 그리고 컨테이너선사와 카페리선사 간의 경쟁문제 등은 피할 수 없는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일중항로 개방의 선례에서 일본선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선사가 이제는 거의 시장을 독식하다 시피 하게 된 배경을 다시 살펴보고 한중항로의 개방에 있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와 한중일 FTA와 같은 문제를 고려해 볼 때 이와 같은 항로관리체제에 의한 시장 진입규제가 언제까까지, 또 얼마만큼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도 크다.

진지하게 소통하는 자세 필요할 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열리게 될 제20차 한중해운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고유가 행진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해운업계에게 이번 회담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그리고 점점 복잡해지고 예민해지는 한중일 3국간의 관계에서 어떻게 우리에게 유리한 입장을 확보할 지에 대한 고민을 다 같이 해야 할 때이다.

최근 일본의 영토분쟁으로 빚어진 극심한 갈등 속에서 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사히신문에 기고(9월 28일자) 한 것이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경이 존재하는 이상 유감스럽지만 영토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인데, 그것을 국민감정으로까지 확장시키게 되면 출구 없는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일본 스스로에게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난 20년간 동아시아가 달성한 성과인 ‘고유한 문화권 형성’이 무분별한 영토분쟁으로 인해 손상될까 우려하는 마음을 피력하며, 그간 동아시아인들이 문화의 교류를 통해 닦은 ‘국경을 넘어 영혼이 통하는 길’을 막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틀 후, 자신의 트위터에 “The path for souls to come and go must not be blocked.”라는 말을 남겼다. 중요한 회담을 앞둔 지금, 중국과 우리는 이미 같은 동아시아인으로서, 영혼이 통하는 길을 따라 화물도 함께 원활히 통하게 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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