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사기범에게 주고 피해자들에게 돈 갚으라고 아우성

지입사기 피해자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 중심에 국내 대기업 캐피탈업체들이 연관돼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대기업 캐피탈업체들이 직접적으로 나서 사기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입사기범들이 캐피탈업체들의 소홀한 관리체계를 이용해 사기 규모를 확대시키고 있다.
심지어 어떤 피해자들은 캐피탈에 자신들의 서류가 접수된 지도 모르고 당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KBS와 권익을 찾는 차주들의 모임, 물류신문이 같이 캐피탈 관련 지입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공동취재를 실시했다.

자신 몰래 명의도용… 수천만 원 뻥 튀기 사기

캐피탈업체와 관련된 지입사기 피해유형은 대부분 피해자들이 알고 있던 차량 관련 대출신청금액보다 액수가 크게 부풀려져 있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출금이 신청돼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2011년 1월 수원에 사는 임OO씨는 2006년 5톤 차량을 사면 某전자업체 화물운전으로 월 5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취업을 알선해준 이가 건넨 차량매매 계약서에는 차량 매매가격이 4,250원으로 명시돼 있어 임씨 역시 자신의 차량 매매가격이 그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H캐피탈에 접수된 자동차매매계약서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6,900만 원에 거래된 위수탁매매계약서가 제출됐으며 대출 금액도 4,250만 원이 아닌 5,500만 원으로 적혀 있었다.  
본지에서 확인한 결과 자동차관리권 양도양수계약서 매수인용에는 분명 4,250만 원으로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H캐피탈 측을 통해 확보한 매도인용 자동차관리권 양도양수계약서의 내용은 전혀 달랐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같이 작성했을 서류가 하루아침에 둔갑해 버린 꼴이다.
두 계약서에는 매도인매수인쌍방의 매매계약서로 충분히 유효하다고 명시까지 돼 있다. 그라나 두 계약서를 비교해보면 같은 내용보다 다른 내용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차량금액이 바뀐 것은 양호한 편이다. 심지어 두 서류의 매도인 자체가 다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또한 매수인용에 작성한 글씨체가 육안으로도 다른 것이 확인되고, 매수인인 임씨가 작성한 매수인용 계약서 서명란과 매도인용 서명란의 사인도 다르다. 사기 분양업체에서 임씨 몰래 도장을 파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다. 이는 엄연히 공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이에 취재팀은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분양업체 사무실을 찾았다. 한 사무실에 수십 개의 분양업체들이 책상 하나씩을 놓고 근무하고 있었다. 캐피탈 서류가 달라진 이유 여부를 묻고자 했으나 그 관계자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자신이 무슨 지입사기를 쳤냐며 펄펄 뛰며 대화를 극구 거부했다. 그리곤 얼마 후 사무실 무단 침입과 업무 방해를 주장하며 경찰을 불러 취재를 거부했다.
대화를 거부하기는 H캐피탈사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은 제출된 서류와 프로세스에 따라 대출을 진행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와 같은 피해자는 또 있다.
2010년 12월 경 조OO씨에게 한 분양업체가 2.5톤 차량을 매입하면 월 300만 원 이상 벌 수 있는 C사의 고정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접근했다. 조씨 역시 실제 차량 매입에 드는 비용은 1,000만 원에 불과했으나 캐피탈사에 접수된 허위 서류를 통해 분양업체들은 2,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조씨는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증도 없어 운송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이뤄졌다. 제대로 된 일자리도 소개받지 못한 조씨는 결국 캐피탈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그러자 연체된 지 불과 며칠 만에 하루에 수차례씩 전화로 돈을 내라고 요구하고 1달이 넘자 일시불로 상환하라고까지 통보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당해 일어나고 있는 캐피탈 사기가 최근 하루이틀 사이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권익을 찾는 차주들의 모임에 따르면, 2007년 9월 H물류업체는 H커머셜과 캐피탈 모집업무대행을 제휴한 V사의 영업사원을 통해 캐피탈 신청을 하기로 계획하고 전국 생활정보지에 1톤 차량 1대를 매입하면 월 350만 원을 준다며 모집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 중 현금없이 취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캐피탈을 통해 차량 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H사 캐피탈 서류에 날인을 받고 인감증명 등을 받았다.
그 후 이 업체는 인감증명에 찍힌 인감도장을 위조하여 5톤~8톤차 등을 매입하는 것처럼 꾸민 후 기존 받아두었던 신차출고용 인감증명서를 첨부해 캐피탈을 신청했다.
그리고 이 H캐피탈에서 대출 확인을 전화로 한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전해 듣고 불법으로 피해자 명의의 전화까지 개설했다. H캐피탈 측에서 전화가 왔을 때 자신들이 신청자인 척하며 전화를 받아 신청한 대출 금액이 맞다며 허위로 진술했다. 서류 역시 자택이 아닌 자신들의 사무실로 보내달라고 하는 등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결국 이 H물류는 수억 원의 돈을 챙겨 도주를 했고 피해자들은 일자리는커녕 차량도 구경한 번 하지 못한 채 수천만 원의 빚는 떠안게 됐다.
피해자들은 중고차량을 매입한 사실도, 대출 신청서를 작성한 사실도 없었으며 전화한통 받은 적 없다며 캐피탈 측에 항의했으나 오히려 H커머셜 측은 이런 피해자들을 상대로 대출금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걸어왔다.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신청서의 위조 등을 밝힐 증거들을 찾는 동안 H커머셜 측은 피해자들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 더욱 압박을 가했고 힘들어하던 피해자들은 이를 견디다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H커머셜 측과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양 측이 합의 조정한 내용은 피해자들이 아무런 관련도 없는 대출금의 원금에 대해 70%만 무이자로 1년 분할을 하여 갚는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 피해자들을 수소문해 본 결과 24명의 피해자 중 소송을 진행한 14명은 가정이 파탄 지경에 달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조모씨의 경우 이 사건으로 인해 아내와 별거했으며 현재까지 어렵게 살고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박모씨 역시 집을 잃었고, 빚을 갚으려 받은 은행 대출을 아직도 갚고 있었다.
그럼에도 H커머셜 측은 자신들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확인을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캐피탈사 정말 몰랐는지 의심 돼 

