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은 내가 최고

우리 사회의 ‘빨리 빨리즘’을 가장 잘 승화 시킨 것이 배송 서비스다. 지금은 오늘 주문하고 내일 받는 익일 배송을 당연한 것처럼 여겨 대부분의 고객들은 익일 배송이 되지 않으면 ‘왜 이렇게 배송이 늦지’라고 살짝 기분 나빠하며 해당 회사에 배송지연 클레임을 제기하거나 하루 정도 더 기다리거나 두 부류로 나눠지게 된다.

불과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주문 후 익일 배송은 당연한 것이 아닌 혁신적인 배송서비스였다. ‘고객은 항상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전문가 관점에서 익일 배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한 번 살 짝 들여다보자. 기본적으로 익일 배송을 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우선 항상 재고가 있어야 하고 고객 주문 날짜에 상품 출고와 집화가 이루어져 택배를 통해 다음날에 100% 배송이 되어야 하는 4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서비스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주문 시점에서 고객에게 익일 배송이 된다는 정보를 제공하려면 익일 배송 재고가 사전에 확보되어야 하고 주문 정보가 실시간으로 상품 공급회사와 공유되고 택배사의 배송률 (집화일~배달일)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 것이다.

택배사의 배송률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96%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익일 배송에서의 최고의 리스크는 바로 상품 공급회사의 재고 신뢰성 영역이다.

홈쇼핑을 예로 들어보면 크게 홈쇼핑사의 자가물류센터에서 출고가 이루어지는 센터배송과 상품공급회사의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이루어지는 업체 직송으로 구분이 된다. 센터배송은 방송 시작일 전에 사전 입고가 100% 이루어지면 익일 배송이 가능한 것이고, 업체직송은 업체의 재고신뢰성을 전제로 익일 배송이 가능한 영역이 된다.

홈쇼핑사의 자가 물류센터 물동량 점유율은 통상 30~35% 정도가 되는데 업체직송의 익일 배송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조금 자랑을 하면 필자의 회사에서 우리나라 홈쇼핑 최초로 익일 배송을 전면 시행했고, 지금도 모든 방송 상품에 대해서는 익일 배송을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홈쇼핑이기도 하다.

필자가 생각할 때 현재 우리나라 배송시스템 구조상 가장 효과적이면서 적합한 배송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고객은 오늘 주문하고 내일 받을 수 있어 기다리지 않아서 좋고 홈쇼핑은 주문시점에 고객에게 배송예정일을 안내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송관련 고객 클레임을 사전에 예방 할 수 있으며 상품 공급회사는 방송 재고를 적정하게 유지 운영 할 수 있다. 따라서 재고 비용과 보관비용을 최소화하여 운영 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택배회사는 현재 택배시스템에서 별도 투자 없이 가능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배송서비스는 TV홈쇼핑이 주도를 했고 그 바통을 인터넷 서점에서 이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TV홈쇼핑은 익일 배송 외에도 전담 배송이나 VIP 배송 등으로 인터넷 서점은 당일 배송과 포스트(편의점 등)연계 배송으로 배송서비스가 다양화 되었다.

배송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해당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다. 앞에서 필자가 익일 배송을 가장 적합한 서비스라고 말한 내면에는 비용과 효과에 대한 부문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익일 배송보다는 당일 배송을 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늘 주문하고 오늘 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특히 추가 이용료 없이 말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고객은 부담이 없으니 결국 택배 회사나 판매 회사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택배 회사가 무리하게 물동량 유치를 위해 당일 배송을 제안해서 운영한다면 그런 배송서비스가 얼마나 유지 되겠는가? 물론 당일 배송을 별도 투자비용 없이 제공 할 수 있다면 엄청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택배 회사 혼자 감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이제는 정말 진실해져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면에서 많이 발전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지만 유통과 물류 분야에서는 아직까진 부족한 것 같다. 고객이 느끼는 편의성과 비용은 정비례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사회 구조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어떤 서비스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 경쟁력이고 서비스 지
속 가능성을 위한 생산성이 경쟁력이 되어야 함에도 지금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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