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는 발만 동동…지자체는 단속 여력 없어 방치

국토해양부(장관 권도엽)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창고업등록제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물류신문 취재 결과 업체 중 일부가 기간 내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담당자들은 등록 허가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국토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미등록 업체를 단속해야 할 지자체들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방치하고 있어 기존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업체에 과태료 부담 커

국토부는 지난 2월 창고업등록제를 시행하면서 신생업체들은 사업 개시에 맞춰 등록하고, 기존업체들은 8월 6일까지 등록을 마치도록 유예기간을 두었다. 이는 전국에 흩어진 많은 업체들이 창구에 몰리는 일을 방지하고, 다소 복잡한 규정을 숙지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서였다. 등록기간 내 등록하지 못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미등록 업체들은 대부분 규정을 잘 몰랐다거나 바쁜 업무로 등록마감 시기를 놓쳤다며 뒤늦게 속을 태우고 있다. 한 미등록 업체 관계자는 “창고업등록제에 대한 업무 지시가 내려와서 검토하고 있었으나 등록조건이나 규정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잠시 미룬다는 것이 기간을 놓쳤다”며 “우리 같은 업체들이 적지 않을 텐데 등록 연장 같은 건 없느냐”고 되물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기간이 여유가 있다보니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 규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부러 등록을 회피한 것도 아니고, 열악한 업무 환경이다보니 일어난 실수”라고 변명했다.

문제는 과태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소 등록대상(전체 바닥면적 1,000㎡)이라고 가정할 경우 평단위로 환산하면 약 302평이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평당 3만 원이라고 계산하면 수익은 9백만 원이 조금 넘는다. 만약 과태료로 3천만 원이 부과된다면 중소업체는 물론 비교적 큰 업체에게도 엄청난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세한 업체가 과태료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화주 이탈 등으로 인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보 누락 업체 파악도 안 돼

문제는 또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건축대장을 확인해 등록 대상업체들에게 여러 차례 안내문을 보내는 등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혹시라도 누락된 업체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업체가 안내를 못 받았다고 주장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업체가 얼마나 있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허위신고를 할 경우 지자체 관계자가 이를 가려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생소한 단어도 있고 해서 서류만으로 불법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현장에 직접 가는 것이 좋겠지만 센터마다 거리가 멀다보니 한 번 나갔다 오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등록기간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향후 등록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제도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관계기관이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규정대로 과태료 부과” VS 지자체 “왜 우리에게 떠넘기나?”

국토부는 미등록 대상업체들의 구제방안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제방안을 마련하려면 규정을 바꾸거나 예외를 두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워낙 절차가 복잡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며, “충분히 유예기간을 제공했고, 성실하게 등록한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마땅한 구제방안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 정부는 물론 등록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지자체에서도 등록기간 내내 대상 업체에 집중적으로 홍보해왔는데, 규정을 못 들어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지금으로써는 미등록 업체 현황파악이나 구제방안 마련 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어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난감한 것은 일선 지자체다. 창고업등록제의 등록 업무와 단속권한은 국토부가 아닌 지자체에 있다. 그러나 상당수 담당자들은 창고업과 무관한 업무를 하다가 등록업무를 맡아 제도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해 현장 단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창고업등록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도 같이 진행하는 상황에서 미등록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단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리로써는 단속할 인원도 없고, 예정도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등록한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에 나가 볼 계획이라는 한 관계자는 “제도를 안내했을 때 자신들은 등록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업체들이 있어 한 번 돌아볼 계획이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다보니 전부 다 돌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건축대장 같은 것을 찾아보긴 하지만 막상 가서 무엇부터 확인해야할 지 몰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물류센터에 가본적도 없는 사람이 가서 뭘 알겠느냐”며 “건축면적을 실측하거나 하는 것은 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들을 데려다 쓸 여력도 없다. 이것 말고도 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다”라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국토부가 업무를 떠 넘기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했다. 평소에도 업무량이 많은데다 생소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교육 등 숙지할 여력도 주지 않은 채 책임만 지웠다는 것이다. 기자와 통화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신들에게 단속권이 있는 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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