여러 사건의 정황을 되짚어봤을 때 캐피탈업체들이 허위서류 등을 작성해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지 의심된다.
대부분의 사건들을 보면 일단 서류가 최소 두 번 이상 작성됐거나 한 번도 작성하지 않았는데 캐피탈 측에 접수됐다. 일차적으로 지입차주들이 직접 작성했을 경우 완전히 다른 서류로 둔갑하며 한 차례 더 작성된다. 만약 차주가 직접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분양업체 관계자가 직접 서류를 작성해 제출한 경우다.
권차모 김현수 본부장은 매번 서류가 다시 작성되고 기존 서류와 전혀 다른 내용이 기재돼 제출되고 있는데 이를 캐피탈 측 관계자가 모를 수가 없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권차모에 따르면 2007년 캐피탈관련 사기 건을 조사하던 중 대형 캐피탈 밑에 여러 에이전시 법인의 제휴사가 있으며 이 에이전시들은 캐피탈사에 공탁을 걸어놓고 계약한 측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에이전시가 책임진다는 약정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는 캐피탈 측에서도 지입사기 브로커들이 차량매입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출 신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차모 김현수 본부장은 “차량의 담보는 무시하고 대출신청자의 신용이나 재산세 등에 대한 담보물권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캐피탈업체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수법”며 “피해자들이 발생하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수익과 채권만 받아내면 된다는 나몰라라식 영업은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피탈업체의 철저한 관리+제도적 장치마련 요구

캐피탈업체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표면상으로 캐피탈업체의 잘못을 지적하기란 쉽지 만은 않다. 하지만 서류 심사를 비롯한 본인확인 절차 등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의 잘못은 분명히 있다.
일반 금융사의 경우 대출 신청자가 창구로 직접 찾아오지 않으면 승인되지 않는 반면 캐피탈사의 경우 영업사원이 방문, 본인여부와 관계없이 대출관련 서류만 확인되면 대출승인을 받아 낸다. 캐피탈사도 금융 사고를 막고자 신청서에 명시된 전화로 전화를 하지만 유선 상 확인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은행권의 경우 대출시 본인을 확인하고 본인의 통장으로 대출금을 지급하는데 반해 캐피탈사는 신청서에 적혀 있는 계좌로 대출금원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불입금 자동이체 계좌와 대출금 수령계좌의 명의가 달라도 돈이 지급된다.
특히 자동차 매입을 위한 캐피탈업무가 자동차 매매계약서만 들어가면 그 차량매입에 대한 자세한 확인절차 없이 대출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노출된 문제점들로 인한 사기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캐피탈업체들의 보다 철저한 관리와 세부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 승인이 이뤄질 수 있는 절차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캐피탈 같은 금융제도가 범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잘못된 제도를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제도를 만들어 제 2, 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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