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거셀수록 풍어를 점치는 전화위복의 지혜 필요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최근 신문과 TV 뉴스에서 중동 지역의 불안한 사태에 대해서 연일 보도되고 있다. 특히 이집트와 리비아의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민주화의 바람이 점차 거세지는 이 지역 혼란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때는 수에즈 운하가 폐쇄될 경우의 손실액과 대비책에 대해서 술렁임이 일었고,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물류기업들은 장기화 되고 있는 혼란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계경제 전반에 걸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가파른 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부정적인 파급효과일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치솟는 유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온갖 대책 마련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어 느닷없는 호황을 누리는 경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이 불안정해지면서 러시아 우랄유의 값이 연초대비 24% 치솟았다. 이로 인해 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러시아 투자가 활기를 띄면서 러시아는 중동사태로 인해 때 아닌 호황을 누리며 미소 짓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사이익의 혜택을 본 분야가 있다. 이번 사태는 세계적으로 미뤄졌던 해양유전의 개발 계획을 재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한국은 비록 중동지역의 플랜트 건설 수주에서는 악영향을 받았지만 대신 그 외 지역의 해양유전 개발과 관련된 선박의 수주(드릴십, 석유운반선 등)가 늘었다는 보도가 국내언론에서 들려왔다.

美 항공기 도색업체, 경제 불황이 오히려 전화위복 돼
이렇듯 현재의 어려움이 뜻밖의 이득을 가져온 경우를 물류업계에서도 쉽사리 찾을 수가 있다. 일례로 지난 3년간 이루어진 미국 메이저 항공사들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청신호만을 받고 있던 기업이 언론에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Leading Edge Aviation Service Inc.’는 비행기 도색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지난 3년 동안의 성과는 대단했다. 노스웨스트(Northwest Airlines)와 델타(Delta Airlines)항공, 유나이티드(United Airlines)와 컨티넨탈(Continental Airlines)항공 사이에 이루어진 거대 합병의 뒤에는 언제나 이들이 있었다. 사우스웨스트(Southwest Airlines)의 에어트란(AirTran Airways) 인수가 끝나는 올해에도 새로운 계약이 기대되고 있다. 대부분의 상업용 항공기는 5년마다 도색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이 회사는 2010년 한해만 상업용과 군사용을 합쳐 560대를 칠하였으며 합병이 결정되면 주문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했다. 기사는 항공기 기종에 따른 도색작업 비용과 시간에 대해서 예를 들어가며 자세한 설명을 이어가면서 앞으로 이 회사가 현재 인원의 두 배에 가까운 채용 계획과 시설 증축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곁들였다. 일개 노동집약적 도색기업이 계속되는 고유가와 불경기로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항공업계가 자구책으로 쓴 인수합병의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 항공기 도색업체인 Leading Edge Aviation Service Inc.는 세계경제 불황으로 불어 닥친 항공업계 인수합병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사진은 도색을 위해 Leading Edge Aviation Service Inc.의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항공기와 도색작업 모습.

지후온난화로 북극항로 열리면 부산항 분사이익 기대
또 다른 예도 있다. 현재 전 세계의 골칫거리인 기후온난화는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북극의 만년빙이 열려 북극을 통과하는 아시아-유럽 간, 미국 동-서해 간 항로가 머지않아 상업적으로 이용이 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리적 이점을 가진 환동해권 항만들 중 단연코 부산항이 현재의 싱가포르항과 같은 이치로 세계 제1의 환적항만으로 선택받을 것이라 점쳐지고 있다. 현재 수에즈 운하를 거쳐 로테르담항까지 오는 거리는 20,100km로 24일이 걸린다. 이것을 북극항로를 통할 경우 거리는 12,700km로 단축되고 시간도 14일 만에 갈 수 있다. 비용과 시간적인 면에서 얻는 이점이 대단할 것이고, 이러한 경제적 이점이 현재 세계 화물의 흐름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약진으로 환황해권 항만들이 각광을 받았다면 이제는 여기에 환동해권 항만, 특히 부산항의 미래 역할에 대해 우리의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지만, 미리 준비하여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이는 인류의 악재인 기후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환동해권 항만, 특히 부산항이 얻게 될 반사이익의 예로 볼 수 있다.

해운 위기 있었기에 선박 대형화와 메가라이너 탄생
이렇듯 시련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당사자의 입장에 따라서 극과 극으로 갈린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고, 동지(冬至)에 양기(陽氣)가 태동하며, 위기가 곧 기회이며, 길을 잃었을 때 비로소 지도가 만들어지는 이치, 즉 세상 모든 현상에는 음과 양이 조화롭게 존재한다는 음양의 이치로 어지러운 현실을 조망해보는 태도가 필요한 때이다.
해운업도 이러한 시련을 통해 오늘날까지 성장하고 발달하였다. 몇 차례 오일쇼크를 경험하면서 유가가 상승하고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혔을 때에야 비로소 선사들은 선박의 고속화보다 대형화를 꾀하게 되었다. 이것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운항 코스트를 줄여보자는 의지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선사들의 난립으로 경쟁이 점점 치열해져 과당경쟁으로 치달아 해운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에야 비로소 선사 간 통폐합이 저절로 이루어져 지금의 ‘메가라이너’가 탄생하였다.
현재의 유가 상승이라는 시련도 해상 플랜트 개발, 더 나아가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이러한 안목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다에 폭풍우가 치면 바닷물의 위아래가 뒤집어지는 해류의 움직임이 생겨 가라앉아있던 영양물질이 떠오르게 된다. 그 결과로 플랑크톤 및 어류들이 보다 풍부해져 비로소 다양한 해저생태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폭풍우를 견뎌야 할 때이다. 예로부터 말하길, 그 해 폭풍우가 심하면 풍어가 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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