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을 통해 본 UDT/SEAL의 경영전략

CEO와 임원들을 위한 리더십- 휴먼로지스틱스

지난 1월 21일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납치된 지 일주일 만에 해적을 격퇴하고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21명을 구조한 우리 군의 ‘아덴만 여명작전’은 한 편의 영화였다. 1, 2차 군사작전에서 목숨 걸고 나선 최영함의 해군 특수전(UDT/SEAL) 대원들의 활약상이 알려지면서 새삼 UDT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UDT 대원들이 ‘완벽한 작전(Perfect Operation)’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지휘관의 리더십과 부대원의 헌신, 목표를 달성하려는 투철한 사명감,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혹독한 훈련이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통하는 UDT/SEAL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을 소개한다.

아무리 위험한 순간에도 지휘관은 맨 선두에 선다
이번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무리 위험한 순간에도 현장의 지휘관은 맨 선두에 서고 복귀할 때는 맨 뒤에 선다’는 UDT의 오랜 전통이다.
지난 1월 18일. 해적 일부가 삼호주얼리호 인근을 지나가던 몽골 선박을 납치하기 위해 삼호주얼리호에서 내렸다. 최영함의 UDT 지휘관 안병주 소령과 부대원 6명은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 선원들과 분리되는 이 절호의 순간을 노려 고속단정(RIB) 두 대에 나눠 타고 삼호주얼리호로 향했다. 링스(LYNX) 헬기가 해적 보트를 공격하는 사이 안 소령과 부대원들은 삼호주얼리호로 접근하는 양동 작전을 폈다. 처음에 투항 의사를 표시하던 삼호주얼리호의 해적들은 안 소령과 부대원이 탄 고속단정이 접근하자 태도를 바꿔 사격을 가했다. 해적이 쏜 로켓포와 총탄의 파편을 맞아 우리 UDT 대원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맨 선두에 위치한 안 소령이 가장 크게 다쳤다.
안 소령은 파병 직전 동기생들과 모인 자리에서 “해적과 부딪치는 상황이 왔을 때 함정에서 지휘할 거냐, 대원들과 현장을 함께할 거냐”란 얘기가 나오자 “현장에서 대원들을 지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어진 1월 21일의 2차 작전. 이번엔 안 소령으로부터 지휘권을 물려받은 김규환 대위가 14명의 대원을 이끌고 맨 앞에 나섰다. 침투용 특수 사다리를 이용, 맨 먼저 배위에 올라선 것은 김 대위였다. 조타실에 진입하고, 격실 문을 열며 해적들을 소탕할 때 부하들의 공격 루트를 만들어 준 것도 김 대위였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에서 지휘관의 명령은 대개 두 가지다. “나를 따르라” 아니면 “돌격 앞으로”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부대원들의 입장에선 솔선수범하는 ‘나를 따르라’ 형의 지휘관을 더 신뢰한다.

최고의 팀이 아니면 모두 죽는다
UDT를 포함한 특수부대의 훈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목봉(체조)과 고무보트다. 모두 팀워크 강화를 위한 훈련에 쓰이는 것이다.
팀원 가운데 일부는 이 훈련에서 녹초가 되어 쓰러지지만 누구도 이 훈련을 마칠 때까지 훈련장을 떠나지는 않는다. 자신이 지쳐 쓰러져 버리면 나머지 팀원들이 감당해야 할 중량이 점점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수부대는 훈련과 모두 팀에서 시작해 팀으로 끝난다. 팀이라는 조직 하에 부대원들은 서로 협동 단결해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를 달성한다. 실전에서 부대원의 목숨은 자신이 지키는 게 아니라 팀원이 지켜주는 것이다. 수행해야 할 작전명령(목표)도 팀원이 하나가 됐을 때만이 수행이 가능하다.
미국의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에서 훈련 교관이 맨 처음 강조하는 것도 팀이라는 개념이다. 이들은 모든 것이 팀 단위로 이뤄진다. 식사를 할 때도, 훈련을 할 때도, 교육을 받을 때도, 심지어 포상과 벌을 받을 때도 팀이 기준이다.
이때 리더의 역할은 모든 팀원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다른 동료에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다른 동료도 나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반복된 훈련만이 실전에서 승리를 보장한다
이번 ‘아덴만 여명작전’을 지켜본 세계의 특수부대 관계자들은 진동이 심한 링스헬기에 탄 채 배 갑판의 해적을 저격한 우리 UDT 요원의 뛰어난 사격술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혹독한 훈련의 결과였다.
저격수 요원들은 이번과 같은 해상 작전이 시작되면 링스 헬기나 립(고속단정)에서 대기한다. 이때 흔들림이 많기 때문에 사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UDT 대원들은 그네를 탄 채 저격 훈련을 하는 것으로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놓았다.
해군 최강의 전천후 특수부대로 불리는 UDT 대원들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UDT의 神’이라 불리는 조광현 전 해군 대령은 훈련의 성과를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극복해 졸업할 때는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이 10배 이상 강해졌다고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훈련목표다. 훈련을 마치면 무서운 게 없어진다.”
UDT 대원들이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반복된 훈련의 결과이다. 이미 지옥훈련을 거친 정예부대원들이지만 아덴만 해적 퇴치임무를 맡고 파견되기 전엔 다시 5주간의 종합훈련을 거쳤다. 이들은 파견 전부터 유사한 가상 상황을 설정하고 반복된 훈련을 수없이 거듭했다.
완전작전이라고 평가된 ‘아덴만 여명작전’은 최적의 전투력을 갖추기 위한 이런 맞춤식 훈련과 시나리오에 의한 반복된 훈련이 있기에 가능했다.
UDT의 훈련은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다. 이들의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임무를 확실히 알고 있을 것, 항상 긴장할 것, 그리고 살아남을 것… 모두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원칙이다.

