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류전시회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 이남연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아래 보이는 표는 ITJ(International Transport Journal)에 분기별로 실리는 세계 중요 박람회와 컨퍼런스를 리스트업해 놓은 것이다. 독자들이 이 표에 올라온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도록 향후 몇 개월 동안의 박람회 스케줄과 그 특성을 간략하게 소개해 놓은 것으로, 한 줄 씩 읽다 보면 그 면면이 다양하여 놀라게 된다. 운송모드별로 특화되어 철도·항공 혹은 인터모달에 관한 박람회도 따로 있고, 해운·항만·터미널 관련 박람회, 또는 화물특성별로 벌크화물·신선화물·위험화물에 관한 박람회도 각각 존재한다. 개최 도시도 유럽에서 중국,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다양하고 유명한 박람회는 회마다 다른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물류신문사에서 주관하는 해외연수에도 물류관련 기기/장비 부문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하노버 박람회가 포함되어 있고, 필자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운송/물류박람회 Transport Logistics in Munich에 참가한다. POLZUG Intermodal이 뮌헨전시회에 부스를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에 독일 본사는 물론, 한국, 폴란드, 미국, 브라질,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등에 퍼져있는 사무소 식구들이 전부 박람회장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폴주크로서는 2년에 한 번 씩 열리는 이 뮌헨 박람회를 중심으로 세계 각 지역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도 마련하고, 박람회 참가 자체에도 의의를 두어 부스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에 그 지역에 정통한 스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상담자에게 보다 자세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 계약의 성사율을 높이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 ITJ(International Transport Journal) 1월호에 실린 세계 중요 박람회 및 컨퍼런스 일정

국내 물류기업들 해외 전시회 무관심 아쉬워
이렇듯 매 번 떠들썩하게 치러지는 박람회 시즌을 지나갈 때마다 문득 궁금해지는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 ‘왜 이렇게 세계에서 모두가 모이는 업계인의 축제에 한국인들은 보이지가 않을까?’하는 점이다. 2009년 뮌헨박람회의 경우 전체 참여업체는 55개국에서 온 1,750개 업체, 그 중에 41%가 외국의 업체였고, 이번 2011년의 경우 59개국에서 온 1,938개의 업체가 참여하는데 그 중 44%가 외국업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참가업체 리스트를 살펴보면 온갖 곳의 다양한 업체들 중 한국기업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참여업체 이름들을 500개 이상 살펴보다 ‘그냥 가서 확인하자’는 마음으로 덮어버렸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항공화물협회(TIACA : The International Air Cargo Association) 항공화물 전시회를 2014년 인천국제공항이 유치하는데 성공하기도 하고,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로 꼽히는 라스베이거스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나 베를린의 IFA(Die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눈에 띄게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되나, 물류부문 전반에 걸쳐서 우리의 물류기업들이 세계 전시회에 가지는 관심이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이라 생각된다.

전 세계 물류 중요인사 직접 만나고 계약까지 가능
외국의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에 왜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중요시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이유를 말하면 단 며칠 동안 진행되는 행사지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현재 세계 물류업계의 동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업계의 중요 인사를 대부분 직접 만날 수 있고 상담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상담이 잘만 된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체결까지 가능한 기회가 참가자 모두에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 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다른 지역의 정보 습득이 용이하게 되었지만, 각 지역의 관련업계 인사들을 한 곳에 모두 모아놓고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이런 박람회를 통해서나 가능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CES에 삼성전자 회장 및 임원 다수가 몰려가 행사에 참여하듯이, 뮌헨 전시회에도 전 세계 10위 안에 손꼽히는 대규모 물류기업들의 총수 및 중요 임원진들이 대거 참여하여 직접 전시장도 둘러보고, 회의하고, 만남의 장인 파티에 참석하여 참여자 모두와 함께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이는 박람회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그것을 통한 사업 계약 가능성에 회사차원에서 그 만큼 중요성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활동범위의 물류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정보 습득의 폭이 그 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뜻밖의 아이디어나 사업제안도 이루어질 수가 있다. 유명 박람회일수록 참여업체는 상당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고, 또 그 만큼 수확도 크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시회나 박람회를 개최하는 도시는 그것을 도시의 트레이드마크로 삼기도 하고, 그것으로 도시 전반에 걸쳐 많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중국도 이러한 전시산업에 상당한 관심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그로 인한 성과도 거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전시회, 축제와 비즈니스 어우러진 공간 됐으면
반면 우리나라에서 하는 물류관련 박람회에 가보면 이러한 세계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을 금방 피부로 느낄 수가 있다. 일단 참여업체의 수, 부스의 규모, 전시장 시설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국제적인 박람회이면서도 해외업체의 참여도가 매우 낮다. 또한 대부분의 부스는 잘 정돈되어 갖가지 전시품과 브로슈어 등이 준비되어는 있지만, 그것을 나누어주고 실질적으로 사업에 관한 상담이 가능한 업무관련 담당자가 질문에 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리 준비된 기업홍보 자료를 단시간 동안 숙지한 도우미들에 의해 안내를 받은 후 회사의 직원과 원한다면 상담을 할 수 있긴 한데, 정작 중요한 내용은 따로 관련 인사를 다른 자리에서 만나야 한다. 박람회장은 왠지 사업 계약의 자리는 아니고, 홍보나 전시용 행사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유명 기업일수록 그 자리에 임원이 나와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기업관련 부스를 돌아다니다 지친 다리를 잠시 쉴 만한 휴식과 오락의 장소가 부족해 얼른 둘러보고 나와서 쉴 곳을 찾게 된다. 뮌헨 박람회의 경우는 요소요소 마다 카페와 화장실이 눈에 띄고, 그 밖에도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나 화가가 전시장을 지루하지 않도록 꾸며주고 있다. 그래서 그 안에서 쉬다가 또 다시 부스를 돌아다니고 하면서 하루 종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참여자들이 마치 축제를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우리도 이러한 박람회 문화를 수용해서 효율적으로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로부터 마을마다 열리는 장터의 개념을 가지고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과 모여 교류하며 경제활동을 했던 선조들을 가진 우리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오늘날 정작 중요한 사업 계약은 닫힌 공간에서 일대일로만 행하고 있을까? 좀 더 열린 장소에서,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구상해보는 것도 우리 업계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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