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로 더욱 가까워진 유럽

이남연/폴주크인터모달 한국대표
지난 7월 1일, 드디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으로 발효됨으로써 우리와 유럽은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2010년 한국의 전체 교역량 가운데 EU가 차지하는 비율은 수출이 11.5%(535억 달러)이고 수입이 9.1%(387억 달러)라고 한다.
그리고 지식경제부는 한-EU FTA 발효 후 EU 수출이 연간 25억 달러, 수입은 21억 달러 가량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당장 자동차, 명품 브랜드, 와인 등 유럽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가격변화에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앞으로 늘어나게 될 한-EU간 물동량을 점쳐 7월 1일 당시 운송주의 주가가 일제히 올라가는 현상도 보였다. 이 날 한진해운(컨테이너 유럽비중 35%), 현대상선(컨테이너 유럽비중 33%), 대한항공(화물매출 유럽비중 28%), 아시아나항공(화물매출 유럽비중 24%) 등의 주가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또한 FTA 발효일 전인 6월 1일부터 20일까지, 유럽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여 10.3%(30억 3500만 달러)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유럽수출이 1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던 가운데 6월에만 집중적으로 물량이 급감한 것이다. 이유는 수출기업들이 가능하면 선적을 미루어 7월 1일부터 적용받게 될 관세 절감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더 누리고자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앞으로 7월 한 달간의 EU수출물량은 6월에 감소된 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Trust is the key!)
이렇게 보다 가깝게 다가온 유럽과 교역을 해나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물류기업은 어떠한 자세로 달라진 환경에 임해야 보다 성공적인 FTA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것을 고려해 볼 때 얼마 전 접했던 재미난 기사가 떠올랐다.
ITJ(International Transport Journal)지에 실린 글로 EU회원국인 발틱해 연안국가들, 즉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독특한 특성, 문화, 경향 등을 요약해 놓은 것으로 실제 그 쪽 사람들을 만나 사업상 회의를 하게 될 때 알아두면 유용할 에티켓이나 금기사항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에스토니아에서는 약속시간 엄수가 매우 중요하고, 독립 이후 국가성장에 대한 언급을 하면 매우 좋아하여 분위기가 부드러워 진다던가, 라트비아에서는 직함을 매우 중요시 여기며, 미팅 자리에서는 예의와 절차가 앞서 다소 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는 내용도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직함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최종학력도 관심의 영역이 되고, 악수는 여성이 먼저 청하기를 기다린다던지,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 영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독일어로도 미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집으로 초대될 경우 꽃을 선물할 때 짝수는 불운을 가져온다는 믿음이 있으니 홀수로 맞춰 꽃을 준비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우에 따라서 유연하게 열린 마음으로 대처하면 아무리 문화가 다르더라도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니, 결국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Trust is the key!)’는 말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 글은 막상 글에 담긴 실제 정보내용 보다는, 나와는 다른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서 다루어진 발틱해 연안국가들은 교역량으로 치자면 별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135개국에서 보는 물류잡지에 이런 글이 실린 것을 보면 이 작은 나라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내용이 잡지의 독자들, 즉 135개국 물류관련기업들의 관심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점을 보면 물류를 하는데 있어서 이들의 마음가짐, 즉 상대방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을 그대로 엿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만일 아시아 나라들의 독특한 경향이나 에티켓을 재미삼아 그들이 느끼는 대로 정리한다면, 과연 우리 한국은 어떻게 묘사될까 생각해보게도 하였다.

‘customs’도 좋지만 ‘custom’에 더 신경 썼으면
모든 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교류하여 이루어지고, 거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깔려 있다. 일단 그것에 실패하면 되는 일이 없는데, 물류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거래를 하는 사람끼리 먼저 통해야 화물이 그 길을 따라 통하여 흐르게 된다. 우리가 날로 발전하여 성공적으로 유럽인들과 교류하고 있지만, 가끔씩 한국기업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인식을 그들에게서 발견할 때가 있다. 우리 기업이 눈앞에 보이는 이익과 손실에 보다 집중하여, 단기적 갑을관계 이상의 협력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다는 소리를 외부로부터 들을 때면 매우 안타깝다.
사전을 찾아보니 영어단어 ‘custom)’은 관습, 풍습이라는 뜻도 있으며, 복수형태로 ‘customs’라고 표기하면 관세, 세관의 뜻도 가지고 있다. 이제 EU와는 관세(customs)가 인하·철폐되어 한결 교역이 자유로워 졌으니, 앞으로 그들의 관습이나 풍습(custom)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인적교류에 신경을 쓴다면 이번 FTA가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는 에티켓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와 다른 문화와 관습을 인정하고 그것에 관심을 표현하여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호의를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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