조직원의 마음을 얻으면 싸우기 전에 이미 ‘승리’
한국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인 문무대왕함. 이번 ‘아덴만 여명작전’에 투입된 청해함 보다 앞서 같은 지역에 파견됐던 군함이다. 문무대왕함 현측 복도에는 ‘Victory before fight!’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이겨 놓고 싸운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에 ‘승리하는 군대는 이겨놓고 싸우고(先勝而後求戰), 지는 군대는 싸워놓고 이기려 한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풀어보자면 말 그대로 승리하는 군대는 승리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만들어 놓은 후에 전투를 한다는 뜻이다.
혹독한 훈련과정도 이 조건에 들어간다. 또 작전 수행 전에 연이은 포격으로 해적들이 잠을 자지 못하게 한 것이나 링스 헬기를 이용한 성동격서 식의 사전 작전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말의 진정한 속뜻은 ‘지휘관이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장병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병의 마음을 얻는 것은 승리의 첫 걸음이자 필수요소다. 물론 뛰어난 전략전술이나 명령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심은 바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다. 젊은 장병의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아줘 감동을 산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오기 장군이 좋은 예다. 경쟁사회 속의 직장인들에게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미 해군 소속의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에서 현역 장교로 복무 중인 스티브 존슨(가명)은 자신이 저술한 「네이비 실 리더십의 비밀」이란 책에서 “부하는 하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의미의 팀원은 리더를 지지하고 보호하지만, 하인처럼 취급되는 팀원은 리더를 멸망시킨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경쟁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기를 원하는 리더라면 한 번쯤 곱씹어 볼 말이다.

철저한 준비와 행동으로 이뤄낸 가치… ‘불가능은 없다’
체감온도 영하 8도인 차가운 바다 속에서 검은 색 잠수복을 입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전투수영을 하는 이들이 있다. 해군 특수전여단 일명 ‘UDT/SEAL’ 대원들이다. 한 겨울의 전투수영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전 훈련 과정을 지켜보면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혹독함 그 자체이다. 훈련 도중 이들이 외치는 함성은 “불가능은 없다”였다.
‘UDT/SEAL’ 부대 앞에는 ‘불가능은 없다’라는 이 부대의 기치가 적힌 돌 비석이 서 있다.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은 개인 혹은 조직의 능력이나 의지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또 행동할 때만이 이뤄질 수 있는 ‘가치’인 것이다. UDT의 훈련 과정은 바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준비과정인 셈이다.
해군 UDT/SEAL 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총 6개월 과정의 기초 교육훈련과 3주 과정의 기본 공수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기초훈련 과정은 수영·스쿠버·폭파·전수전술·팀별 기동·대테러 훈련 등이 강도 높게 실시된다. 계급 구분이 없는 기초훈련은 탈락자가 30~50%에 이를 정도로 강도가 높다. 7일간 잠을 자지 않고 훈련하는 ‘극기주’ 훈련은 UDT 훈련의 하이라이트이다. 이런 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UDT/SEAL 용사가 된다. 이렇게 탄생한 UDT 요원들이기에 이들에게 불가능한 작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참고 자료
-국방부, 해군본부 ‘아덴만 여명작전’ 관련 보도자료 및 사진자료
-국방일보, 문무대왕함 ‘이겨놓고 싸운다’ 청해부대 해상종합훈련 기사(2009.3.6)
-단행본 「UDT전설(네이비 실 훈련과정을 통해 본 그들의 증언)」
-월간 신동아, ‘UDT의 神’ 조광현 전 해군 대령(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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