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화주 요구사항 늘고 부가 기능도 강조

‘물류센터’라는 단어는 표준어가 아니다. 물류(物流)라는 한자에 센터(Center)라는 영문을 붙인 이 단어는 ‘창고’ 혹은 ‘물류를 담당하는 장소’라는 뜻으로 업계에서 쓰이고 있다.
흔히 창고라고 부르는 물류센터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물류신문은 물류센터 트렌드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았고, 일본의 물류센터 트렌드를 진단했다.
(주 : 이 기사는 국내 물류센터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뒤 주제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화주 요구 지역과 접근성 중시

과거 물류센터는 공장이나 공항, 항만 근처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도권에 가까운 것이 좋다고 여겼다. 빅마켓인 수도권과 가까울수록 배송차량의 일일 회전수를 늘릴 수 있어 운송비용의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수도권과 거리가 먼 안성이나 평택, 충남 지역에도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이는 교통의 발전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땅값이다. 수도권이 개발되면서 구할 수 있는 큰 부지가 많지 않은데다 가격까지 치솟으니 점점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 화주는 서로 다른 물류센터를 이용할 경우 물량을 조달할 수 있는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A물류센터에 있는 부품과 B물류센터의 부품이 필요한 경우 두 곳에서 비슷한 시간 내에 도착하면 재고를 쌓아두지 않을 수 있고, 빠른 출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임대료보다 유류비가 더 부담되는 지역이라면 과감하게 다른 지역 물류센터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또한 여전히 화주들은 수도권과 가까운지 여부를 고려사항 중에 하나로 꼽는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물건을 보낼 수 있다면 이익이라는 것이다. 물류센터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고속도로나 수도권, 지역 거점 등 화주들이 고려하는 지역과의 접근성을 중시하여 입지를 정하고 있다.

기후ㆍ자연재해 리스크도 고려해 설계

화주들의 요구사항도 많아졌고, 까다롭게 변했다. 과거에는 입지가 좋고 임대료만 저렴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에서 최근 들어서는 최소 2~3년, 길게는 5~6년까지 내다보고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화주들은 물류센터의 효율성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물류팀 등을 두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공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일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는 보안이다. 최근 물류센터들은 자사의 보안요원 외에도 CCTV를 통한 실시간 감시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외부 보안업체도 이용한다. 이외에도 환기구를 일반적인 개폐식 대신 덕트 등의 보호 장비를 두는 것도 들 수 있다. 개폐식의 경우 사용이 용이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칠 경우 상하좌우 어디서든 물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차단한 환기구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우수관도 한겨울에 얼어서 손상을 입으면 습기가 벽을 통해 내부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외부 노출되는 경우 열선을 삽입하거나 지름을 크게 넓혀 동파를 방지하는 설계가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화주의 요구는 결로현상과 같은 물류센터들이 갖는 일반적인 리스크 외에도 기후나 자연재해 등의 문제까지 고려하게 함으로써 설계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맞춤형 물류센터 설계의 붐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발생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곳에도 고가의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시공비용은 물론 운영비용을 더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1일 2배송 추세 맞춰 운영능력 강화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화주들도 보다 빠르고 많은 배송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물류센터들도 1일 2배송 체계를 기본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내부 체계를 정비는 추세다. 경우에 따라서는 3배송까지 가능할 정도의 운영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새로 건축되는 물류센터들은 1, 2층은 기본적으로 차량이 접안할 수 있도록 경사면을 설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각 층으로 확대하거나 대형 화물전용 엘리베이터를 두어 빠른 상하차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3년 5월 준공 예정인 일본 오릭스그룹의 ‘카와고에 Ⅱ 물류센터’ 조감도. 평지에 나선형 구조의 도로를 만들어 별도의 경사로가 없는 좁은 공간에서도  화물차량의 접안을 돕는 디자인이 특징이다(출처 : 일본 오릭스그룹)
신기술 도입ㆍ경영 혁신 이뤄내야

전문가들은 국내 물류센터 트렌드가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물류선진국은 물론 가까이에 있는 일본처럼 신기술 도입에 과감히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물류센터들이 가장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것으로 공동수배송 체계 도입에 대비할 것과 화주와의 신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 내부 운영체계를 확립하는 등 경영혁신을 이루어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과거에 비해 규제가 많아진 만큼 창고업의 발전을 위한 지원체계를 정비하고, 단순히 건물을 임대하는 사업자가 아닌 물류센터를 이해하고 화주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수업체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