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세상의 가치가 또 하나의 가치를 만든다

창작발레 심청전

2008년도 유니버셜 발레단이 우리나라의 전통 고전극 심청전을 발레 뮤지컬로 무대에 올린 이후 지난 4년 동안 한국의 심청전은 발레라는 옷을 입고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며 한국의 정서를 세계인의 가슴에 알리기 시작했다. 2012여수엑스포에서도 창작발레 심청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다.

만약 심청전이 한국의 창으로 세계에 알려졌다면 우리 고유의 작품인 심청전은 분명 사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발레로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한국의 창을 전혀 모르는 유럽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며, 세계 곳곳에 한류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한 나라의 문화를 비롯한 모든 가치들이 외국에 널리 알려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자국의 고유문화를 벗어나 상대 나라의 문화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우리는 흔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유추해석을 통해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도 맞지 않는 표현 같다.

우리가 강대국이 아닌 이상 우리 문화가 세계무대에 진출해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꿈같은 사건이며, 지난 수세기 동안 세계문화를 이끌어 온 서양으로부터 우리의 것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백년대계를 세우고 연구하고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며, 지금 당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한국적인 것에 변화를 주어 가장 세계적인 체질로 바꾸어야 한다.

심청전이 창으로부터 발레로의 변화를 주었기에 지금 세계무대에서 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체질변화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달리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한류열풍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 간에 꽤 오랜 기간 동안 특별한 정서와 유사한 문화가 그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나마 한국적인 것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한류열풍의 핵심이 드라마와 k-pop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도 세계로 향하는 우리 문화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미국, 일본, 중국의 정치, 경제부문의 교류로 파생된 그들의 문화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펼쳐지는 한류의 아이템은 너무나 단조롭고 한순간에 사라지기 쉬운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한류열풍으로 인해 축배를 들 때가 아닌 듯하다. 이는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적인 것을 만들 수 없는 반증이기도 하다.

 

▲ 여수엑스포에서 선보인 유니버셜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 포스터

 

가장 세계적인 것을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자


다양한 우리만의 콘텐츠를 세계무대에 선보이는 방법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그 대책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제 우리의 것만 고집하는 생각을 바꾸어 세계로 눈을 돌리고 세계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우리의 것을 세계의 상품과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는 엄청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데 우리가 한국적인 것만 고집하고 있다면 워싱턴에 가서 짚신을 파는 격이 될 것이다.

특별히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플라자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가장 세계적인 것을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유럽의 발레를 한국의 심청전의 창구로 만드는 것이 바로 가장 세계적인 것을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국가의 정통성이나 고유의 문화 그리고 가치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전통과 국가적인 고유의 가치는 계승 발전시키되 이제는 우리가 세계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한국계 입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내각에 진출한 펠르랭 장관은 인터뷰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한국의 첨단 IT산업과 한국의 선진화된 초고속 통신망을 프랑스에 접목시키고 싶다는 것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한국의 IT산업과 두 전자회사의 가치가 세계적인 것이었기에 지금은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가치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IT와 전자산업 그 외에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자동차산업 등이 한국의 옷을 던져버리고 전 세계를 영역으로 하는 포괄적인 마인드로 마케팅전략을 세웠기에 가장 한국을 드높이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펠르랭 장관은 한국에 가더라도 어머니를 찾지 않겠다고 했다. 이 역시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서 가장 한국적인 표현이 아닐까?       

우리가 가장 세계적인 것을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어 갈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성립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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