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유상운송 신고포상금 지급 소식에 현장 택배기사들 반발 고조

“당신 누구야! 카메라는 왜 들고 있어. 파파라치 아니야!”
“저 사람 잡아. 카메라 뺏어”
6월 11일 오후 3시 OO대교 밑.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를 하는 이들을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정부 지침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방문한 기자를 향해 택배기사들이 거칠게 반응했다.
기자를 자신들을 몰래 촬영해 포상금을 받으려는 파파라치로 오인해 발생한 것이다. 명함을 전달하고 상황을 설명하자 이들은 곧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현실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근 파파라치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개정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안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한 자를 신고 또는 고발한 자들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시행하려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택배현장에 확산되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택배배송기사들의 늘어나는 등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특히 그들은 사업자체를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는 배송기사들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택배서비스 붕괴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심상치 않는 기운이 택배업계에 드리우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 고려한 정책반영 요구, 정부는 묵묵부답

택배기사들은 자신들을 대변해 택배본사들이 수 차례 정부에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요구는 들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며, 고된 노동으로 힘겹게 생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반영된 정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실제 택배업계는 지난해 말 국민신문고 제도를 통해 법제처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신고 포상금 지급과 관련한 업계의 우려를 표시하기 위함이었다.
탄원서를 통해 택배업계는 기업과 택배기사들이 영업용 화물차량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신규증차의 금지, 영업용 양수 시 번호판 프리미엄 지불과 운수회사 지입 시 부당한 분양대금과 월관리비 지불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 상황에서 정부가 사전 대책 마련 없이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행할 경우 택배업 전반에 타격을 미칠 뿐 아니라 택배기사의 생계유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자가용 화물차량을 영업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과 차량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내 택배업종의 신설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제처는 물론 국토해양부, 이를 시행에 옮기려는 주요 지자체들은 서로에게 짐을 떠넘기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택배배송기사는 “내가 많이 배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나에게 반복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할 때는 왜 그런지 한번쯤은 깊게 고민해볼 것 같은데 많이 배웠다는 분들이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모든 책임과 현실에서의 고통을 감수해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고 말했다.

1만여 택배기사 운행 중단 사태 발생할 수도

택배산업은 2001년 이후 연 10% 이상의 지속적인 물량증가로 2011년 현재 연간 약 13억 개의 택배물동량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출 규모로는 약 3조 3,000억 원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크게 증가한 물동량 대비 택배차량 공급은 제한돼 어쩔 수 없이 자가용유상운송행위를 해왔던 게 현실이다. 택배산업이 성장하면서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신규차량 증차가 되지 않으면서 택배업체들은 일부 자가용 화물차량을 이용해왔다. 지난해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에서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택배업계 자가용화물자동차 운영 대수는 약 1만 2,300대에 이른다. 이 중 1톤 이하 차량의 대수는 1만 1,180대 정도.
택배기사들 중에는 인생의 마지막을 설계하고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 사업 실패나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유들로 인해 오갈 곳이 없어 오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을 주고 번호판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택배배송기사들의 얘기다.
현장에서 만난 배송기사들은 하루에 180건 넘게 배달해 한 달에 겨우 버는 돈은 170만 원 꼴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하루에 13시간씩 근무하면서 말이다. 이들은 현재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에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신고포상금제도가 도입될 경우 생계를 위협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로, 그럴 바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들이 많아질 경우 도미노 현상이 발생, 현재 자가용 번호판으로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이 운전대를 놓고 떠나려 할 가능성도 크다.
한 택배배송기사는 “가진 거라고는 차 한대와 몸뚱이밖에 없는데 심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몸 마저 너무도 지친 상태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가 아니다. 고객들의 상품을 전달하는 서비스맨일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를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범법자로만 보고 있다. 이점이 더욱 힘들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송기사는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 신고자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 통제할 인원들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들에게 들어갈 지속적인 인건비와 포상금을 번호판 구매에 지원해주는 편이 시장환경을 보다 빠르게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며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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