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수법 갈수록 다양화… 물류업계 드리운 어두운 슬픈 현실 어쩌나

 “세상이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착하게 산다고 살았는데 어찌 하늘은 저에게 이렇게 큰 시련을 주는 것입니까. 아내와 고슴도치 같은 두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차라리…”

이는 한 중년 남성의 얘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건장한 남성이 남 앞에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눈물까지 흘리고 있는 것일까.
그는 얼마 전 지입사기를 당한 피해자다.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한 순간에 잃게 돼 가족 모두가 거리로 나 앉게 생겼다고 전했다.
그와 같은 피해자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물류업계에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입사기다. 날이 갈수록 지입사기 수법도 진화되면서 피해자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물류산업은 점차 성장하고 있는 반면 일선 현장에서는 지입사기범들이 활개를 치며 산업 자체를 흙탕물 구덩이로 만들고 있다. 말로만 물류선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악의 축들이 제거돼야만 진정한 물류산업 선진화도 이룩될 수 있다.
최근 본지로 접수된 지입사기 건만 해도 최소 3건 이상이다. 본지가 지입사기 피해 사례를 해결해주는 창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현실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전형적인 지입사기업체들은 인터넷과 지역 신문지 등을 통해 허위 광고를 게재하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대기업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물량이 굉장히 많은 것처럼 포장한 후 차주들을 유혹한다. 급여 역시 대기업 연봉보다도 높게 제시한다. 이에 혹해 방문하면 모든 것을 다 들어줄듯 하면서 끌어들인다. 실제론 물량도 없고 거의 유령회사에 불과한데 말이다. 사기범들은 대기업의 물량 운송권을 주는 대가로 수 천만 원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그 후 일정부분 자신들이 목표한 차주들이 모집됐을 때 또 다른 유령회사에 회사를 매각한다. 이 때 고스란히 차주들의 명의도 다른 회사에 넘어가게 된다. 매각한 기업은 수십억 원의 프리미엄을 챙겨 사라진다. 그러면서 바로 인수한 회사는 또 다른 작업에 들어간다. 많은 돈을 주고 인수한 만큼 차량들은 자신들의 소유라 주장하며 차량까지 회수해 가버리는 것이다. 물론 회사의 매각은 짜고 하는 경우가 많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량 한 대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한 순간에 약 2억 원 정도가 공중으로 날아가는 꼴이 된다. 이 가격이면 지방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이게 보통적인 지입사기 수법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은 진화되고 있다.

개인 혼자 사기란 입증하기 어려워

지입 사기범들은 법의 취약점을 잘도 이용한다. 그렇다보니 알면서도 당하고, 당하고도 이를 입증하기 힘들어 모든 재산을 뺏기기 일쑤다.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주려는 이들도 없다. 어떤 절차에 의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단체도 ‘권익을 찾는 차주들의 모임’정도 밖에 없다. 지입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본지로 지입사기를 당했다며 제보해온 김씨(55세)가 사기업체로 지목한 기업은 과거 지입사기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던 모 방송사 소품운송업체로, 당시 이 기업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법에서는 무죄라고 하니 과연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김씨의 사연은 이랬다. 매우 조건이 좋은 방송사 차량 모집광고를 본 후 운송업체를 찾아가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월수입은 보장되지 않았고 일 역시 없어 생계조차 어렵게 됐다. 김씨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소송 건에 대해 법원에서는 운송업체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사기업체들의 경우 처음 한 두 달 정도는 제시한 조건대로 약속을 잘 지킨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만약 소송을 당하게 되면 법정에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물량이 줄어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한다. 얘기를 들은 후 판사는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면 대부분의 운송업체들이 승소한다.
모 방송사 소품운송업체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라고 지입사기 피해자들은 말한다. 김씨 역시 혼자의 힘으로는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 혼자 자신의 주장을 법적 근거에 입각해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입피해 근절시킬 수 있는 전문기관 필요

지입사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물류업계 악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대안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등을 개정하려고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입사기가 끊이지 않는 한 화물운송시장의 선진화는 실현될 수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발생하는 이러한 고충이 시급히 해소돼야 할 것이다. 지입사기에 피해를 입는 이들은 일 년에도 수많이 속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호소할 창구조차 없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저소득층 인원들이 많다. 다시 말해 이들에게 차량 한 대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들의 차량을 뺏어간다는 것은 그들의 생명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는 꼴이다.
지입사기는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해당 사업법을 교묘히 역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화물운송 전문가는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실제 일선 현장의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해소하지 않고선 이 역시 한계가 있다”며 “대국민 홍보와 취업상담, 불법 사례조사를 통해 이를 근절시키는 활동을 전개해나갈 전문기관 설립 추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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