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류기업들이 폴란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이남연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지난해 9월 한 달간 폴란드 그단스크(Gdansk)항 DCT(Deepwater Container Terminal) 터미널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57,153 TEU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외신을 ITJ(International  Transport Journal)에서 접한 적이 있다. 3개월 뒤인 12월에는 역시 그단스크항 DCT 터미널 근처에 500,000sqm 규모의 물류센터 건설계획과 완공되면 3억 유로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될 이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될 업체로 굿맨(Goodman)사가 낙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2011년 1월, 폴란드의 항만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총 6170만 톤을 처리하였고 이것은 2009년 보다 30%, 2008년 대비 20%나 증가된 물동량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참고로 2010년 11월까지 그단스크항은 457,807 TEU를 처리하여 2009년의 처리량 240,623 TEU에 비하여 두 배 가까운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었다.  

쇼팽의 나라에서 對EU 수출국 3위로 다가온 폴란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폴란드에 대한 인상은 작곡가 쇼팽의 나라, 아니면 암울한 회색빛의 동유럽 국가 정도였으리라. 하지만 1989년 민주화 이후 당시로는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로 떠들썩했던 1995년 대우자동차의 진출을 비롯해서, 그 뒤로 속속 한국 제조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폴란드에 두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폴란드는 다른 의미로도 친숙해졌다. 대표적으로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의 LG그룹, SK화학, STX윈드파워,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한국유리, 신창전기, 유신정밀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이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SKC가 이 흐름에 가세, 2010년 11월 폴란드 남서부 ‘지에르조니오프(Dzierzoniow)’ 경제특구에 연간 2만 톤 생산규모의 폴리우레탄 시스템하우스 공장을 설립하고 준공식을 가진 바 있다. 이렇듯 한국의 제조기업이 대거 진출한 결과, 폴란드에는 한국기업이 총 120개가 넘는다. 폴란드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독일에 이어 제2위의 투자국이며, 한국의 입장에서는 2009년 기준으로 EU수출국 중 독일과 네덜란드에 이어 3위의 수출국이 바로 폴란드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폴란드의 향방에 온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한국 화주기업의 현지 물류는 거의 외국물류기업 차지

그렇다면 이렇듯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 폴란드에게 과연 한국이란 어떤 나라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제2위의 투자국답게 산업계 전반을 장악하고 있으며, 브로츠와프(Wroclaw)시의 길 이름 중에는 ‘ul. Koreanska’, ‘ul.Seoulska’가 있고, 실업률이 30%가 넘던 므와바(Mlawa)시에 4,500여명을 고용한 LG전자를 모르는 폴란드인은 없다. 따라서 그 지역의 물류기업들에게 한국의 화주기업이 미치는 영향이란 실로 대단하다.
하지만 이 지역 물류는 주로 현지사정에 더 밝은 외국의 글로벌 3PL기업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관여하더라도 일부분 역할을 수행할 뿐이어서 세계적인 글로벌 물류기업과 활동내용을 비교하여 경쟁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제조기업들을 보유하고, 그들이 발생시키는 엄청난 화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 맞는 우리의 글로벌 물류기업을 탄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2011년을 맞이하여 각 기업은 저마다 새해의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우리 물류기업의 공통적인 ‘제1번’ 목표는 역시 ‘글로벌 사업의 확대’였다. 제조기업의 글로벌화로 GSCM(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이 중요해지고, 이에 따라 항만이나 물류업체가 기업의 GSCM을 얼마나 뒷받침하여 전체적인 물류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느냐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지금, 우리의 물류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어떠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 폴란드 브로츠와츠(Wroclaw)의 열차터미널 사진으로 이 한 장의 사진이 한국과 폴란드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지역은 LG전자/화학, 희성전자, 자동차 부품공장 등 여러 한국의 제조공장들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어 대표적인 한국기업 진출 지역으로 꼽히는 도시이다. 이 터미널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에 있던 열차터미널을 한국기업들의 사용 편이를 위하여 2배 이상으로 넓혔다는 점때문이다.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해법 찾기 필요한 때
 
연간 물동량이 백만 TEU도 되지 않는 그단스크항이 심심치 않게 외신을 장식하고, 그 향방이 전 세계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09년 모두가 경제위기의 여파로 허덕이고 있을 때 EU 국가 중 유일하게 1.7%라는 플러스 성장률을 보여준 국가가 바로 폴란드였다. 우리에게 이러한 뉴스가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성장의 배경에 한국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2009년 폴란드 10대 수출기업 중 LG전자의 두 개 공장이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한 것은 그러한 사실을 한 눈에 입증시켜주는 좋은 예인 것이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BNP PARIBAS)에서 2010년 10월에 발표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제전망(Global Outlook)을 살펴보면 폴란드와 한국의 ‘2011년’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폴란드는 한 마디로 ‘그럭저럭 해낼 것(muddling through)’이며 한국은 ‘구름이 잔뜩 낀(outlook cloudy)’ 상황이 될 것이라 예측하며 각종 통계수치들을 제시하였다.
과연 그 예측이 적중할지 빗나갈지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 마침내 타결된 한-EU FTA와 중동유럽(MEE: Middle Eastern Europe)의 기대주 폴란드와의 긴밀한 관계를 거름삼아 함께 ‘구름 낀 상황을 힘을 합하여 그럭저럭 해쳐나가’ 화창한 햇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는 것도 새해를 맞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제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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